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결혼? 알고 보니 세 아이의 엄마

무용학원 이현주 원장과 청소년 방송작가들이 만나는 현장

등록 2015.06.18 20:41수정 2015.06.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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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안성 한경대 앞 한 커피숍에서 무용학원 이현주원장과 청소년작가들이 만났다. 이들은 곧 있을(6월21일) 안성토크쇼(안성청소년들이 만드는 안성사람들의 토크쇼) '우리안성산다'를 촬영하기 전 사전미팅을 하던 중이었다. 사전 설문지는 백나영(창조고 2년)양과 양수빈(가온고 2년)양이 만들었고, 이날엔 양수빈양과 김규형(평택 신한고 3년)군이 사전 인터뷰하러 나왔다.


양수빈양(아래 수빈)
: 언제 어떻게 무용학원을 시작했나.
이현주원장(아래 원장) : "20년 전 안성으로 시집왔다. 안성 살다가 무용을 전공해서 무용학원을 시작하려했다. 바로 시작하지 않고 어린이집을 먼저 시작했다. 때문에 안성서 유아교육학과를 다녀 졸업했다. 어린이집을 해서 유아들의 엄마들을 사귀어놓고 그 아이들이 커면 무용학원에 보내라고 했다. 그 전략이 주요했던지 무용학원을 시작하면서 잘 되었다.
기자 : 아하, 상당히 전략적이시네요. 배타성이 강한 안성에서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셨네요. 하하하 (순간 그 자리엔 웃음폭탄이 터졌다.)

인터뷰 안성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송으로 만드는 안성청소년 작가들이 지금 이현주 무용학원장에게 사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인터뷰를 토대로 우리안성산다라는 안성토크쇼 촬영이 오는 21일 안성 보뜰식당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촬영한다고 한다. ⓒ 송상호


김규형군(아래 규형) : 무용학원 하면서 가장 맘이 아팠던 점이 있다면.
원장 : 내 밑에서 무용을 잘 배우던 아이가 경제적 이유로 학원을 그만두려 할 때 맘이 너무 아팠다. 아이는 끼가 있는데, 그만두려 하니 말이다. 그럴 때, 무료로라도 수강하라 했지만, 그 아이의 부모님의 자존심 때문에 그러지 못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무용한다고 집에서 쫓겨나서 나와 1년을 같이 생활하며 무용을 연습해 무용대학원까지 진학하기도 했다.

수빈 : 자녀가 세 명인 걸로 알고 있다. 그 중 무용을 하고 있는 자녀가 있나.
원장 : 2남 1녀(20, 15, 10)다. 막내가 여아다. 큰 아이는 경호학과에 진학했고, 둘째 아이는 중학생, 막내는 초등학생이다. 큰아이에게 무용을 시켜보려 했지만,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결국 가더라. 그래서 이젠 포기하고 자신의 길을 가라고 한다. 막내딸은 아직까지 무용을 좋아하고 있다.
기자 : 잠깐, 자녀들이 5살 씩 '띄엄띄엄'이다. 띄엄띄엄 낳는 것도 재주다. 그렇지 않은가
원장: 호호호호. 내가 좀....... (또 웃음바다)

기자 : 굉장히 전략적이고 추진력이 강하신 걸로 보인다. 그런가?
원장 : 그렇다(헉! 흔히들 이 대목에선 자신을 빼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니). 난 진취적이고 거침없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일을 그냥 해버린다. 그게 지금의 무용학원이 건재한 이유다.

수빈 : 뭔가를 꿈꾸다가도 하다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여기서 잠깐, 수빈양의 꿈은 연극영화과를 진학해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뭐라 말해주는가.
원장 : 사람들은 자신이 당하는 일을 최고로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일을 당하는 사람이 많다. 수강생 중에서도 무용을 쉽게 포기하는 학생을 보면 "너 다른 일도 이렇게 쉽게 포기하지? 그래선 안돼"라고 말해주곤 한다. 역시 자신의 마음문제다.


