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아무도 안 하면 우리가 해보자!

[서평] 청년 스타트업 우주의 한국형 셰어하우스 창업기 '같이의 가치를 짓다'

등록 2015.07.03 17:56수정 2015.07.03 17:56
0
원고료로 응원
셰어하우스. '외로움'에 따른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집을 공유하자는 취지의 대안주거 형태 중 하나. 무작정 밀어붙이고 갈아엎기 바빴던 재개발, 뉴타운 정책은 쇠하고 '사람'과 '함께'라는 가치로 주거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동육아를 중심으로 아예 하나의 마을을 만든 성미산 마을부터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소행주, 등록금뿐만 아니라 치솟는 월세로 힘든 신촌의 대학생들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사회 영역 곳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민달팽이 유니온까지. 


그리고 셰어하우스로 많은 언론의 집중을 받고 청년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우주(WOOZOO). 주거, 집, 부동산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던 젊은이들 다섯 명이 어떻게 우주라는 스타트업 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는지. 그 중 생소하다면 생소했던 '셰어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주거 문화를 창출하며 1인 가구의 외로움과 청년들의 고달픔을 '집'을 통해 해소하고자 했던 그들의 고군분투기가 <같이의 가치를 짓다>에 그대로 담겨 있다. 

창업, 그 시작은 밥상머리 앞에서

우주의 첫 시작은 사회적기업인 '딜라이트'에서 만난 인연들에서 시작되었다. 딜라이트의 공동 창업자와 인턴들이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월급 받으면 막내가 한 턱 쏴라!"라는 실장의 한 마디에 돌아온 대답은 "집세 내기도 팍팍해요!"라는 것이었다.

부모님께 손 안 벌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청년. 드는 돈이 아깝고 월급 받아 월세 내고 밥 사먹으면 땡 이라 여자친구도 안 만난다는 20대. 부자가 되길 원했던 것도 아니고 연봉 1억이 되길 원했던 것도 아닌데 서울의 청년들은 밖에서는 손 떨리는 물가에 숨이 조이고 집에 들어와서는 외로움에 숨이 막힌다. 나였다면 집 얘길 나누다가 그저그런 넋두리로 끝났을텐데 딜라이트 공동 창업자이자 전략기획실장이었던 우주 김정헌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우리 창업해볼까? 우리가 우리 문제를 해결해보자!"


식사 자리는 토론의 장이 되었고 온갖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얻은 결론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집을 떠나온 모든 이에게 생활은 언제나 고달픈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모두 다른 이유로 집을 떠났겠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 궁극의 목표 아닐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대학에 다니려면 등록금을 내야하고, 잠을 자려면 방세를 내야 하고, 배고픔을 달래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부담이 되고, 연애는 사치가 되어버렸다. 집을 떠나는 순간 꿈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단순히 주거 문제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젊은 세대가 당면한 현실에까지 눈을 떴다. 그렇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처음으로 인식했다. p.37

나의 비전 찾기, 우리가 가진 씨앗에서부터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비전, 목표를 찾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사실 그냥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그냥 살아가기엔 내 시간과 나의 삶이 너무나 무상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이라도 남기니 우리도 죽어서 이름 한 글자라도 남기려면 비전과 실천, 그리고 어떠한 변화를 함께 도모해야 한다. 그로 인해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살아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은 너무나 호되고 고달프고 버겁지만.

여기 우주의 청년 다섯 명은 삼성같은 큰 기업을 만들자는 거창하고 큰 꿈을 꾼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우리가 서울의 무거운 집값에 대한 부담을 셰어하우스 형태로 줄여보고 단순히 집값을 저렴하게 내는 것 이외에도 함께 사는 것을 통해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했었다.

마구잡이로 도전하는 열정과 패기가 지금의 우주를 만드는 원동력이었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들을 움직인 원동력을 그들은 '사과씨앗'이라고 표현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많은 사회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의외로 작은 고민이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나무로 자라날 수 있다. 그 문제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활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우주의 시작도 그랬다. 세 명의 대학생과 소셜 벤처 창업을 경험한 두 사람, 다섯이 한 팀을 이루었지만 주거 문제에 관한 경험도, 든든한 사회 배경이 있는 것도, 효과적인 역할 분담이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직접 겪은 문제라는 공감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집요한 고민으로 '새로운 주거 문화 창출'이라는 씨앗을 품을 수 있었다.

우리가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되리라 확신했다. 사과나무가 자라 세상으로 퍼져나갈 수 있기를. 우주는 대한민국 주거 문제 개선을 위한 씨앗을 키우는 맑고 신선한 물과 자양분이 되고 싶다.  p.44

2년 만에 15개의 우주 설립!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있는 곳!

우주는 집을 전세 또는 반전세로 임대하고 주거 소외계층에게 월 평균 40만 원 대의 월세로 내어주는 전대 사업이 기본 모델이다. 또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셰어하우스를 통해 소셜 커뮤니티를 만들어 한국형 셰어하우스 문화를 만들어가고 정착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다. 우주를 처음 만들고 셰어하우스를 통해 젊은 청년들을 지원하고 살고 싶은 집을 제공하기 위해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부딪치고 깨지고 많이도 달려들었다.

사업이 될지, 수익이 될지 비즈니스적인 고민과 주거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미션을 잊지 않고 갖고 가야 했기에 더욱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이들은 1년 안에 5호점 개소를 목표로 쉼 없이 달렸다.

