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쌈짓돈' 전락한 국회 특수활동비 개선책 나올까

사적 유용 논란 커지자 여야 모두 대책 마련에 나서

등록 2015.05.20 11:39수정 2015.05.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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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현직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이 국회 특수활동비를 각각 생활비와 아들 유학비로 썼다고 고백해 '사적 유용'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야 원내 지도부가 국회 특수활동비 집행 등을 적극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직접 만나 개선책을 논의하겠다고 20일 말했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대책단을 꾸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김태호 최고위원 "국회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 용서받을 수 없어"

먼저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0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된 업무수행 경비를 개인 용도에 사용했다는 고백이 있어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라며 "그간 국회가 해온 일을 보면 국민들의 비난을 들어도 마땅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최고위원은 "국회가 국정감사 때 단골로 요구하는 자료가 피감기관장과 임원의 업무추진비 명세서나 영수증이다"라며 "이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하고,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낙마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이렇게 다른 기관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국회가 정작 본인들을 제대로 감시·통제하지 않고 있다"라며 "국회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은 용서받을 수 없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은 "모든 기관들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는데 국회도 모든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과 영수증을 첨부해 인터넷에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국회의장 찾아가 개선책 진지하게 논의하겠다"

또한 김 최고위원은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의 인터넷 공개에 이어 '정당 국고보조금 감사원 감사 청구'를 제안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당의 예산 집행도 투명하고 제대로 통제받아야 신뢰를 높일 수 있다"라며 "새누리당이 360억 원, 새정치민주연합이 340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지만 감사원 감사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물론 정당법에 따라 중앙선관위가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을 조사할 수 있지만 정당개혁 차원에서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새누리당만이라도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것을 우리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회와 정당 혁신에서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당 지도부가 면밀하게 검토해서 실천방안을 마련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김 최고위원의 제안에 유승민 원내대표이 적극 호응했다. 그는 국회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 문제와 관련해 "원내대표로서 국회의장을 찾아가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라며 "국회의장 차원과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어떤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논의해서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무총장은 김 최고위원이 지적한 정당 예산 집행의 투명성 등을 당 대표에게 전달해 당 대표가 정당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처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새정치연합 "제도개선책을 마련할 대책단 발족"

야당에서도 국회 특수활동비 개선책을 마련할 조직을 발족시킬 계획이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특수활동비가 현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감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새정치연합이 솔선수범해 특수활동비의 효용성을 높이고 국민 의혹도 해소하기 위해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대책단을 발족하고 제도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정부 각 부처가 사용하는 모든 특수활동비를 점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회에 한정하지 않고 각 부처에 배정되고 있는 특수활동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특수활동비 자료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제출하지 않고 있다"라며 "(내년도) 예산심사에 정부 특수활동비를 중점 심사해 국민 의혹을 해소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경선자금 1억2000만 원의 출처와 관련해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어서 매달 국회 대책비로 4000~5000만 원씩 나왔는데 그것을 현금화해서 쓴 뒤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라고 해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하면서 받은 국회 대책비를 현금화해서 갖고 있다가 개인 돈과 합쳐서 캐나다로 유학 간 아들에게 보냈다"라고 고백했다.

홍 지사와 신 의원이 언급한 '국회 대책비'란 국회에 배정되는 특수활동비의 일부다. 국회 특수활동비는 각 상임위원회 활동과 운영 지원, 입법정책 개발 지원 등에 쓰인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장과 특위위원장 등에게 직책비나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다.

올해 정부가 각 부처에 배정한 특수활동비는 총 8811억 원에 이른다. 국회에는 83억9800만 원이 배정됐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적 유용'의 불씨를 안고 있는 예산이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1년부터 특수활동비를 업무추진비로 전환해 사용 내역을 공개해왔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국회 특수활동비 #김태호 #유승민 #이종걸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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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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