규형 : 수강생 중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원장 : 소위 문제아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 무용한번 해볼래? 잘할 거 같은데. 이렇게 말을 했더니 고민하던 그 친구가 무용을 하기 시작했다. 말썽 피우는 학생은 십중팔구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거다. 그 친구에게 '무용'이라는 매개체로 관심을 가져줬더니 변했다. 그 친구는 지금도 "원장님이 그 때 무용을 해보라고 해서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하곤 한다.

수빈 : 다시 태어나도 무용을 하실 건가.
원장 : 물론이다. 다시 태어나면 남편과는 안 살아도 춤과는 결혼하고 싶다. (이말이 끝나자 마자 우린 또 다시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땐 결혼도 하지 않고 춤에만 매진하고 싶다.

규형 : 안성에서 무용학원하시기가 어떤가.
원장 : 안성은 문화예술의 도시라 안성맞춤이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안성예총과 다양한 예술인 덕분에 빛을 발하고 있다.

수빈 : 생애에 최고의 공연이 있었다면?
원장 : 대학졸업 시절, 대학무용대회에서 주인공을 맡아 큰 무대에서 공연한 경험이다. 그 때 무대 위에서의 굉장한 희열을 맛보았다.(원장의 눈에는 그 시절을 그리는 듯했다)

규형 : 원장님이 앞으로 하고 싶은 무용장르가 있다면(규형군은 현재도 친구들과 함께 자비로 무대장소를 빌려 1년에 두 차례 힙합공연을 하고 있다.)?
원장 : 퓨전무용이다. 고정관념을 넘어 현대와 고전이 만난 공연이다. (그 말을 듣는 규형군의 눈이 반짝였다)

규형 : 무용이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
원장 : 무용이란 인생이라고 본다. 그 사람의 인생에 따라서 춤의 내용과 질이 달라지더라. 춤을 추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

기자 : 일도 잘 벌이고 잘 수습도 하고, 발전도 시키는 것 같다. 사람에게도 그런가?
원장 : 그렇다. 난 '의리녀'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의리를 지킨다.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것도 나의 장점이다. 난 학원으로 사람을 잘 꼬여서 데려오는 편이다. 호호호.

이현주 원장 이현주 원장은 세 아이의 엄마다. 더군다나 큰 아이가 벌써 스무살이다. 지금도 아가씨 같은데, 그녀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대가족의 며느리이기도 하단다. 대단한 에너지가 아닐 수 없다. ⓒ 송상호


수빈 : 어떤 꿈을 가진 학생과 학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원장 : 학부모에게 특히 좀 천천히 가라고 조언한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오자마자 일급무용수가 된 것처럼 착각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믿어주는 건 중요하다. 내가 보니 아이들은 믿어준 만큼 성장하더라.

규형 : 우리 프로그램이 '우리안성산다'인데, 안성에 하고 싶은 말은?
원장 : 안성은 처음에 적응하기가 어렵지만 하고나면 참 좋은 곳이다. 내가 겪어봤기에 안성으로 뭔가 시작하러 오는 사람에게 중간역할을 많이 하는 편이다.

기자 : 삶을 보니 다방면으로 에너지가 많다. 그 원동력은?
원장 : 어렸을 적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일하시는 엄마아빠를 대신해 장녀로서 동생들의 도시락도 싸주는 등 혼자서 모든 일들을 처리하곤 했던 게 지금에 와서 큰 힘이 되었다.
지금에는 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50점밖에 되지 않은 듯하다. 호호호호.

기자 : 며느리라면?
원장 : 안성에 와서 줄곧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시부모님이 나를 모시고 산다고 해야 하나 호호호호. 엄마(시어머니를 말함)가 나를 잘 받쳐주신다. 바깥에서 무용하느라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이젠 친정엄마가 아닌 시댁엄마가 어딜 갈 때 먹을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신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녀 셋에 시댁 어른과 남편. 그러면서 무용학원을 거쳐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며 저리도 활발하게 산다는 게. 그녀의 말대로 인생이 춤이라 했던가. 그녀는 자신의 인생무대에서 한바탕 신명나게 춤추는 춤꾼이 분명해보였다.

#무용 #무용학원 #이현주 #우리안성산다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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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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