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잘 타는 사람이 생물학적 우성?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68] 옅은 피부색 선호는 '돈'과 관련 있을 가능성 높아

등록 2015.06.22 20:56수정 2015.06.22 21:08
1
원고료로 응원
a

"경포 해변서 선탠 즐겨요"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 2012년 5월 27일 강원 강릉시 경포 해변을 찾은 피서객들이 백사장에서 선탠을 즐기고 있다. ⓒ 연합뉴스


"전 여름에 싫은 게 무엇보다 피부가 새까맣게 변하는 거예요."

20대 중반 여성인 이씨는 사춘기 이래로 여름의 강한 햇살이 불편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는 세 살 터울인 언니의 가장 부러운 점 가운데 하나가 햇빛에 그을려도 얼굴이 검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철 가족 휴가 전후는 두 자매의 낯빛이 극명하게 갈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씨는 언니와 다른 피부 특성이 집안 내력에서 비롯됐다고 짐작한다. 아버지의 얼굴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먼저 빨갛게 변하고, 시간이 흐르면 짙은 색으로 바뀌는 걸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반면 어머니와 언니는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얼굴이 빨갛게 익는 것까지는 비슷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검어지지 않고 다시 옅은 색으로 돌아오곤 한다는 사실 또한 그는 잘 알고 있다.

인종이 흔히 피부색으로 구분되는 데서 알 수 있듯, 피부는 유전의 결과물이다. 헌데 인종의 경계만큼 뚜렷하지는 않아도, 햇빛에 그을릴 때 피부 색깔이 변하는 정도 역시 실상은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한국 사람이, 똑같은 양의 햇빛에 노출돼도 각자 얼굴 등 피부가 그을려지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얼핏 구분이 힘들 수는 있지만, 흑인들 역시 얼굴이 더 잘 타는 유형이 있고 덜 타는 사람이 있다.

피부색은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종종 차별의 대상이거나 상징일 때가 많다. 한데 상당수 진화인류학자들은 어느 사회건 보통은 옅은 얼굴색이 짙은 얼굴색보다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얼굴색에 따른 선호는 배우자 선택 때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진화인류학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진화측면에선 대체적으로 짙은 피부색이 유리

진화측면, 즉 자연선택이란 관점에서는 대체적으로 짙은 피부색이 유리하다. 우성으로 봐도 무방하다. 한 예로, 자외선 노출로 인한 피부암 발생 등을 막는 데 같은 환경에서라면 흑인이 가장 유리하고, 다음이 동양인, 백인 순서라 할 수 있다.


배우자 선택 때는 생물학적으로 강한 특질이 더 선호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피부색에서만은 '자연의 법칙'에 거스르는 선택, 즉 옅은 피부색이 더 선호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남북 지역 격차' 현상이 피부색 선호도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한다.

'남북 지역 격차'(north south divide)는 유럽, 동아시아, 북미 등 북쪽 지역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남쪽 지역과 비교해 대체로 경제 등이 더 발달된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런 현실은 옅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더 풍요롭다는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일수록 얼굴색이 옅은 것은 위도가 높을수록 햇빛이 그만큼 약한 탓일 뿐이다. 위도가 같더라도, 남반구 사람들이 북반구 사람들에 비해 얼굴색이 짙은 쪽으로 적응해온 것도 같은 이유이다. 예를 들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호주 시드니는 각각 북위 34도, 남위 34도인데 같은 인종이라면 시드니 사람의 얼굴이 더 짙을 확률이 높다.

위도가 비슷해도, 남반구 사람들의 피부색이 더 짙은 건 무엇보다 남반구에 내리쬐는 햇빛이 더 강한 탓이다. 지구는 6~7월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12~1월 태양에 가장 근접하는 탓에 남반구의 여름(12~1월) 햇빛이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측정에 따르면 남반구의 햇빛은 북반구에 비해 평균 7% 정도 강하다. 게다가 남반구는 북반구에 비해 오존층이 얇고, 공기가 전반적으로 맑아 같은 시간 햇빛에 노출돼도 얼굴 등 피부가 더 많이 그을릴 수밖에 없는 여건에 놓여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얼굴 #피부색 #여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