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인도네시아 향신료의 향연을 맛볼 수 있는 곳

[인도네시아 기행 21] 우붓(Ubud) 잘란 라야 우붓(Jalan Raya Ubud) 기행

등록 2015.06.02 11:01수정 2015.06.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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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의 대표적인 휴양지 우붓(Ubud)의 낮 시간은 작렬하는 태양으로 인해 그늘과 에어컨만을 찾을 정도로 덥다. 뿌리 루키산(Puri Lukisan) 미술관을 나와서 우붓의 중심거리인 잘란 라야 우붓(Jalan Raya Ubud)을 걷는데, 어느 한 카페에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수나 맥주 한 잔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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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루나 식당 우붓의 서양 여행객들이 한가롭게 식사를 하며 쉬는 곳이다. ⓒ 노시경


길을 걷다 보니 까사 루나(Casa Luna)라는 이름의 크고 시원스러워 보이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왕궁과 미술관을 둘러보느라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도 쉬어가기로 했다. 이 식당은 1970년대에 발리에 정착한 호주인이 만든 식당이다. 식당의 입구에서부터 우붓의 전통복장을 입은 남녀 목각인형이 정성스럽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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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목각인형 발리 전통 복장을 입은 목각인형이 반갑게 손님을 맞고 있다. ⓒ 노시경


복층 구조인 이 식당은 예쁘고 쾌적하다. 식당의 서쪽과 남쪽은 우붓의 숲을 향해 시원스럽게 뚫려 있다. 계단으로 연결된 카페 2층의 목재 천장이 높고 천장에는 선풍기 팬이 내 마음을 아는 듯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입구는 좁아 보이는데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놀랍도록 많은 자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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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루나 복층 구조의 까사 루나는 공간이 시원하게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노시경


1층은 잘란 라야 우붓 거리에서 보면 지하인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지상이 보이는 구조이다. 식당 안의 벽면에 걸린 발리의 여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들이 원하면 돈을 내고 사 갈 수 있는 그림들이다. 많은 유럽인들이 발리의 녹음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한가롭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발리를 찾는 외국인들의 평이 좋은 곳이어서인지 손님들은 대부분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이 서양인들은 이곳에서 관광지의 번잡함이 아닌 여행지의 한가함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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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루나 식당의 벽면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는데 손님들이 살 수도 있는 그림들이다. ⓒ 노시경


이곳은 발리 요리, 이태리 요리, 인도의 탄두리 치킨이나 베트남의 스프링 롤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과 매일 굽는 빵을 파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요리교실까지 운영하는 곳이니 당연히 인도네시아 음식에 강점이 있는 곳이다. 우리는 바람이 잘 통하는 지하층의 한 좌석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를 주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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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루나의 여행자들 우붓의 더위를 피해 여유있게 대화를 나누는 여행자들이 많다. ⓒ 노시경


더위와 갈증에 지친 우리는 시원한 딸기 주스와 함께 빈탕(Bintang) 맥주를 주문했다. 딸기 주스에는 파인애플 조각과 선인장 조각이 예쁘게 장식되어 함께 나왔다. 음료수의 장식에도 한껏 신경을 쓰는 발리의 문화를 보여준다. 발리의 대표맥주인 빈탕과 함께 나온 맥주잔은 시원한 맛이 날아가지 않도록 냉장처리 되어 나온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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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주스 더위와 갈증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발리의 주스는 시원한 청량제이다. ⓒ 노시경


나는 더위는 다 물러가라는 듯이 벌컥벌컥 맥주를 마셨다. 빈탕 맥주는 인도네시아어로 '별'이라는 뜻의 맥주인데, 요새 인도네시아에서도 판매가 급격하게 늘 정도로 인기 있는 맥주이다. 더위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릴 정도로 시원한 맥주다. 아내는 편안하게 선풍기 팬 바람을 맞으며 주스를 마시는 이 순간이 너무 편안한 모양이다. 빈탕 맥주 한 잔을 여유있게 즐기는 것도 발리를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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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탕 맥주 열대 나라의 맥주들은 더위 탓인지 어느 맥주보다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 노시경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쉬다가 피로가 풀리자 다시 잘란 라야 우붓 거리로 나왔다. 우붓의 대표적인 거리답게 잘란 라야 우붓거리에는 예술의 향기가 물씬 흐른다. 힌두교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발리의 신들은 그림 가게를 점령하다시피 가득하고, 이 신들의 신화를 외국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공연장들도 성업 중이다. 한 도시의 가장 중심가에 자리잡는다는 스타벅스 커피도 발리식 대리석 건물의 외관 속에서 커피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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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의 그림가게 우붓의 거리로 나서면 예술의 도시, 우붓의 그림가게가 계속 나타난다. ⓒ 노시경


