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메르스 마케팅, 부끄러운 줄 알아야

등록 2015.06.12 20:23수정 2015.06.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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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1면은 벌써 근 2주째 메르스 이야기다. 확진자가 늘었다는 이야기, 정치인을 질타하는 이야기, 의료인을 격려하자는 이야기 등 주제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 일면에서 유난히 눈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하단에 큼지막하게 실려 있는 '광고' 란이다.

'메르스'를 이용한 공포 마케팅이 며칠째 유명 신문의 일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들이 늘 걸고 넘어지는 것은 '면역력'이다. 면역력을 이용해서 메르스를 극복하자면서, 자신들이 파는 건강식품(콩, 인삼, 비타민 등)을 홍보한다. 애매하게 영어 성분 이름을 섞어 쓰면서 사람을 혼동시킨다.

나 같은 사람이야 보고 인상 찌푸리고 다음 장으로 넘겨 버리면 그만이다. 이 추한 광고가 내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인가? 바로 최신 지식에 무지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필자는 보건소에서 근무하며 본래 지역 노인들의 만성질환을 관리해왔다. 최근 들어 가벼운 감기증상으로도 메르스를 우려하여 보건소에 찾아오는 노인들이 늘었는데, 그들은 나를 만나면 꼭 한 번씩 묻는다.

"선생님, xx 비타민이 면역력에 좋다는데, 그거 먹으면 메르스 안걸리나요?"
"우리 애들 메르스 위험하다고 이 동네 오지도 않는데, xx인삼 먹으면 면역력이 증가된다면서요?"

나는 얼굴이 붉어져 그것은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개인위생을 강조하지만, 이미 지겹게 들은 이야기에 식상한 듯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진다. 한 마지기나 되는 농사를 지어 지내는 시골 노인들의 주머니에서 그 돈이 나가는 것이다.

비난의 어구조차도 아깝다. 이기심의 극치다. 심지어 의료 관련 면허를 가진 사람들 마저 언론에 나와, 자기들이 메르스에 잘 듣는 치료법, 혹은 약제를 개발했다며 홍보한다. 같은 의료인으로써 부끄럽기 그지없다.

글쎄, 나도 모르겠다. 그들이 나도 모르는, 어딘가 들어보지 못한 해외 논문에라도 언급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도(물론 그럴 가능성은 99% 없다고 본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메르스 마케팅을 지속하길 바란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온 국민의 관심이 메르스에 집중되어 있는 지금, 그 위기를 이용하여 여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전략을 구사한다. '메르스 전사'를 자칭하며 병의원에 나가 설정 사진을 찍는다.

정치인들은 '메르스 전사'가 아니다. 메르스 전사는 최전방 의료 일선에 나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며 진료중인 의료 및 간호인과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격리를 지키고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개인위생을 관리하는 국민들이다.

정치인들은 '메르스 전사'가 아닌, '수송대'가 되어야 한다. 최전방에서 진료를 하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어 방역 전략을 수립하고 국민들이 그것을 효율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을 앞에 내세우지 말고 음지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한다(평소에 이미 대장역할을 많이 하지 않는가. 위기상황에서는 뒤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일전에 진료에 바쁜 와중에 감사를 오는 높은 분들에 대해 회의적 기사를 낸 이후로, 일련의 평을 들어보면 오히려 감사가 더 늘었다고 들었다. 다만 바뀐 것은 '격려' 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갈 뿐이다. 안타깝다.

'이기심'은 사람의 본능이라, 머리를 써 숨기려 할 수록 만천하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영향력이 있고 명망있는 사람들일 수록 자신의 이익보다 더 큰 의미의 '선' 을 좇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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