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있게 "가솔린", 여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남미편 ①] 다시 배낭을 메고,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백패킹

등록 2015.06.14 10:23수정 2015.06.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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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10대 낙원'으로 꼽은 '토레스 델 파이네'가 있습니다. 이곳은 세계 3대 트레일 가운데 하나로도 꼽히죠. 또한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여행지였습니다. 이 두 곳이 내가 남미 여행을 떠난 이유였죠. 잊을 수 없는 남미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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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꿀맛 같던 '남미사랑'의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배낭을 멨다. 출발 전 스페인어 과외 선생님은 내 뺨에 입을 맞추며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전화하라고 당부했다. 오랜만에 묵직한 배낭이 양쪽 어깨에 얹히자 야릇한 느낌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오후 6시쯤 현지의 숙소를 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보니 퇴근 시간에 보기 좋게 걸려 버렸다. 아슬아슬하게 터미널에 슬라이딩한 시간은 저녁 6시 56분. 예매해둔 차는 7시 출발이었다. 앞뒤로 배낭을 메고 승강장을 향해 부리나케 뛰었다. 이번 여행은 거의 모든 짐을 갖고 떠나는 길이었다. 뒷머리 위로 훌쩍 솟은 큰 배낭이 좌우로 흔들렸다. 헐떡이는 숨을 참으며 비칠비칠 바릴로체행 버스 승강장에 도착했다. 트레킹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등골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출발시간 1분 전까지 보이지 않는 버스... 대체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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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버스 남미버스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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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출발 시각 1분 전. 그런데 있어야 할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남미에서 예정 시간보다 빨리 버스가 출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남미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 시계바늘이 잘못 맞춰져 있지도 않았다.

"바릴로체 부스(Bus)! 바릴로체 부스!" 회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표를 보여주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사색이 된 내 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느릿한 어조로 "딜레이"라고 말했다. 팔다리가 늘어지며 휘청거렸다.

"된장할!"


망할 놈의 버스 회사 직원은 정확한 출발시각은 모른다며 그냥 기다리란 소리뿐이었다. 무작정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렸다. 10분, 20분, 30분... 결국 한 시간이 지나서야 바릴로체행 버스가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승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게스트하우스의 온실 속 화초 같은 생활에선 맛보려야 맛볼 수 없는 짜증이 '쓰나미'가 돼 밀려왔다.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는 걸 보니 진짜 여행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좌석은 '까마'(일종의 VIP석)였다. 역시 이구아수에 갈 때 이용한 '세미까마'(일종의 우등석)보다는 승차감이 월등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있자 저녁이 나왔다. 또 고기였다. 질리게 먹은 고기였지만 절대 질리지 않는 것도 고기였다. 그렇게 밥을 세 번 먹고 22시간을 달려 남미의 스위스 '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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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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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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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여행안내소 왼쪽 편에 높게 솟은 건물 하나가 보였다. '천사(1004호) 호스텔'로 알려진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빌딩이었다. 내심 인기 있는 숙소라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비수기여서 그런지 빈자리가 많았다. 도미토리 하루 방값은 65페소.

체크인하고 통유리로 된 발코니에 서보니 해거름 아래서 바릴로체 전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졌다. 분명 스위스 인터라켄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었다. 신이 지구를 만들 때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땅 중에서 바릴로체의 아름다움은 단연 발군이었다. 긴 버스여행의 피로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튿날 제일 먼저 국립공원 안내소를 찾았다. 바릴로체 산군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일주일짜리 트레킹 코스를 문의하니 눈이 녹지 않아 길이 폐쇄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방된 트레킹 코스는 모두 당일 코스뿐이었다. 캠핑장을 끼고 있는 곳도 몇 군데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림 같은 산수 속에 풍덩 빠지고 싶었다.

장비점을 찾아 나섰다. 백패킹을 위해선 무엇보다 기름 버너 연료가 필요했다. 출발 전 부에노스아이레스 백구촌에서 이것저것 음식을 준비했기 때문에 부식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행히 바릴로체엔 전문 아웃도어 용품점이 여럿 있었고, 어렵사리 화이트 가솔린을 준비했다.

