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디자인, 당신의 지갑을 유혹한다

[아일랜드 여행 스케치 23] 아일랜드 디자인 편집숍, '킬케니'를 소개합니다

등록 2015.06.20 11:12수정 2015.06.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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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케니 샵(Kilkenny Shop)의 모습 ⓒ 김현지


여행자들이 낯선 곳을 여행하고 그 장소를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예뻐 보인다거나 새롭다 싶으면 일단 사진부터 찍고 여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가끔은 내가 어디 어디를 여행했는지 사진을 보면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여행자들에게, 특히 아시안 관광객에게 사진을 찍는 행위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될 때가 많다.

새로운 장소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은 그곳의 기념품을 사는 것이다. 여행자는 유명한 관광지를 찾는 만큼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독특한 기념품을 사고 싶어한다. 그 기념품은 단순히 필요에 의해 산 물건이라기보다는 그 물건을 보면서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곳을 다시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자에게 있어 유명 관광지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일랜드의 기념품 가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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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케니 샵의 내부 모습 ⓒ 김현지


더블린을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 있는 아일랜드 기념품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처음 아일랜드 기념품 가게를 갔던 날은 아일랜드 기념품을 처음 보는 터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곳의 캐릭터는 양을 모티브로 한 것들이 많고 기네스 맥주에 관한 기념품들이 많다. 한국보다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것 같아 신기해하며 새로운 장소를 갈 때마다 기념품 가게를 열심히 구경을 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아일랜드를 이곳 저곳 다녀보니 이곳 역시 어딜 가나 항상 보던 기념품들만 있고 조금은 틀에 박힌 기념품을 팔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치 안동 하회마을에서 보던 기념품을 설악산에서 만났을 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다고나 할까? 그 이후부터 기념품 가게는 더 이상 나의 놀이터가 되지 못했고 가끔 지인들의 선물을 사야 할 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없을까?

아일랜드는 디자인 강국은 아니다. 뭔가 독특해 보이는 디자인이나 제품들은 대부분 영국이나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의 것이었다. 국민 소득이 높아졌고 OECD에 가입한 지 오래됐지만, 디자인 분야에 있어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일랜드 디자이너들의 끊임 없는 움직임과 그 노력의 결실을 발견할 때면 디자인 전공자 이전에 아일랜드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 없다.


아일랜드 디자이너들을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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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케니 샵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올라 카일리의 디자인 제품들. ⓒ 김현지


그런 움직임의 대표적 기업은 킬케니숍(Kilkenny Shop)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50주년을 맞이한 킬케니숍은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인 킬케니에서 시작해 현재는 더블린을 비롯한 아일랜드의 주요 도시에 입점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종합 매장이자 명실상부 아일랜드 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디자인 편집숍이라고 할 수 있다. 킬케니숍 안에는 쥬얼리, 도자기, 옷, 각종 소품, 문구 용품, 가정 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일랜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이곳도 수시로 제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편집숍이 그렇듯 거의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그 디자이너의 작품이 있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각 디자이너의 수고와 노력이 담겨 있는 이 곳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디자이너의 물건이 입점 되고 그 해 유행하는 스타일에 따라 매장의 진열 방식을 바꾸기 때문에 적어도 일반 기념품 가게보다는 훨씬 독특하다.

킬케니숍에서 다양한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디자인 숍에서 디자이너들과 직접 접촉을 하기도 하고, 다른 하나는 디자이너가 제안을 하는 방식이다. 담당자와의 미팅을 통해서 샘플을 보내고 그 제품이 판매되는 것으로 결정되면 그에 대한 수수료를 빼거나 일정 기간 자리를 빌리는 개념으로 판매가 성립된다.

현재 아일랜드 전역에 11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킬케니숍은 온라인숍 기준으로 100여 개 이상의 아일랜드 활동 작가들의 작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같은 콘셉트지만 지역에 따라 입점한 제품들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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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넬슨(Anna Nielsen)의 작품은 단순한 스케치도 좋지만 의미있는 글 때문에 한번 더 눈길이 가는 작품이었다. ⓒ 김현지


대표 직가와 재밌는 작품들
올라 카일리 (Orla Kiely)  http://www.orlakiely.com/
런던에 기반을 둔 패션디자이너. 모자 디자인으로 시작해 현재는 종합 디자인을 하고 있다. 나뭇잎, 꽃 모양 패턴을 모티브로 한다. 현재 본인 소유의 매장은 런던에 있으며 킬케니숍에서도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디자이너이다. 영국의 왕세손비인 케이트 미들턴이 종종 이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나 넬슨 (Anna Nielsen)  http://www.annanielsen.com/Prints/prints.aspx?pid=1
엄밀히 말하면 남아메리카 페루 출신이지만 18세 때 가족이 아일랜드로 이민 온 후 현재는 아이리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1994년 소규모의 공예 제품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스토리가 있는 스케치와 의미있는 글을 실은 작품을 그리는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그녀의 작업은 펜과 잉크로만 이루어지며 블랙 & 화이트 톤의 작품을 주로 한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벨인다 노쓰코트 (Belinda Northcote)  http://www.belindanorthcote.com/
그녀는 자연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어 꽃, 새, 곤충, 나비 등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주로 한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의 바닷가에서 꽃과 곤충들을 수집해 작업하는 편이며 자연 풍경보다는 각 생물체의 디테일에 중점을 둔 디자인을 한다.

에델 켈리 (Ethel Kelly) http://www.oghamwish.com/
아이리시 공예가. 아일랜드 전역에는 문자가 생기기도 전에 새겨진 암호같은 고대 문자가 있는데 에델은 그 문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공예 작품을 창조했다. 또한 아일랜드에서 많이 생성되는 검은색의 보그(bog)층에서 나오는 보그를 소재로 심플한 캐릭터를 만드는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시몬 왈쉬 (Simone Walsh) http://www.simonewalsh.net/
더블린 태생의 아이리시 현대 작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원근법을 무시한 화면 풍경을 그리고 아주 선명하고 강한 색상들을 사용해 작업한다. 작품의 소재는 도시의 풍경, 실내 풍경, 물고기와 새들, 고양이 등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처음 킬케니숍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더블린을 여행하게 된다면 킬케니숍에 한 번 가보자. 틀에 박힌 기념품이 아닌 오래 간직하고 싶은 제품들이 당신의 지갑을 유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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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왈쉬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아일랜드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제품들을 한데 모아 팝아트적인 느낌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 김현지



○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더블린 킬케니숍 정보>
Website: http://www.kilkennyshop.com/
Address: 6 Nassau Street, Dublin 2
Open: Monday – Wednesday 8:30 – 7:00 pm
Thursday 8:30 – 8:00 pm
Friday & Saturday 8:30 – 7:00 pm
Sunday 10:00 – 7:00 pm

여행 팁 : 각 지역에 입점되어 있는 킬케니 샵의 매장 오픈 시간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에 방문할 경우에는 매장시간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아일랜드 #더블린 #킬케니샵 #아일랜드디자인 #아일랜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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