역사교사 3배 뻥튀기? 엉터리 역사교과서 연구

[발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사교과서 발행 방식 조사' 황당 오류

등록 2015.04.09 19:28수정 2015.04.0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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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평가원이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지. ⓒ 윤근혁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역사교과서 발행에 대한 여론조사' 연구를 벌이면서 역사교사 숫자를 3배가량 뻥튀기하는 등 잘못을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교과서를 유도하는 듯한 문항 설계를 했다'는 지적을 받은 이 연구가 이번엔 통계분석 과정에서도 오류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 역사 교과서 발행 방식 설문, 특정 답변 유도했나)

설문 대상은 492명인데, 보고서엔 1342명으로... 왜?

9일 전국역사교사모임에 따르면 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8일 공개한 <역사교과서 관련 여론조사 및 분석> 보고서의 설문지 통계분석 과정에서 잘못이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36쪽에서 설문지의 2개 문항(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 등)에서 "총 1342명의 교사가 응답했다"고 적어 놨다.

하지만 애초 해당 문항은 조사 대상인 전국 246개 중고교마다 2명씩의 역사교사만 답하도록 설계해놓은 것이었다. 답변자가 최대 492명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고서에는 조사에 응한 역사교사의 2.7배가 뻥튀기되어 잘못 기록되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보고서는 '교사 대상 설문조사' 항목을 보여주면서 해당 문항에 대해서는 "중고등학교 역사 담당 선생님만 작성해 주세요"라고 적어 놨다. 이 보고서는 또 "역사담당 교사에게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서술 비중과 서술 시기에 대해 (설문 문항을 통해) 조사하였다"고 못박아놓기도 했다.

이렇게 해놓고도 이 보고서는 특별한 설명 없이 해당 문항에 대해 "총 1342명의 교사가 응답했다"고 적어놓은 것이어서 오류 지적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조한경 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이 보고서는 역사 교사는 물론 다른 교과 교사도 응답한 것을 가려내지 못하고 이를 통계로 잡은 엉터리 연구 결과"라면서 "이런 기초적인 통계에서조차 오류를 갖고 진행한 이번 연구보고서를 신뢰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역사교사모임 "엉터리 연구 신뢰 어려워"... 평가원 "오류 아닌 계획 변경"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당초 설문의도대로 역사담당 교사만 참여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 일반교사까지 포함해 통계를 냈다"면서 "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을 기록하면서 '역사교사'라는 말 대신 '교사'라고 표현했다. '오류'나 '뻥튀기'가 아닌 계획 변경"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지난해 '교육부의 요구 공문'에 따라 교육과정평가원 소속 연구원 5명이 진행한 것이다. 내부 수시과제 연구비는 4000만 원이었다. 이 연구 결과 학부모들의 경우 교사들과는 상반되게 국정교과서 찬성 의견(56.2%)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반대 여론에 밀려 국정교과서 추진 발표를 미뤄온 교육부가 이 보고서를 '지렛대'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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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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