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만세에 알려주고픈 '진짜 돌고래 사랑법'

'슈퍼맨' 동물체험 장면 빈번... '쇼 동물' 고통 가려져

등록 2015.05.18 21:30수정 2015.05.18 21:30
8
원고료로 응원
주말 예능 프로그램 동시간대 시청률 부동의 1위, <슈퍼맨이 돌아왔다>. 본인 역시 애청자 중 한 명이다. 이런저런 화나고 골치 아픈 어른들 세상이 아닌, 정직하고 순수한 아이들 그리고 따뜻한 가족애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한·민국·만세를 필두로 보다 다채롭고 사랑스러워진 아이들 또 자녀를 돌보며 스스로도 성장해가는 부모들의 감동적 모습에도 불구, 이따금씩 심각한 표정으로 그들을 볼 때가 있다. 이유는 점점 빈번해지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만남' 때문이다.

a

돌고래 지느러미를 잡은 채 아들 대한이와 수영하는 배우 송일국 씨('슈퍼맨' 화면 캡처) ⓒ 이명주


민국이가 본 돌고래 모습은 '진짜일까?' 

지난 4월 말 75회차 <슈퍼맨>에서는 대한·민국·만세와 사랑이가 '돌고래 체험'을 했다. 제주도의 모 실내 테마파크에서 진행된 체험에는 아빠 송일국·추성훈도 함께했다. 그들은 살아있는 돌고래를 만지고 먹이를 주며 같이 수영도 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신나서 흥분한 모습이었다.

해당 프로에서 돌고래 체험을 방영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하차한 타블로와 하루 역시 이번과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체험을 했고, 사랑이는 이미 일본에서 돌고래쇼를 관람했다. 돌고래뿐 아니라 코끼리, 사자, 조랑말, 침팬지, 구렁이 같은 동물과도 같은 방식으로 만났다.

여기서 잠시, 돌고래의 '진짜 본성'에 대해 알아 보자. 돌고래는 수중 포유류로 갓 태어난 새끼의 몸 길이는 80~85센티미터, 성체는 2미터가 넘는다. 자연에서 이들은 자신의 가족과 더불어 많게는 일만 마리 이상의 동족과 무리생활을 하며 하루 최소 200킬로미터를 유영한다.

지능과 감수성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한 돌고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언어인 음파로 소통하며, 동료가 공격을 당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돕고,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 돌고래는 엄청난 충격과 슬픔을 느끼며 장례까지 치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a

사육사가 돌고래의 몸을 누른 채 송일국과 대한이에게 돌고래를 만지게끔 하고 있다. ('슈퍼맨' 화면 캡처) ⓒ 이명주


다시 <슈퍼맨>에서, 그날 방송 중 가장 우려스러웠던 장면은 물높이가 대한·민국·만세의 허리춤밖에 오지 않는 풀장에서 사육사가 돌고래 꼬리를 잡은 채 출연진들에 돌고래 몸을 만지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반 풀장으로 옮겨서는 무려 파이터 추성훈이 돌고래의 지느러미를 움켜잡고 튜브에 앉은 아이를 끌면서 함께 수영을 했다.  

역시 체험에 동참한 송일국씨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무 좋았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 보니까. 저도 같이 힐링이 되더라고요." 앞서는 이런 말도 했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동물원에 대한 두려움이 예전보다 없어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한번 도전하게 됐습니다"라고.

대한·민국·만세는 꿈에도 모를 '돌고래의 진심' 

물고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하루를 포함해 아이들은 생애 처음 혹은 다시 만난 돌고래를 시종일관 경이롭고 애정어리게 쳐다봤다. 하지만 그 모든 만남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이제부터 제주도 똥돼지를 먹기 전 동화 속 '돼지 삼형제'가 잡혀왔단 얘기에 슬픈 표정을 짓던 민국이는 절대 모를, 어쩌면 아빠 송일국도 모르거나 혹은 잊어버렸을 사실들을 알려주겠다.    

먼저, 진짜 고향인 바다가 아닌 사람이 만든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들은 대부분 원래 수명의 10분의 1밖에 살지 못한다. 처음부터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들은 살아남을 확률이 10마리나 20마리 중 1마리에 불과하다. 자연 상태에서 아가들의 생존률은 50% 이상이라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평생을 침대에서만 있는 것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모 매체에서 밝힌 미국 새크라멘토대학 연구진의 2006년 발표에 따르면 실내에서 울려퍼지는 음악, 사람들의 환호나 웅성거림, 환풍기나 정수시설 모두 돌고래에게는 스트레스다. 돌고래 전문가 캐시 킨스만은 "돌고래는 날이면 날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차례차례 짊어지고 헤엄친다. 돌고래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노동일 뿐이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체험 내내 대한·민국·만세와 사랑이가 신기해하며 재미있어 했던 돌고래의 "춤"과 "인사"는 절대 그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다. 돌고래를 포함 모든 동물들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건, 그에 앞서 상당 오래도록 그들 본성에 반하는 고통스러운 훈련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먹이주기 프로그램' 등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동물들이 죽는 경우도 있다.

a

일본에서도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를 만난 적 있는 사랑이('슈퍼맨' 화면 캡처) ⓒ 이명주


그럼 이런 '체험'이 동물에게만 괴롭고 해로울까? 역시 전문기관의 연구 발표 내용이다. 2004년 미국 해양동물위원회는 '인간이 해양포유동물과 접촉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치명적 영향이란 세균성 피부염이나 호흡기 질환 외에도 여러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을 의미한다.

최근 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2009년 불법포획된 이후 무려 6년 만의 극적인 귀환이다. 여기에는 동물의 입장을 공감하고 그들 삶을 존중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참에 <슈퍼맨> 제작진에 제안해본다. 다음번엔 뻔한 테마파크가 아닌 자연에서 훨씬 더 아름답게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동물들과 아이들의 만남을 주선해보는 게 어떨까?

<슈퍼맨> 방영 이후 해당 테마파크를 찾는 방문객들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소중한 아이들이 대한·민국·만세처럼 또 사랑이처럼 동물을 통해 신나는 경험을 하길 바라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하루이틀의 '체험'이 절대 진짜 동물과의 교감, 그들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끝으로 유명한 야생동물보호활동가 로브 레이들로가 그의 저서 '동물 쇼의 웃음, 쇼 동물의 눈물'에서 한 말을 소개하고 마치겠다.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을 하는 동물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동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가장 나쁜 점은 동물 쇼를 통해 야생동물을 접한 아이들이 동물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거나 애완동물로 삼아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사실이다.)"

a

불법포획된 지 6년 만에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태산과 복순 ⓒ 서울대공원 페이스북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돌고래들이 행복하길 바라세요? 그럼 아래 링크를 클릭해, 잔혹한 돌고래 포획과 수족관에서의 고통스런 삶을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해주세요.

http://www.animals.or.kr/newmain/board/event3.asp (주최 : 동물자유연대)
#슈퍼맨이돌아왔다 #민국돌고래 #하루돌고래 #제주도돌고래체험 #송일국훈육법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