잘란 수웨트라(Jalan Suwetra) 거리로 접어드니 우붓 왕궁 맞은편에 우붓의 유명한 식당, 이부 오카(Ibu Oka)가 나온다. 우붓의 대표적인 전통요리인 돼지통구이, 바비굴링(Babi Guling)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발리는 돼지고기를 먹고, 돼지고기 요리 중에서도 이 돼지 바비큐가 가장 유명하다. 새끼돼지 배속을 비우고 그 안에 각종 향신료를 넣은 후 여러 시간을 통째로 돌리면서 직화로 굽는 요리이다. 식당 안은 인종 집합소같이 다양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우붓의 가장 유명한 맛집이지만 위생 상태는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부 오카의 주 메뉴 중의 하나인 바비굴링 피샤(Pisah)를 주문했다. 튀긴 돼지고기인 고렝안(Gorengan), 돼지 살코기인 다징(Daging)과 함께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전통 요리이다. 나는 돼지고기에 양껏 뿌려진 향신료가 입에 맞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 밥과 국이 있는 메뉴를 골랐다.

조금 후에 나온 바비굴링 피샤를 보니 아기돼지 튀김과 살코기, 삶은 감자 위에 향신료가 가득 뿌려져 있다. 아기돼지의 각 부위에서 떼어낸 고기와 밥을 소스에 비벼먹는 음식인 것이다. 아내는 바비굴링 피샤의 첫 모습을 보더니 이 음식이 정말 우붓의 대표음식이냐고 의문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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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굴링 피샤 우붓 특유의 이 돼지고기 요리는 향신료의 맛이 아주 강하다. ⓒ 노시경


살코기를 밥과 섞고 향신료를 가득 비벼서 먹어 보았다. 전통의 신선한 발리 향신료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맛은 완전히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코코넛 기름을 섞어서 만든 향신료의 맛이 돼지고기 안에 강하게 남아 있다. 여러 시간 동안 직화에 돌린 돼지고기답지 않게 고기의 속살은 아주 말랑말랑하고 쫀득쫀득하다. 여러 시간 꼬챙이에 끼워 돌려가면서 구웠기 때문에 돼지고기에는 기름기가 모두 빠져 있고 돼지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강한 조미료에 숙달된 한국 사람이기 때문인지 돼지고기의 맛이 오히려 담백하게 느껴진다. 

반면 돼지고기와 함께 나온 국물은 예상과는 달리 향신료 맛이 너무나 강하다. 익숙한 국물 맛이 아니기 때문에 자꾸 숟가락이 가지는 않는다. 향신료에 대한 개인의 취향은 모두 다르겠지만 한국사람 입맛에 맞을 국물 맛은 아니다. 새끼 돼지고기의 맛도 그리 강렬한 것은 아니고 국물도 향신료 향이 강해서 우붓의 전통요리를 경험해 본다는 차원에서 음식을 모두 먹었다. 자꾸 먹어가면서 적응이 되는 돼지고기 요리일 듯싶다. 우붓의 더위에 지쳐있던 아내는 이 아기 돼지고기 요리를 먹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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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고렝 인도네시아 대표 음식인 나시고렝은 이제 주변에서도 쉽게 접하는 음식이다. ⓒ 노시경


나와 아내는 우붓의 숙소에 돌아온 후 나시고렝(Nasi goreng)을 저녁 식사로 먹었다. 달걀 프라이가 올라간 볶음밥 나시고렝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음식이다. 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한국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 여행 시에 만나는 이 밥 요리는 반가운 음식이다. 볶음밥은 인도네시아 특유의 향신료로 간이 되어 있어서 달달하고 감칠 맛이 있어서 좋다. 인도네시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야자기름의 맛도 진하게 담겨 있다.

나시고렝의 야채는 불로 조리하거나 데치면 더 맛이 좋을 것 같은데 생야채 그대로 식탁에 올라왔다. 스낵과자 같이 생긴 무미한 과자도 왜 맛있는 볶음밥과 함께 나오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발리의 음식문화이니 내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너무 외국 여행자들에 맞춰 맛이 서구화되지 않은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나는 전세계 국가 중 전통적으로 가장 향신료가 다양한 인도네시아의 음식들이 마음에 든다.  

지금은 서울에서도 인도네시아 요리와 나시고렝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과거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접했던 나시고렝은 생소하면서도 입맛에 맞아서 참 고마운 음식이었다. 지금은 서울이 세계적으로 국제화된 도시가 되면서 전세계의 웬만한 음식은 서울에 다 들어와 있다. 그러면서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그 나라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이 사라져 가는 것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발리와 우붓도 음식이나 여행편의 면에서 아주 많이 국제화되어있다. 여행자들에게 천국 같은 곳이지만 여행이 너무 편한 곳이어서 여행의 깊은 맛은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다. 여행지는 접근이 힘들어서 조금씩 고생도 하면서 가야 기억에 좋은 곳으로 오래 동안 남는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00 편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여행 #발리 #우붓 #까사 루나 #이부 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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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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