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보다 무서운 이웃에 대한 무관심

삶의 최전선에서 전쟁하고 있는 이웃

등록 2015.06.10 17:48수정 2015.06.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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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문자 알림음이 계속 울린다. 메르스로 인해 당분간 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강좌가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센타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집단상담 과정으로 이미 절반이 지나 참여자들의 신뢰감이 형성되고 자신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사실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일수 있는데, 단순이 메르스가 유행한다는 이유로 발병하지 않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강좌를 취소한다는 것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온라인상으로나마 참여자들과 소통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계속 문자가 왔다. 학교에서 외부활동이 전면 금지 되었다며 중, 고등 학생 요가 강의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박 2일 힐링캠프도 잠정 연기된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졸지에 반 백수가 되었다.

백수가 된 자영업자와 시간제 강사들

미술강사를 하고 있는 친구 역시 아이들이 나오지 않아 강의가 취소되어 반백수가 되었다고 한다.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라고 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시간제 강사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 강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각종 단체 모임도 취소 되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집에서 리본으로 머리끈을 만들어 주말에 파는 소규모 판매상들도 울상이다.


다행히 집 앞 시에서 운영하는 요가강좌는 취소되지 않아, 수업을 진행하며 메르스가 아무리 무섭다고 하더라도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높인다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늘은 폐와 요가의 관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메르스는 폐를 공격하는데 요가호흡은 폐활량을 높이고 폐를 활성화시켜 산소를 많이 공급해 주는 효과가 있음을 설명하였다.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공포심 때문에 메르스에 대한 이야기가 부풀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감기처럼 메르스도 평상시의 건강을 유지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최전선에서 전쟁하고 있는 이웃들

수레끄는 여성 메르스 유행하는 가운데 일상의 모습 ⓒ 공응경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항상 걷던 길인데 메르스 때문인지 사람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길모퉁이 소규모 슈퍼마켓에서 작은 의자에 앉아 길에서 마늘을 다듬는 아저씨의 얼굴. 2차선 작은 사거리에서 수레에 상자를 가득 싣고 모퉁이를 통과하지 못해 끙끙거리는 아줌마의 얼굴. 야쿠르트수레를 끝고 가는 아줌마의 얼굴. 모두가 삶의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대학 시간강사가 월 100만 원 정도의 보수를 받아 생활고로 자살했다는 기사들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기초생활대상자에 속하지 않지만, 생활비를 제외하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그러한 이들에게는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삶의 전쟁터로 내모는 것과 같다. 길위에서 바로 하루 하루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당장 메르스 격리 대상자에게 지원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피하고 이웃과의 접촉을 꺼리는 모습에서 남에게 무관심한 태도가 팽배해져 버릴까 두렵기만 하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은 메르스 이전에 붕괴되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한 두 푼 상품을 팔아 하루를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메르스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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