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텃밭 물주기는 아기 다루듯 살살

[포토에세이] 옥상 텃밭에서

등록 2015.06.22 18:17수정 2015.06.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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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꽃 아침이면 옥상텃밭에서 햇살에 화들짝 피어나는 꽃들이 있는데 그 중 백미는 가지꽃이다. ⓒ 김민수


아침에 옥상에 올라갔더니 사나흘 전에 내렸던 비 덕분에 훌쩍 자란 옥상 텃밭의 채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들의 인사는 아침 햇살에 화들짝 피어난 꽃이다. 사나흘 전에 비가 내렸다고는 하지만, 옥상 텃밭은 하늘의 도움만으로 가꿔지는 것이 아니다.

옥상 텃밭을 가꾸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비가 내린 날이야 물주는 수고를 덜 수있지만, 그 외의 날들은 아침저녁으로 물을 흠뻑 줘야만 한다. 비가 많이 내린다해도 하루만 지나면 흙이 말라버리므로 옥상 텃밭의 수분을 적절하게 유지해 주는 일은 옥상 텃밭 농사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옥상 텃밭의 장점은 가뭄을 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물을 줘야 하기 때문에 장마에는 옥상 텃밭을 잃을 수 있어도 가뭄에는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가꾸면 그럭저럭 유지할 수도 있다. 물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비교대상으로 삼을 순 없다.

작은 논과 같은 옥상 텃밭, 물주기는 섬세하게

가지 가지나무 세 그루에서 하루에 반찬으로 먹을 만한 가지를 네다섯개씩을 준다. ⓒ 김민수


옥상 텃밭에 물을 주다가 박근혜 대통령께서 가뭄이 심한 강화도 논에 소방차를 동원해 물을 주는 봉사(?)를 한 장면에 대해 가타부타 SNS에서 회자하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야기의 골자는 소방호스를 벼에 겨누다시피 물을 주면 벼가 쓰러진다는 것이었다. 마치 시위진압하듯 물을 주었다는 다소 비아냥거리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그 정도의 급수로는 가뭄해갈에 어림도 없다는 이야기, 사진촬영이 끝난 뒤 현장에 가보니 그많던 소방차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며 물을 댄 논에서 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는 이야기 등등 이미지정치에 치중하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였다.

토란이파리 가뭄에 말라버린 토란 이파리, 그래도 토란이파리답게 물방울을 송글송글 맺었다. ⓒ 김민수


옥상 텃밭은 작은 논과도 같다. 그리고 옥상 텃밭에 심겨진 채소는 어린 벼와 같다. 그래서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줄때 호스의 꼭지로 나오는 물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흙이 파이거나 채소가 쓰러져 버린다. 너무 세도 안 되고, 너무 약하면 물 주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흙이 파이지 않을 정도, 채소가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호스에 물뿌리개를 연결해서 물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조절을 하여 사용한다.

그 적정선이란, '아기다루듯 살살'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다. 가뭄이 극심한 논에 물을 댈 때, 소방호스를 위에서 뿌리지 말고 농 한쪽에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물을 공급해서 논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든지, 아니면 아주 오랜 시간 물뿌리개로 뿌리듯 물을 주었어야 한다. 그리고 물을 주는 시간도 이른 아침이거나 저녁시간 대여야 한다. 햇살이 강할 때 물을 주면 수분이 급격하게 증발하면서 흙이 딱딱해져서 흙이 호흡을 하지 못해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물주기는 농사의 기본과는 동떨어진 물주기였음을 알 수 있다. 양수기로 물을 끓어 논에 물을 대는 방식이었다면, 소방차를 동원하고, 거기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이 도왔다면 SNS에서 이미지정치를 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없지 않았을까?

