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의원직 상실... 법원, 헌재 결정 뒤집을까

통합진보당 해산 2라운드... 국회의원 지위 확인소송 시작

등록 2015.05.12 16:24수정 2015.05.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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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 결정이 낳은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여기에 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옛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법원의 판단을 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그 답을 찾기 위한 첫 번째 재판을 열었다. 원고는 옛 통합진보당 소속 김미희·김재연·이상규·이석기·오병윤 전 국회의원, 피고는 헌재 결정에 따라 그들에게 의원직 상실을 통보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이날 양쪽 당사자 모두 불출석했지만, 법률대리인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다.

옛 진보당 의원들의 법률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는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헌재 스스로 결정문에 "해산결정으로 위헌정당이 해산되는 경우에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그 의원직을 유지하는지 상실하는지에 대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썼듯, 의원직 상실 결정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는 "1987년 헌법 개정 때 (정당해산을 도입하면서도 의원직 상실 관련) 별도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국회의원 지위와 정당해산은 별개라는 것을 확인해준다"고 덧붙였다.

반면 선관위 쪽은 "헌재의 결정은 타당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 자체가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도 없고, 원고들의 청구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선관위 쪽 법률대리인은 "명문 규정은 없지만 의원직 상실은 헌재 사법권 행사의 일종이고, 국가기관 사이에는 다른 기관의 헌법적 권한 발동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헌재 결정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판례도 언급했다.

판례 등은 불리... 옛 진보당, 뒤집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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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통합진보당 의원단 외신기자 간담회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김미희(사진 왼쪽부터), 이상규, 오병윤, 김재연 전 의원이 지난 1월 5일 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원직 상실 관련 법적대응 뜻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실제로 행정법원은 헌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에 '판단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한 적이 있다. 2008년 9월 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헌재 결정을 기각해달라는 배아무개씨에게 각하판결을 선고했다. 행정소송법 2조가 정한 항고·당사자소송은 행정청이 한 처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법기관인 헌재의 결정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옛 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은 상대방이 선관위, 즉 행정청이다. 2008년 판례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의원직 상실 통보는 행정청의 처분이라기보다는 헌재 결정의 후속조치라는 점 역시 진보당 의원들에게 불리한 요소다.

그럼에도 이 사건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이고, 한국에서 연구도 부족한 부분이기에 옛 진보당 쪽은 쟁점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천낙붕 변호사는 "이 쟁점 자체가 우리나라 초유의 사건이고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며 "서로의 이해력에도 부족한 점이 있어서 전문가 증인을 불러 증언을 듣는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옛 진보당 쪽은 정당해산심판제도 관련 논문을 쓴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증인으로 검토 중이다.

팽팽하게 맞서는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모두 들은 재판부는 "헌법에 정해진 바는 없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라며 "다음 서면에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답변해달라"고 부탁했다. 옛 진보당 의원들의 국회의원지위확인소송 2차 변론기일은 6월 30일 오전 10시 1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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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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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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