배낭 속에서 아껴두었던 부식 거리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져온 햇반·라면·야채참치와 바릴로체 마트에서 구매한 와인·사과·바나나·요구르트·초코바·샌드위치까지….

차곡차곡 장비와 부식 거리를 패킹해보니 배낭은 놀라울 정도로 컸고, 준비한 음식은 민망할 정도로 적었다. 고기를 살까도 생각했지만, 고기를 계속 먹다가는 '고지혈증'이나 통풍에 걸려 세계 일주 중단 사태가 올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에선 고기가 아니면 밥을 먹은 것 같지 않은 상태가 계속됐다. 마트 정육점 앞을 서성이다, 장고 끝에 고기는 한 번 쉬어가기로 했다.

잠시 한국의 '먹방'이 그리웠지만... 이국적 산세에 감탄

최소한의 음식으로 백패킹을 준비하고 보니 배낭이 괴나리봇짐처럼 가벼웠다. 한국의 '먹방' 야영이 살짝 그리워졌다.

한국에서 종종 백패킹할 때면 삼겹살은 기본이고, 계절에 따라 배낭 속에서 각종 해산물이 살아 펄떡거릴 것 같은 자태로 기어 나오기 일쑤였다. 먹어도 줄지 않을 것 같은 엄청난 양의 산해진미는 밤이 깊어 가면서 어느 순간 위장 속으로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얼린 소주·맥주가 모자라면 묵직한 2ℓ 짜리 소주병이 테이블 위에 오르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숙취로 짧은 하산을 하게 되고, 몸속에 저축해 놓은 칼로리는 그대로 집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한다. 가끔 산에 다니고 살이 쪘다는 분을 만난다. 단순한 이치다.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게 없기 때문이다.

바릴로체 센뜨로에서 50번 버스를 타고 종점 '비샤 로스 꼬리후에스'(Villa los Coihues)에서 하차했다. 여기서 20분 정도 걸으면 캠핑장이 나온다고 했다.

비포장길이 시작됐다. 길 한쪽으로 그림 같은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고급 저택을 구경하며 20분 정도 걷다 보니 듣던 대로 캠핑장 입구가 나왔다. 어프로치가 이렇게 짧은 백패킹이라니... 겸연쩍은 웃음이 나왔다.

"올라! 깜핑?"
"씨~"

관리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얼굴 위에 그린벨트 구역을 정하고 한 치 훼손 없이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덩치는 거대한 소주병 같았다. 하지만 험상궂은 생김새와 달리 캠핑장을 한 바퀴 돌며 야영장 사용에 대해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캠핑장 이용료는 하룻밤에 35페소. 사이트마다 화덕과 전기 콘센트가 있고, 샤워장까지 갖춘 괜찮은 캠핑장이었다. 심지어 캠핑장 사무실 가까운 곳에 텐트를 치면 와이파이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책 몇 권 읽으며 2~3일 푹 쉬어가기엔 흠잡을 때 없는 장소였다. 무엇보다 호수와 바로 연결되는 친환경 구조가 마음에 쏙 들었다.

파도가 잔잔하게 찰싹이는 호숫가 옆에 텐트를 쳤다. 야영 준비를 대충 끝마치고 다시 아저씨를 찾아 나섰다. 캠핑장 주변으로 멋들어진 트레킹 코스가 있었다. 경험자에게 현재 상황에 맞는 적당한 코스를 추천받고 싶었다.

아저씨는 이곳에서 제일 높은 곳까지 보통 4~5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음을 뜻하는 '이엘로'(Hielo)란 단어를 몇 차례 언급했다. 아이젠도 없는 상황에서 눈과 얼음이 있는 초행길은 무리였다. 가벼운 하이킹이 제격이었다. 여행 시작부터 무리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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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조언을 듣고 숲길로 접어들자 TV에 나올 법한 이국적 산세가 펼쳐졌다. 낙엽이 두툼하게 깔린 길은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붓거리며 걸음을 옮기자 캠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작은 폭포를 만났다. 생각보다 이정표가 잘 표시돼 있어 초행길의 불안도 덜했다.

