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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31일, 5월의 마지막 날이다. 고로 내일부터는 올해의 절반에 해당하는 6월에 접어든다. 내일부턴 또 근무복이 하복(夏服)으로 바뀐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와이셔츠부터 다렸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고 열이 전달된 다리미로 옷을 다리자니 마치 구겨진 내 마음까지 올바로 쭉 펴지는 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면서 보니 이번 달 역시 단 하루도 결석 없이 서른하고도 하루를 모두 개근(皆勤)하는 개가(凱歌)를 이뤄냈다. 따라서 이제 5월의 개근상만 기다리면 된다. 왜? 1등 개근상은 자그마치 10만 원 권 상품권을 받을 수 있으니까!
물론 여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터여서 그 1등의 느낌을 쉽사리 전달하긴 어렵다. 그러나 '개근상'의 각별함과 의미는 기실 남다른 부지런과 열심이 담보돼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때문에 개근상에 대한 소회는 나 역시 각별할 수밖에 없다.
개근상의 수상은 시르죽은 사람마저 금세 활력 만발로 치환할 수 있는 어떤 묘약인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잔입(자고 일어나서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아니한 입)임에도 마치 진수성찬을 먹은 것 이상의 포만감까지를 선사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야근이다. 그래서 다시금 오후 5시 반까지는 출근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경비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난 4년 전부터 이 시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리곤 남들보다 최소한 1시간 일찍 출근하는데 이젠 그 습관이 아예 고착화됐다.
내가 그처럼 일찍 나가면 오매불망 나만 기다리고 있던 동료경비원은 그에 걸맞게 한 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다. 말이 좋아 한 시간이지 그 한 시간이면 못할 게 없다. 우선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불과 30분 안에 마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글, 예컨대 200자 원고지 6매 분량의 글을 두 개 완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 쉰에 사이버대학에 들어가 만학(晩學)을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은 오프라인 강의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참석해보니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처음엔 서먹서먹하여 함구했으나 두 번째 강의를 마칠 즈음엔 자청하여 교수님께 한 마디 했다. "멀리서까지 오시어 수고하시는데 그냥 보내드리는 건 예의도 아니고 하니 가까운 데 가시어 소주 한 잔 하고 가시죠!" 교수님의 입이 금세 귀에 가 붙었다.
동기들과 우르르 근처의 순댓집에 가서 안주와 술을 시켰다.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에 갈 요량에 밖으로 나오니 반장이 된 동기가 따라 나왔다. 그러더니 나 혼자서 술값을 다 내면 부담될 터니 각자 1만 원씩 더치페이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럼 너무 고맙지~!!' 하여간 그로부터 오프라인 강의가 끝나면 반드시(!) 뒤풀이가 정례화 되었는데(그것도 3년 동안이나) 그건 물론 나의 제안으로부터 기인한 일종의 '행사'였다. 졸업식날 별도의 개근상은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석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대신에 졸업장 외 학업우수상을 받았기에 나의 기쁨은 배가되었다. 경비원이란 직업은 딱히 공휴일과 휴가도 없다. 무단결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그럼 자동으로 해고된다)
따라서 개근은 당연하다. 그래서 말인데 '개근상'은 안 줘도 괜찮으니 대신에 내가 꼭 필요로 하는 날, 예컨대 지인의 관혼상제가 있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의 내 근무일 하루라도 눈감아 주는 그런 아량만이라도 회사서 보여줬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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