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성폭행 당한 10세 소녀 낙태가 불법?

성폭행으로 임신한 파라과이 소녀 낙태 두고 국제사회 논란

등록 2015.05.11 08:12수정 2015.05.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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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의 성폭행으로 임신한 파라과이 10세 소녀의 낙태 허용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파라과이에서 10살짜리 의붓딸을 성폭행한 남성이 도피 끝에 붙잡혔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파라과이 경찰은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임신시키고 학대한 혐의가 드러나자 도망갔던 아버지 질베르토 베니테즈(42)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경찰은 딸을 잘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어머니까지 체포했다.

경찰은 혐의가 입증되면 최소 징역 15년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용의자는 "나는 절대 성폭행하지 않았다"며 "딸의 아이가 태어나면 친자 확인을 할 것"이라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파라과이 정부, 낙태 불허... 국제사회 비난

이번 사건이 파라과이를 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10살짜리 소녀의 낙태 허용을 두고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 수도 아순시온에서 사는 이 소녀는 지난달 갑자기 복통을 느껴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21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딸이 의붓아버지의 강간으로 임신했다며 낙태 수술을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산모의 생명이 크게 위험한 경우가 아니면 낙태를 엄격하게 불허하는 파라과이 법에 따라 낙태 수술을 거부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인권단체들이 파라과이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국제앰네스티는 "10살짜리 소녀가 성폭행에 의한 임신으로 이미 고문에 가까운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파라과이 정부는 성폭행 피해자가 더 큰 고통을 감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낙태 허용을 촉구했다.

파라과이의 안토니오 바리오스 보건장관은 "산모의 건강이 위험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으로써는 이 임신이 중단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바리오스 보건장관은 "만약 낙태가 허용되더라도 이미 임신이 상당히 진행되어 (낙태를 하면) 오히려 산모가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다만 산모의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심리 치료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파라과이에서는 성폭행으로 인한 미성년자의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파라과이를 비롯해 중남미의 보수 가톨릭 국가들은 낙태를 전면 금지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아직 신체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 소녀의 출산은 아주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에서 매년 200만 명에 달하는 14세 이하 소녀가 출산하고, 이들 가운데 약 7만 명이 사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서도 중남미에서 16세 미만의 산모 사망률이 20대 초반의 산모보다 4배 이상 더 높아 파라과이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파라과이 #낙태 #성폭행 #중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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