폭포를 지나자 편하게 누워 있던 길이 고개를 빳빳하게 세웠다. 북한산 위문 직전에서 거친 숨을 몰아쉴 때처럼 가파른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와인과 소고기에 중독된 몸이 어느 정도 망가졌는지 테스트할 겸 빠른 걸음으로 쉬지 않고 경사를 올랐다. 초반에는 그런대로 지구력이 남아 있는 줄 알았다. 그러다 오뉴월 더위 먹은 개처럼 헐떡이며 끝날 줄 모르는 경사에 저주를 퍼부었다. 꾸역꾸역 발걸음을 떼며 어렵사리 뷰포인트에 올랐다.

이곳에서 풍경보다 먼저 눈을 사로잡는 분이 계셨으니. 바로 지구 반대편에서 동양의 명상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도인(?).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사람은 한 아주머니였다. 중학교 시절 김용의 <영웅문>을 읽기 시작한 내게, 지그시 눈을 감고 단전에 손을 모으고 있는 아르헨티노는 신비함 그 자체였다.

그녀의 '운기행공'(運氣行功)에 방해가 될까 싶어, 단전에 기를 모으고 경공술의 일종인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 내 형편없는 경공술을 알아차렸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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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남미 도인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주목 군락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눈이 소복이 쌓인 한겨울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텐트를 쳐 놓은 호숫가가 아스라이 내려다보였다.

옥색 물결 위에 부서지는 햇살이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것처럼 눈부셨다. 멀리 배 한 척이 보석같이 빛나는 물살을 가르며 이랑을 만들어 냈다. 바릴로체는 양파껍질같이 새로운 모습의 연속이었다.

그 사이 운기행공을 마친 아주머니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녀가 그윽하게 명상에 빠졌던 자리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Spend all your time~ Waiting for that second chance~ For the break that will make it okay~."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의 '엔젤'이 바릴로체의 이름 모를 산 중턱에서 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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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텐트로 돌아와 일용할 양식을 테이블 위에 하나씩 꺼내 올렸다. 사진을 찍고 보니 그럴싸해 보이긴 했다. 짧은 트레킹의 여운이 남았는지 미니 와인을 2병만 챙긴 게 후회막급이었다. 이 정도 풍경이면 알코올을 무한 흡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햇반과 참치캔 그리고 과일로 안주상을 차렸다. 아쉬운 밤이었다. 그렇다고 더 먹을 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텐트를 덥석 찾아가 고기를 달라고 할 용기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입맛을 다시며 따뜻한 침낭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눈을 떴다. 따사로운 태양빛이 서늘한 아침 공기를 타고 텐트를 비집고 들어왔다. 눈이 부셨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텐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앗!"

태양이 반짝이는 황금 비늘을 호수 위에 털어놓고 있었다.

[깨알정보] '꿀팁', 리프트 타면 절경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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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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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스위스 이민자가 개척한 바릴로체는 10만 명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로 아르헨티나 최고 휴양지로 손꼽힌다. 여름에는 트레킹·승마·카약 등을, 겨울에는 스키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초콜릿으로 유명한 도시답게 초콜릿 상점 안은 항상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특히 바릴로체는 본문에 소개한 캠핑장 말고도 트레커에게 천국 같은 길을 내준다. 이곳을 방문했다면 '샤오 샤오 호텔'(Llao Llao Hotel)근처 '쎄로 샤오 샤오'(Cerro Llao Llao; 1056m)까지 걸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비경 중의 비경이 펼쳐진다. 이 코스는 도심에서 샤오 샤오 호텔까지 버스가 운행하기 때문에 접근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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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돌아오는 길에는 '세로 오토'(Cerro Otto)·'세로 캄파나리오'(Cerro Campanario) 등에서 리프트를 타보자. 이곳에 오르면 바릴로체 산군이 파노라마처럼 돌아가는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감동적 경치가 환상적이다. 전망대는 카페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한껏 여유를 부려도 좋다.