모두가 공감하는 한국의 기형적인 부동산 문제, 치솟는 월세와 전세난으로 힘들어하는 건 서민들, 옆 집에서 사람이 죽어도 아무도 모르는 소외되는 도시생활. 개인이 나서서 해결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에서 사회적 경제, 비즈니스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주의 미션은 정확한 시의성으로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우주는 언론과 공모 사업 등에서 인정받고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호점 개소 시에는 5명의 입주자를 뽑는데 40여 명이 넘는 지원자가 신청을 했다고 하니 우주가 얼마나 주거 취약계층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함께 문제를 고민해온 우주 창업 멤버는 서로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모았다. 김정헌 대표는 창업을 시작할 때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회사에 대한 애정과 열정,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의 앞날을 그려보고 끝없이 고민하고 거침없이 달려들고 실패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는 에너지가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겁 없이 덤볐지만 겁나게 배운 최고의 자산이다.
p.63

본질은 같다. 흔한 말이지만 항상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줄 것. 우주도 그렇게 시작되었으니까.
p.101

실패와 갈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이들에게도 갈등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고 모든 것을 성공한 건 아니었다. 서울시의 공모사업에도 보기 좋게 떨어졌었고 창업 멤버들 간에 끊임없는 갈등과 토론은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들이 다른 점은 이러한 실패와 갈등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을 발전하고 그들의 미션 수행을 위한 발전 단계로서 인식했다는 것이다.

갈등은 사업을 진행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적 관점을 만들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생각했고 서울시 공모사업에 보기좋게 미끄러진 것을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 외부에서 어떤 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 자신들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무엇을 보완해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뒤집어 활요할 수 있었다. 

사실 제대로 창업에 대한 경험을 하지 못한 채로 시작해야 했던 대학생들도 함께 우주를 만들어왔기에 실패와 낙담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조바심으로도 충분히 이들을 괴롭혔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 함께 해보자는 믿음, 그리고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자는 의지가 이들을 작지만 성공적인 셰어하우스 스타트업 기업으로 키워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다년간의 경험과 많은 사회경험을 갖춘 30대, 40대보다 20대 청년이 무서운 것은 '돈'이 아닌 '가치'로 똘똘 뭉칠 수 있다는 무모함이 있다는 것 때문이다. 가끔은 손해보고 가끔은 속상하고 바보같아도 내가 재미있고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그 길을 무조건적으로 밀고 갈 수 있다는 무모함과 겁 없음.

책을 읽으며 무모함과 겁 없이 달려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정말 멋있었다. 같은 청년으로서, 같은 서울 사는 1인 가구로서. 누군가가 자신을 멋지다고 동경한다는 걸 이분들도 알고 있실까?

처음부터 함께 문제를 고민해온 우주 창업 멤버는 서로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모았다. 김정헌 대표는 창업을 시작할 때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회사에 대한 애정과 열정,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의 앞날을 그려보고 끝없이 고민하고 거침없이 달려들고 실패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는 에너지가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겁 없이 덤볐지만 겁나게 배운 최고의 자산이다.
p.63

일을 하다 보면 논쟁은 언제나 있다. 누군가는 임대인의 입장에 섰고, 누군가는 임차인의 입장에 섰다. 또 누군가는 지점개발 부서의 입장을 대변하고, 누군가는 경영지원부서의 입장을 대변했다. 논쟁을 거치면서 우주가 처음에 구상한 사업 모델 또한 많이 진화하고 분화되었다. 그러면서 2012년에 계획한 2013년과 2014년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었다.
논쟁을 하다 보면 각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게 되고 고민의 깊이를 공유할 수 있다. 그 고민들은 자연스럽게 우주에 녹아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논쟁이 줄어드는 것을 경계한다. 그만큼 고민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적신호가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원칙은 갈등에서 비롯되었고 갈등의 끝에는 발전된 정책이 생겨났다.
p.129

독특해야했지만 결국 집은 일상이 머무는 사는 곳

우주의 셰어하우스 15호는 각자 저마다의 테마를 갖고 있다. 예비 창업가를 위한 집, 미술가를 위한 집,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 등. 각자의 테마를 갖고 그에 맞는 입주자들을 모집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해준다. 정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보다 취미가 같고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묶는 것이 아무래도 장소를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데에 덜 불편할테다. 하지만 이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컨셉과 테마도 중요하지만 집은 '집'. 고된 일상을 마치고 돌아온 곳이 편안하고 아늑하며 충분히 쉴 수 있는, 사는 데에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이었다. 셰어하우스가 잘 되어있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주거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일본으로의 출장에서 이들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중요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부동산 다이스케 대표는 "집을 제공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사는 사람 모두가 편안한가에 초점을 맞춰 '평범한 보통 집'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말해, 독특한 콘셉트나 남다른 특징은 짧은 기간에는 흥미를 끌고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살아가는 집에서는 그런 것들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답에 우리는 모두 감명을 받았다. 남다른 차별화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는데 사실 우리는 '살아갈 집'을 만드는 공급자다. 오랜 기간 머물러도 편안한 집. 그게 우리가 가장 기본으로 갖춰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환기해준 미팅이었다.
p.189

살아갈 집, 내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 우주는 청년들이 당사자 문제에 입각하여 자신들만의 움직임으로 셰어하우스 문화를 만들고 정착해나가는 중이다. 불안정한 시대, 희한한 시대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창업을 통해 돈 주고도 못 살 소중한 경험들을 온 몸으로 쌓고 있는 우주가 앞으로 서울 이외의 전국으로 퍼져나가 같이의 가치를 다 함께 지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나 또한 바라고 응원해본다. 그리고 나도 이 집에 살아보고 싶다.

같이의 가치를 짓다 - 청년 스타트업 우주 WOOZOO의 한국형 셰어하우스 창업 이야기

셰어하우스 우주 WOOZOO 외 지음,
유유, 2014


#셰어하우스 #사회적경제 #같이의가치를짓다 #우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