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불행을, 불행은 행운을 불러온다

[베트남 디엔비엔푸 자전거 기행④] 손라에서 디엔비엔푸까지

등록 2015.05.14 11:08수정 2015.05.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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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를 돌려 논에 물을 넣는 친환경 농사 ⓒ 이규봉


아침에 숙박비를 계산하려고 하니 자그마치 180만 동이란다. 방 하나에 90만 동이다. 보통 방의 3배다. 깜짝 놀라 확인해 보니 어제 방값을 확인한 고 원장이 달러를 베트남동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50달러를 50만동으로 잘못 봤다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비싼 호텔에서 잤다. 하지만 아침 식사는 방값에 어울리게 뷔페로 아주 잘 나왔다. 하지만 내게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배에 이상이 있어 많이 먹을 수가 없으니.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어제 내려오면서 즐겼던 기분은 오늘 올라가는 것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해발 600미터인 손라에서 이번 여행에서 최고 높은 1400미터까지 자그마치 800미터를 더 올라가야 한다.


한 40킬로미터까지는 완만히 올라 한 고개를 넘었다. 63킬로미터 지점에서 언덕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고개마루의 높이는 GPS 측정 1444미터다. 가파른 고개를 올라온 대가로 고개마루에서 뚜앙지아오(Tuan Giao)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그 거리가 17킬로미터나 됐다. 마을이 작아서인지 호텔이란 상호를 달은 숙소는 찾지 못 했다. 허름한 칵산(kach san)에서 짐을 풀었다. 말이 좋아 칵산이지 시설은 나응이보다도 못 했다. 하지만 숙박료 25만 동치고는 괜찮았다. 침구도 깨끗했다.

저녁을 먹으러 책자에서 본 식당을 물어물어 찾아갔으나 문을 닫았다. 돌아오다 보니 건너편에 큰 식당이 보였다. 가보니 단체 손님을 받는지 수많은 탁자들에 음식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저녁을 먹을 수 있겠냐고 하니 미리 차려진 탁자 하나를 우리에게 내주었다.

잘못된 지도로 엄청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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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600미터에서 1400미터까지 계속 올라간다. ⓒ 이규봉


자전거 주행 마지막날이다. 오늘도 날씨는 흐렸다. 주행하는 내내 햇살을 거의 보지 못했다. 북부의 찬 공기가 내려와 깔려 움직이질 않는 것 같다. 매일 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오늘은 1000미터 높이의 고개 하나만 넘으면 됐다.


출발 지점이 해발 600미터이니 400미터만 더 올라가면 디엔비엔푸까지 계속 내리막이 이어진다. 40킬로미터 지점부터 올라가는 데 경사가 예상보다 급해 보인다. 400미터의 높이를 올라가는 데 그 거리가 단 8킬로미터였다.

고개마루부터 약 32킬로미터는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이번 여행의 목적지 디엔비엔푸에 도착했다. 호아빈에서 총 거리가 400킬로미터나 됐다. 하루에 60 또는 80킬로미터를 달려 6일 만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호텔을 찾아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은 지도에서 가르키는 곳으로 갔으나 호텔이 나타나질 않는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완전히 다른 곳을 일러준다. 알려주는 그 말이 의심쩍어 지도에 있는 곳을 몇 번 왕복한 뒤에야 지도에 잘못 표기된 것으로 생각해 사람들이 일러주는 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 거리가 너무 멀어 도심을 벗어났다. 마침내 찾고 보니 오늘 우리가 오던 길 근처에 있는 커다란 리조트였다. 지도가 정확하였다면 도심에 들어오기 전에 쉽게 찾아 푹 쉴 수 있었을텐데. 일찍 디엔비엔푸에 도착한 보람도 없이 호텔에 늦게 도착한 우리는 완전히 기진맥진 해 있었다.

호텔에 들어서니 한 종업원이 자전거를 받아간다. 피곤해서인지 어디로 갖고 가는 지 확인도 안 했다. 이 작은 실수가 호텔에서 나오는 날 큰 사단을 일으킨다. 그러다 보니 점심때를 놓쳐 저녁 겸 점심을 호텔에서 함께했다.

불행,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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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5월 7일 디엔비엔푸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는 홍보판. 왼쪽이 지압 장군, 오른쪽이 호찌민 ⓒ 이규봉


여행하기 전부터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디엔비엔푸에서 하노이 가는 버스가 제 시간에 있고 자전거 휴대가 가능한지였다. 그래서 현지인을 통해서 여러 번 알아보았으나 만족할만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버스터미널에 가보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알아본 우리 정보와 틀렸다. 시간은 맞는데 침대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리는 비록 400킬로미터이나 곳곳에 다 들렸다 가므로 그 시간이 자그마치 13시간이나 걸린다.

그러니 그 오랜 시간을 의자에 앉아 갈 수는 없어 이틀 후 오전 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매했다. 만일 홈페이지에서 알아본 대로 침대차였다면 분명 오전 5시 차를 예매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가 틀린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 출발하는 날 터진다.

세상 일이란! 나쁜 일을 당했다고 주눅 들 필요 없고, 좋은 일 생겼다고 자만할 일 없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참으로 실감난다.
#새옹지마 #잘못된 지도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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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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