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오직 한 사람만을 선택했다

아빠가 들려주는 경제 동화 (4)

등록 2015.06.09 17:06수정 2015.06.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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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만들어진 후 다람쥐네 가족은 전보다 더 행복해졌어. 언제든 맛있는 피자를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 맛있는 피자를 마음껏 먹은 덕분인지 가족들은 전보다 더 건강해졌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신령님이 아니라 싱싱한 꿀이라는 아빠의 말은 아주 틀린 말은 아냐. 다만 아빠는 건강하려면 피자도 함께 먹어야 한다는 걸 몰랐지... 아빠는 반똑똑이야."

방금 고목시장에서 사온 고구마 피자를 먹으며 다람쥐 가족의 막내 다홍지가 중얼거렸어.

그런데, 행복해진 건 다람쥐네 가족만이 아니었어. 숲속 마을 동물가족 모두가 이전보다 행복해졌어. 필요할 땐 언제나 돈을 주고 피자를 살 수 있었으니까. 마찬가지로 아랫마을 가족들도 전보다 더 행복해졌지.

이처럼 돈을 교환수단으로 해서 서로가 필요한 물건을 바꾸는 화폐경제는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폐경제가 주는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 어느 때부터인가 마을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어. 마을 가족들이 가진 돈이 시간이 지날수록 고목시장 주인인 구두쇠의 손으로 모여드는 거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불행하게도 고목시장은 꿀이나 피자를 시장에 내다파는 공급자가 하나밖에 없는 독점시장이기 때문이야. 마을에는 고목시장 외에 꿀이나 피자를 파는 곳이 없었어. 그래서 꿀이나 피자를 사는 수요자인 마을 가족들은 반드시 고목시장에서 꿀과 피자를 사야만했어.

그런데 고목시장과 같은 독점시장에서는 물건을 파는 공급자가 물건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하게 돼. 왜냐하면 물건을 사는 수요자들은 딴 데서는 그 물건을 살 수가 없으니까. 독점시장에서 수요자는 공급자가 결정한 가격을 따를 수밖에 없어.

구두쇠는 이런 점을 이용해서 마을 가족들의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어. 구두쇠는 숲속 마을 동물가족들에게서 산 꿀을 아래 마을 가족들에게 팔 때 값을 좀 더 올려 받았지. 동물 가족들은 구두쇠에게 꿀 한 병을 파는 대신 만원을 받아. 그런데 구두쇠는 그 꿀을 다시 아랫마을 가족들에 만원 천원에 팔지. 자기가 산 가격보다 천원을 더 올려서 팔아. 그래서 구두쇠는 꿀 한 병을 팔 때마다 천원의 돈을 벌었지.

사정이 이렇지만 아랫마을 가족들은 어쩔 수가 없었어. 고목시장 외에는 꿀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

피자를 팔 때도 마찬가지야. 구두쇠가 아랫마을 가족들로부터 피자 한 상자를 살 때는 만원을 주고 사. 그런데 그 피자를 숲속 마을 가족들에게 팔 때는 천원이 오른 만 천원을 받지. 구두쇠가 천원의 이익을 남겨먹는 거야.

하지만 숲속 마을 동물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만 천원을 주고 피자를 사 먹어. 왜냐하면 피자를 파는 곳이 여기뿐이니까.

그래서 구두쇠는 점점 더 많은 돈을 모으게 됐어. 반대로 마을 가족들은 점점 더 가진 돈이 줄어들었어. 이처럼 돈이 한 곳으로 모이는 자본의 집중이 일어나면서 구두쇠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마을 가족들은 갈수록 가난해졌어. 말하자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 거야.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독점시장에서는 반드시 일어나게 돼. 왜 그런지 볼까?

동물 가족들은 이제 꿀과 피자를 모두 먹고 살아. 그런데 동물 가족들은 피자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피자를 얻기 위해 고목시장에 꿀을 내다 팔아. 꿀 한 병에 만원을 받고 말이지.

