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특유의 분위기 느끼고 싶다면, 이곳이 딱

[인도네시아 기행 22] 우붓 하노만 거리, 데위 시타 거리 기행

등록 2015.06.05 11:07수정 2015.06.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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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Bali) 특유의 아늑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우붓(Ubud)이다. 우붓의 거리를 걸으면 발리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전통공예품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발리만의 독창적인 화법으로 그려진 그림들을 둘러볼 수 있다.

우붓은 발리를 보다 잘 느낄 수 있고 발리를 아름답게 기억하게 해 주는 곳이다. 발리 예술의 중심지인 우붓의 거리는 세련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붓 예술가들의 노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그림과 조각들이 정답게 다가온다.


우붓 왕궁 남쪽으로 뻗어나간 하노만 거리(Jalan Hanoman)는 우붓 거리 여행의 중심지이자 우붓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하노만 거리에는 독특하고 특별한 가게들이 많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은제 장신구와 같은 특산품을 살 수 있는 가게도 많고,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곳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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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만 거리. 외국의 여행자들이 은제 장신구 가게를 기웃거리고 있다. ⓒ 노시경


하노만 거리를 걷다보면 특히 발리의 공예품 매장이 많이 나타난다. 흡사 우리나라의 인사동이나 삼청동에 자리 잡은 작은 전통공예품 가게들과 닮았다. 그리고 이 가게들 안에서는 우붓의 수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이 만든 팔찌와 같은 수공예품을 보면 수공예품을 직접 힘들여 만든 정성이 느껴진다. 이 팔찌들을 만든 장인이기도 한 아주머니들은 얼굴에 웃음이 많고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자신들이 만든 목걸이와 팔찌가 행운을 불러준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은장신구와 같은 발리의 유명한 은제품을 파는 가게에는 서양에서 온 여성 자유여행자들이 많다. 그녀들은 저렴한 가격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한껏 멋을 낼 수 있는 은목걸이를 고르기 위해 가게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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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여행자 온 몸에 문신을 한 여행자가 유명한 유기농 잼 가게 앞에서 발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노시경


바쁠 일 없는 서양의 자유여행자 아저씨는 얼굴과 온 팔에 문신을 하고 발리의 친구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휴식이 발리의 우붓을 관통하는 문화이다.


하노만 거리를 내려오다가 서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거리가 데위 시타 거리(Jalan Dewi Sita)이다. 이 거리는 우붓 거리의 2개의 세로축인 하노만 거리와 웨나라 와나 거리(Jalan Wenara Wana)를 가로로 이어주는 길이다. 이 거리에는 공예품 가게들과 아로마(aroma) 가게,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이어진다.

수제 크레페(crepe) 잼을 파는 '칸피쳐 미셸(Confiture Michele)'은 발리의 유기농 잼 가게로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명소이다. 앙증 맞도록 작은 가게 안을 들어가 보았다. 여러 명이 들어가기도 힘든 가게 안에는 수많은 잼이 병에 가득 담겨 진열되어 있다.

프랑스 출신의 미셸 여사가 발리에서 자란 유기농 과일을 가지고 만든 잼인데, 프랑스 전통의 제조법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이 유기농 잼에는 첨가제를 넣지 않고 작은 양의 설탕만을 추가했기 때문에 잼에서 망고, 파파야 등 열대과일의 맛이 그대로 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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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위시타 거리 거리의 카페 안에서 여행자들이 한가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노시경


데위 시타 거리에는 소박한 카페들이 많다. 우붓의 한낮 더위 속에 계속 걷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이러한 카페들이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데위 시타 거리의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피한다.