이렇게 트레킹과 전망대를 패키지로 묶으면 아주 괜찮은 하루짜리 코스가 완성된다. 단, 샤오샤오 호텔 근처에서 트레킹을 즐기려면 도시락 준비는 필수다.

팁이 하나 더 있다. 바릴로체 1004 호스텔 근처 공원에 가면 남미식 햄버거 '추라스꼬'(Churrasco)를 맛 볼 수 있는데, 그 맛과 양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에필로그] 가솔린과 가솔리나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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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릴로체 바릴로체 ⓒ 김동우


바릴로체로 떠나기 전 가솔린을 구하기 위해 장비점을 찾았다.

"가솔린?"

자신감 있게 기름을 달라고 했다. 당연히 영어가 통할 줄 알았다.

"???"

점원은 눈꼬리를 치켜뜨더니 두 눈을 말똥말똥 깜박였다. 소통이 될 거란 어설픈 판단이 산산이 부서졌다.

"가! 솔! 린!"

다시 한 번 또박또박 기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꼭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에 걸린 환자같이 더욱 일그러졌다.

"음흠… 깜핑, 깜핑! 가솔린!"

스페인어는 발음기호 없이 그대로 읽으면 통하는 단어가 많았다. 물론 캠핑이 스페인어로 깜핑인지는 알 턱이 없었다.

"@#$%&?"

그녀는 영어를 내뱉는 내게 스페인어로 응징했다.

"깜! 핑! 가~ 솔~ 린~"

아주 천천히 그리고 간곡히 한 번 더 사정을 할밖에 도리가 없었다.

"음…. 가솔리나(Gasolina)!?"
"가솔리나… 음… 씨(Si)~! 씨~!"

순간 스페인어로 가솔린이 가솔리나란 걸 직감했다. 그녀는 영어를 스페인어로 동시통역하는 순발력으로 한순간에 내 답답함을 해소해 주었다. 이제야 이야기가 술술 풀릴 것 같았다.

"도스 꾸아드라 데레차."
"헉!"

어렵사리 뜻이 통했지만, 그녀는 가진 게 없다며 두 블록 가서 우회전하면 다른 상점이 있다고 했다. 왼쪽(Izquierdo), 오른쪽(Derecha), 직진(Derecho) 등의 스페인어는 남미를 여행할 때 꼭 알고 있어야 할 필수 단어다. 난 그녀 말을 100% 이해하고 어려움 없이 다음 장비점을 찾아내는 놀라운 듣기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다른 상점을 추천받은 것보다 스페인어가 들린다는 사실이 더욱 기분 좋았다. 스페인어는 버터에 치즈를 뿌리고 식용유를 두른 영어와는 차원이 달랐다. 문법이야 어찌 됐든 그냥 있는 대로 말하고 읽으면 됐다.

하지만 그녀가 가보라는 상점에도 내가 찾던 화이트 가솔린은 없었다. 'OTL' 달리 방법이 없어 주유소로 발길을 돌렸다.

"가솔리나~?"

조금 전 주워들은 스페인어라곤 도저히 생각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네이티브 발음을 구사해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버너 기름통에 차량용 휘발유를 쏟아 부었다. 한국 돈으로 500원쯤 되는 돈을 주고 셈을 치렀다.

"그라시아스~ 세뇨리따~아!"

기름 버너를 갖고 세계 일주를 떠난 건, 가스보다 기름을 구하기 쉬울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막상 여행을 해보니 한국에서 사용하는 버너 가스통은 산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온이 낮은 고산에서 화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가스버너는 내 계획에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다.

기름 버너를 들고 여행을 떠날 분들이라면, 화이트 가솔린 전용 기름 버너는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화이트 가솔린을 포함해 차량용 휘발유·등유 등까지 사용할 수 있는 멀티형 버너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아르헨티나여행 #남미여행 #바릴로체 #세계일주 #백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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