그런데 꿀을 판 돈 만으로는 피자 한 상자를 살 수가 없어. 꿀을 판돈에 천원을 더 보태야 피자 한 상자를 살 수 있어. 그래서 동물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처음 돈을 만들 때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가진 돈에서 천원을 꺼내 쓰게 돼. 그런데 이런 일이 계속되다보니 가진 돈이 점점 줄어드는 거야. 물론 그 돈은 모두 구두쇠의 손으로 들어가는 거지.

아랫마을 가족들도 마찬가지야. 아랫마을 가족들도 꿀을 한 병 살 때마다 처음 나눠가진 돈에서 천 원씩을 꺼내 써야해. 그러다보니 날이 갈수록 남아있는 돈이 점점 더 줄어드는 거야.

세상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꽃은 일찍 시드나봐. 화폐경제가 시작되면서 숲속 마을과 아랫마을에 피어나던 행복의 꽃은 오래지 않아 시들어갔어. 그리고 행복의 꽃이 진 빈자리에는 '근심'이 대신 내려앉았어. 마을에는 집집마다 근심이 들어차기 시작했어.

'어떡하지, 돈이 점점 줄어드는데...'
'이러다가 머잖아 돈이 바닥나겠어.'
'돈이 없으면 무슨 수로 꿀을 구하지...'
'피자 없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해.'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마을 가족들이 가진 돈이 다 떨어졌어. 숲속 마을 가족들에게도, 아랫마을 가족들에게도 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어. 기어이 모든 돈은 구두쇠의 손으로 들어갔지. 모두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저버린 채 돈은 한 사람만을 선택한 거야.

따스한 빛을 뿌려주던 해님이 서쪽 산 아래로 모습을 감추자 숲속 마을에는 어둠이 찾아왔어. 마을 가족들은 우울한 마음으로 피자가 없는 저녁을 차렸어. 가족들은 맛없는 꿀을 꾸역꾸역 입 속으로 집어넣었어.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어.

아랫마을 가족들 역시 꿀 없는 저녁식사를 준비했어. 가족들은 딱딱한 피자를 오물오물 씹었어. 그런데 너무 질겨서 아무리 씹어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어.

"꿀 줘! 꿀 안주면 밥 안 먹을 거야! 으아앙~~"

마당쇠 가족의 막내 마당돌이 식어버린 피자 조각을 내던지며 울음을 터뜨렸어.

숲속 마을 가족들은 하는 수 없이 고목시장을 찾았어. 구두쇠에게 피자 살 돈을 빌리기 위해서지. 아랫마을 가족들도 꿀 살 돈을 빌리기 위해 구두쇠를 찾아왔어.

"저기~ 구두쇠야, 미안한데 돈 좀 빌려줘."
"또? 정한 날짜에 꼭 갚아야 해. 이자도 함께 가져오는 거 잊지 말고."
"구두쇠야, 정말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이웃이야."
"뭐, 알면 다행이고. 그나저나 나 없으면 도대체 어쩔 뻔 했어..."

돈을 빌리기 위해 마을 가족들은 구두쇠에게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어.

애초에 돈은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태어났지. 많은 불편함을 견딘 끝에 돈이 태어나자 숲속 마을 동물가족들과 아랫마을 가족들은 크게 기뻐했어. 이젠 모두가 행복해질 것으로 믿었거든.

하지만 결국 돈은 모든 가족들을 배신하고 말았지. 자본의 집중은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돈은 구두쇠만을 선택했어. 그리고 구두쇠만을 행복하게 했어.

아빠 다람쥐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을 책망했어.

'내가 틀렸어. 돈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는 내 생각은 틀렸어. 난 이웃을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고 말았어. 그 날 차라리 숲속 제사에나 갔더라면...'
#독점시장 #수요 #공급 #화폐경제 #고구마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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