예상 외로 우붓의 가게들 내부에는 에어컨이 많지 않다. 발리 친구 아롬에 의하면 에어컨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발리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데위 시타 거리의 한 카페 안에 들어가서 내부를 둘러보았다. 울창한 나무와 함께 정원이 있고 소파까지 놓여있어서 특이한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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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레로 레스토랑 발리 여인들의 흑백사진들이 벽면에 가득 걸려 있다. ⓒ 노시경


데위 시타 거리를 걷다보니 천장이 아주 높은 건물 안에 과거 발리인들의 생활사진을 가득 걸어둔 가게를 만났다. 가장 우붓 같은 분위기를 가졌다고 알려진 볼레로(Bollero) 레스토랑이다. 가장 우붓 같다고 알려진 이유는 식당 안 흑백사진 속 발리 여인들 때문일 것이다. 아리따운 발리의 여인이 머리에 짐을 지고 앞을 응시하는 사진이 가장 크게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계단으로 연결된 2층 벽면에도 수많은 발리인들의 사진이 가득 걸려있다. 이 식당에 들어선 사람들은 흑백 사진 속 발리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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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나라 와나 거리 좁은 거리에 오토바이들이 가득 차 있다. ⓒ 노시경


데위 시타 거리의 서쪽 끝까지 걸어가자 웨나라 와나 거리(Jalan Wenara Wana)가 나온다. 웨나라 와나 거리는 우붓의 주 도로여서 길이 꽤 넓고 자동차와 함께 오토바이의 행렬도 정말 많다. 오토바이로 혼잡한 거리지만 길이 좁아 속도를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발리 사람들의 성격이 느긋해서 큰 오토바이 사고는 거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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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나라 와나 거리 풍경 이 거리에는 우붓의 특징적인 옷가게들이 가득 이어진다. ⓒ 노시경


데위 시타 거리와 웨나라 와나 거리가 만나는 사거리 부근으로 들어서자 우붓의 예술성 짙고 화려한 색감의 옷을 파는 가게들이 이어진다. 이 거리에는 '택시'라는 종이판을 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도로가 좁은 우붓 시내에는 택시가 없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는 이렇게 '택시'라는 종이를 들고 관광객들에게 호객을 하는 기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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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택시 거리가 좁은 우붓 시내에는 택시를 주차할 수 없어서 이렇게 호객을 한다. ⓒ 노시경


공식 택시는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 흥정을 먼저 확실히 하고 이용해야 하는 차량들이다. 이 기사들이 있는 뒤편으로는 발리의 수많은 여행사들이 가게 문을 열고 있다. 이 여행사들과 택시 기사들을 보면서 우붓과 발리는 외국 여행자들에게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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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행상 한 행상이 가게 주인들에게 음식을 팔고 있다. ⓒ 노시경


동서양 여행자들이 점령한 듯한 우붓의 거리들은 우붓 주민들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머리에 짐을 이고 가던 음식 행상 아주머니가 음식을 내려놓고 봉지에 싼 채소 반찬을 거리의 가게 주인들에게 팔고 있다.

열심히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의 건강한 삶은 편안하게 여행하고 있는 외국 여행자들의 삶과 대비가 된다. 여행자들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면 자신의 삶들을 바쁘게 살아갈 것이니 이러한 삶의 대비를 굳이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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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시간 한 우붓 아저씨가 한가하게 신문을 읽고 있다. ⓒ 노시경


거리를 걷다보면 열대의 나라답게 행동과 표정이 느긋한 발리인들이 많다. 한 아저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 걸터앉아 한가하게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발리인들은 쌀도 삼모작이 가능하고 열대과일도 풍성한 나라에서 살아온 유전적 특성이 있어서인지 그리 급하게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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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오토바이 많은 오토바이를 헤집고 길을 건너야 한다. ⓒ 노시경


우붓의 대표적인 거리를 시계방향으로 빙 돌아 다시 우붓 왕궁 앞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오토바이 행렬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의 여행자들은 길을 건너기를 망설이고 있다. 나는 오토바이들을 지나쳐서 다시 사람들의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그 시간에도 우붓의 찌는 듯한 더위는 이어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00 편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여행 #발리 #우붓 #하노만 거리 #데위시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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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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