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가 메르스 대책? 가계부채는 어쩌고"

1.5% 기준 금리에 가계부채 증가 우려... "순진한 국민만 빚내서 집 사"

등록 2015.06.12 17:19수정 2015.06.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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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권우성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기준 금리를 1.5%로 또 내렸다. 2.5%에서 1.5%로 내려가는 데 불과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경기 후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지만 가계 부채 가속화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금리를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워낙 금리가 낮았는데 더 낮아지자 기대 심리로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후퇴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메르스가 소비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7월 수정 경제 전망에서 3.1%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은의 이번 금리 결정에는 정부의 입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경환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압박해왔다. 메르스 뿐 아니라 일본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감소도 문제라는 것이다.

가계대출 1100조 원 육박해도 부동산 규제 완화는 1년 더

문제는 폭발적인 가계부채 증가다. 금리를 낮출 경우 가뜩이나 낮은 금리로 가계 부채가 한 달에 10조 원씩 늘어나는 상황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그동안 쌓였던 부채를 가계가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가계부채는 지난해 연말부터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올해 1~5월에는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2015년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4월에는 금융기관 가계대출이 10조1000억 원이나 늘었다. 한 달 사이 가계대출이 10조 원 이상 증가한 것은 한은이 200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금융권 가계 대출과 보험사, 카드사 등 대출액을 합산한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1099조3000억 원에 이른다.

폭발적인 가계대출 증가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8월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규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후 가계대출 증가 폭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러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1년 더 연장키로 한 바 있다.

"초저금리에도 기업은 투자 안 해... 순진한 국민만 빚내서 집 사는 꼴"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이 경기 부양 효과 없이 가계 빚만 늘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여당 내에서도 가계 부채에 우려를 표하는 상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금리 인하는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경제 파국을 막는 확실한 길은 추경 예산 편성이나 금리 인하가 아니라 메르스를 최단시간 내에 종식하는 것이라고 근본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는 "금리 인하로 걱정되는 건 악성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안심전환대출은 근본적 대책이 아니었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도 "(금리 인하로) 기분상으로만 좋은 것"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한 금융권 인사는 "나 또한 금리가 오를 것이 두려워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다"며 "가계부채가 이미 최악으로 치달았고 향후 금리가 오른다면 파산자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1년 동안 꾸준히 금리를 내렸는데도 마이너스 성장을 해왔다"면서 "더이상 금리 인하로는 소비나 내수 진작 등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제 대표는 "경제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대기업들은 초저금리에도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할 생각도 안 한다"며 "순진한 국민만 '정부가 경기를 살려줄 것 같으니 집을 사자'며 빚을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가계부채 #금리인하 #이주열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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