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연 원장에 '친재벌' 인사... 여당, 다시 '우클릭' 예고

복지확대·경제민주화 반대 학자 발탁으로 김무성·유승민 노선 투쟁 가능성

등록 2015.06.15 16:54수정 2015.06.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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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이하 여연)에 '친재벌' 성향의 보수 경제학자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영대학원장)가 내정됐다.

새누리당의 내년 총선 정책을 총괄할 싱크탱크의 수장에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확대에 반대해온 인사가 기용됨에 따라 2012년 총·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득표 전략으로 선보였던 '좌클릭' 노선이 공식 폐기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여연 원장에 정치인 배제, 학자 출신 깜짝 발탁

새누리당은 15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교수를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임명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연 원장으로 김종석 교수를 모시기로 결정했다"라며 "내일(16일) 여연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양해를 얻어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정치인이 아닌 학자를 여연 원장에 '깜짝' 발탁한 것은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박계의 반발을 달래 당내 갈등을 막고, 우선 정책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여연이 자체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각종 정책과 선거 전략 등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김무성 대표가 천명한 상향식 공천제도 하에서도 여연이 제공하는 여론조사 결과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 그동안 원장 자리를 두고 계파 간 갈등이 계속돼 왔다.  

김 대표는 당초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임명하려 했지만 당내 친박계의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여연 원장직은 지난 해 3월 전임 원장이었던 이주영 의원이 해수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1년3개월 동안 공석 상태가 계속 돼 왔다.


김 교수, 경제민주화 반대·복지 축소 등 보수 성향 뚜렷

김무성 대표가 발탁한 김 교수의 경제관은 시장의 자유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보수 성향이 뚜렷하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특히 '재벌들의 이익단체'라고 할 수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또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대통령직속규제개혁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교수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축소를 주장하고 대기업 증세를 반대하는가하면,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주장해 왔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면서 "지금 정치권이 내세우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이나 가계 소득 증대나 최저임금 인상도 표를 얻기 위한 선심 공약 경쟁의 시작"이라며 "아마 내년 총선에는 지난번 대선 때보다 훨씬 독성이 강한 망국적 선심 공약이 휩쓸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제성장을 위한 해법으로는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고용 제도를 유연화하고, 국영기업과 공공 부문을 개혁하고, 교육·의료·금융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개방하고,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해 왔다.

'친재벌' 성향에 당내에도 우려 목소리... "경제민주화 부정하는 인사 반대"

이 밖에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계속 반복돼야 하는 지출일 뿐 아니라 그야말로 먹고 마는 혜택"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나쁜 경제민주화는 우리 경제를 좀먹는다"라면서 재래시장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 재벌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장악을 막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을 '나쁜 경제민주화' 사례로  제시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중점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과 규제 혁신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을 강조해 오는 등 청와대와는 '코드'가 맞았다. 그래서인지 김 교수의 여연 원장 기용에 청와대도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 내 일부에서는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김 교수의 '친재벌' 성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김 교수 내정 사실이 알려진 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 모임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세연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이 모임은 15일 오후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들인 순환출자 금지 및 금산분리에 있어 재계와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고, 경제민주화에 대해 관치경제의 부활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라며 "경제민주화를 부정하는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 모임은 또 "공정한 경제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지극히 왜곡된 시각을 가진 인사가 여연 원장이 되는 것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포기 선언으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좌클릭' 선언한 유승민과 힘겨루기 벌어지나

이에 따라 내년 총선 전략을 두고 당내 노선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등을 통해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복지 확대, 양극화 해소, 재벌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과감한 좌클릭'을 주장한 바 있다.

유 원내대표는 총선 준비를 위해 당 내외 인사들이 참여하는 총선기획단(가칭)을 구성해 구체적 정책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유 원내대표의 입장은 김무성 대표는 물론 조만간 당 복귀가 예정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도 간극이 컸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김 교수를 총선 정책을 공식 총괄하게 될 당 싱크탱크 원장에 발탁한 것을 두고 유 원내대표 견제용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게다가 이날 김무성 대표의 여연 원장 인선을 비판한 김세연 의원 등 경제민주화실천 모임은 유 원내대표와 가깝다. 내년 총선 공약의 '색깔'을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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