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수 틀린 박 대통령 발언, '마사지' 됐다

[단독] 청와대, 풀기자단 기록 수정해 배포... "원고와 다르게 잘못 발언해 수정"

등록 2015.06.03 17:41수정 2015.06.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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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기사보강 : 3일 오후 8시 3분]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거론하며 메르스 확진 환자수를 틀리게 발언한 것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수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갈수록 확산되는 메르스 사태에도 수수방관 중이라는 비판론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오전 10시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중동 호흡기 증후군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라며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태 발발 후 처음 나온 메르스 관련 대통령 발언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첫 발언부터 '사실관계'를 틀렸다. 18명인 환자수를 15명으로 잘못 말한 것이다. 심지어 보건복지부는 같은 날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선 오전 7시께 메르스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조차 같은 날 오전 9시께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감염이 18명으로 늘어났다"라고 지적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복지부의 공식 발표 3시간 후에 열린 회의에서 잘못된 수치를 말한 셈이다.

당시 회의에 들어갔던 청와대 풀기자단은 이를 그대로 속기해 청와대 춘추관실로 전달했다. 그러나 춘추관실에서 전체 기자들에게 전달한 풀 내용은 '15명'에서 '18명'으로 수정돼 있었다. 임의로 대통령 발언을 '마사지'했다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춘추관실은 "마사지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춘추관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준비된 원고와 달리) 실수로 잘못 말씀하신 것이었다"라며 "원고와 다르게 잘못 발언하시는 경우에는 풀을 배포하기 전 수정해서 나가는 경우가 전에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 대로라면 청와대가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의 발언 등 국정운영을 기록하고 감시해야 할 기자를 뒤로 제치고 필요에 따라 '기록'을 수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 1일 공식 유튜브 채널 'cheongwadaetv'에 올린 해당 영상에서도 문제의 발언을 '편집'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중동 호흡기 증후군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찾을 수 없다.

청와대는 문제의 발언을 그대로 덜어내고 "이것은 국회 스스로가 이번 개정안이 위헌의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입니다"는 발언 전 부분과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습니다"는 발언 후 부분을 그대로 이어붙였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국정활동을 '마사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2013년 6월 박 대통령의 방중 당시 리커창 중국 총리 면담 내용을 '마사지' 해 빈축을 샀다.

당시 순방에 동행한 취재기자들은 사후 보도자료로 면담 결과를 받았다. 청와대는 이 보도자료에서 "리 총리는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반대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를 희망한다는 일관되고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자'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당시 면담 장면과 대화 내용을 보도한 중국 관영 CCTV의 것과 달랐다. CCTV 보도에 따르면, 리 총리는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입장은 일관, 명확, 확고하다. 조기에 6자회담을 재개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즉, 청와대가 리 총리의 발언 중 있지도 않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반대' 부분을 삽입하고 '6자 회담 재개' 부분은 삭제해버린 셈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메르스 발발 15일 만에 첫 관련 회의를 주재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박근혜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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