토란 토란이 새순, 말라버린 것들을 뒤로 하고 또 새럽게 피어나는 새순은 희망이다. ⓒ 김민수


옥상 텃밭의 한계는 아무리 정성을 들인다해도 흙이 적고, 자주 마르며, 병충해가 한 번 돌면 전체로 확산된다는 데 있다. 그래서 간혹 진딧물 같은 것들이 퍼지면 아예 농사를 접어야 한다. 할 수 없이 우리 식구가 먹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진딧물 약을 쓸 수밖에 없는 시점도 있다. 제법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벌레는 손으로 잡으면 되지만, 진딧물 같이 작은 벌레들은 불가항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부지런히 물을 준다고 해도(너무 자주 물을 줘도 뿌리에 병이 생기고 문제가 되므로) 마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것은 농부님들의 밭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그래도 옥상 텃밭의 장점이 있다. 시골의 텃밭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도심에서 제 손으로 가꾼 채소를 먹고, 그들이 자라는 과정들을 지켜보고, 간혹은 그로인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곤충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실잠자리, 무당벌레, 달팽이, 애벌레, 나비, 꿀벌, 지렁이 심지어는 진딧물까지도 옥상 텃밭에 찾아와주니 작은 생명잔치가 열리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개똥' 같은 나와 '개똥' 같은 작물

감자꽃 보라색과 흰색이 섞인 꽃이니 흰보라감자를 거둘까? ⓒ 김민수


지난해 꼼꼼하게 농사를 짓지 못한 바람에 소위 '개똥'에 해당하는 채소들이 많이 자랐다.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일부는 옥상 텃밭 거름용으로 사용이 되는데, 거기에 씨앗이나 종자가 들어가서 숨을 고르고 있다가 개똥참외처럼 싹을 낸 것이다.

올해는 호박, 감자, 토란, 고추 몇 개가 그 주인공이었다. 맨 처음엔 싹이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그냥 두고 보았고,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정말 꽃이 피는지 보느라 두었고, 그 정도 되니 열매가 맺히는지 보고 싶어서 그냥 두었다.

이미 호박은 열 개 이상을 따먹었고, 감자는 이제 캐도 될 정도로 실하게 자랐다. 토란은 밭에 심긴 것보다는 비실거리지만(토란은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물을 줄때면 연잎처럼 물방울을 튕겨내는 재밌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추는 모종보다는 못해도 기어이 꽃을 피우고 고추를 맺는다. 그냥 붉은 고추를 다듬다 옥상 텃밭의 화분 여기저기에 떨어졌던 씨앗이었을 터인데 다들 '개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하지만, 나도 어차피 개똥 같은 존재인데 친구로 삼아야지 어쩌겠는가?

부추 부추에 물을 주고 나니 마치 난을 친 듯한 착각이 든다. ⓒ 김민수


잘라도 잘라도 끊임없이 올라오는 부추, 아침을 물을 주고 그들 역광으로 바라보다가 부추가 '난'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자르면 온 가족이 부추전을 해먹을 만큼의 양이다. 저녁에 잘라 하루 종일 수고한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며 부추전을 나눌 생각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작은 옥상 텃밭이지만, 한번 옥상 텃밭에 올라가면 짧게는 30분이고 길면 1시간 물을 주고 거두고 관리를 한다. 그 중 비가오는 날이 아니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아침저녁으로 물주기다. 물을 줄 때는 '아기 다루듯 살살' 그렇게 물을 줘야 채소들이 '아이 좋아라'한다.

후속기사를 보니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이 물을 준 곳의 벼는 파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죽어버린 벼들이 있었고, 물을 줬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정도의 소식이다. 그래도, 안 준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물을 주려면 좀 제대로 주었어야지 하는 아쉬움도 든다. 요 며칠 사이 비가 내리긴 했지만, 아직도 가뭄해갈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옥상 텃밭에 물을 주고 내려오니 온 몸에 땀이 흐를 정도로 무더운 날씨다. 혹시, 가문 논에 물 댈 일이 있으면 논주인과 상의해서 물을 댔으면 좋겠다. 논에 물주는 것은 뿌리기가 아니라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이미지로 드러내기는 흩뿌리는 것이 좋겠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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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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