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불을 지핀 책, 행복사회가 궁금해졌다

[서평] 덴마크의 행복 비결 담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등록 2015.07.21 11:45수정 2015.07.2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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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일반인 부문 [꿈틀상(가작)]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이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모든 이야기가 그러했지만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읽은 부분은 역시나 덴마크의 학교 생활이었다. 어떤 문장은 책장을 넘기는 내 손을 멈추게 했고, 어떤 문장은 내게 아주 큰 파도가 되어 덮쳐왔다.

'교사란 부모나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성적과 등수의 루저가 없이 함께 어울린다.'
'잘하든 못하든 함께 하는 교실'
'자기 인생을 자유롭게 운영하고, 아울러 모두 함께 즐거이 연대하라'


이런 것들. 아주 낯설었다. 아주 이상했다. 교사란 부모나 마찬가지라니? 중학교 시절, 불공정한 이유로 교사에게 뺨을, 그리고 또 다른 교사에게는 배를 맞았던, 그대로 멀리 전학 가버렸던 열다섯의 내가 보였다. 누구도 루저가 없이 어울린다니?

첫번째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열아홉의 내가 떠올랐다. '잘하든 못하든' 이라니? 가장 어렵게 여겼던 문제를 칠판 앞에서 풀지 못한 열다섯의 나를 모두의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던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 보였다. 인생을 자유롭게, 그리고 함께 연대하라니? 미술 대학을 지망하는 나를 업신여기던, 공부할 필요 없지 않냐 깎아내리던 고등학교 시절의 그 공기가 다시 나를 덮쳐왔다.

이 책은 그 시절의 무거운 기억들이 나를 향해 마구 퍼부어지도록 만들었다. 결국 조금 읽다 덮어두고 또 조금 읽다 덮어두고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은 이 책 자체가 충분히 모순적이라고 느껴지게 했다. 행복을 말하는 이 책이 내겐 행복하지 않은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으니까.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 다시 물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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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겉그림 ⓒ 오마이북

고등학교 과정을 끝마쳐야 비로소 내가 바라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내가 미술 대학에 가고 싶든 어떻든, 하기 싫든 좋든, 물감을 만지는 것보다는 루트(√)가 어떻고, 끓는점이 어떻고, 이 소설의 배경이 어떻고 하는 것만을 외쳐야 하는줄 알았다. 수학 문제 하나에 발바닥을 몇 대씩 맞아도 되는 줄 알았고, 선생님이 내 미래와 자유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누군가인 줄 알았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그저 참고 견뎌야만 그때서야 바라는 것, 꿈꿔온 것,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저 당연하다 여겨왔다. 이런 식의 사회적 배경은 원래 그런 것이고, 그때의 기억들도 그저 의례히 그런 것으로 덮어두고 비로소 주어진 졸업이라는 자유를 긴 학창시절의 대가처럼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 책은 계속해서 내게 질문 하더라.

'왜 너는 이런 사회에서 살지 못할 것이라 여기는 것이냐?'
'누가 의례히 그런 것이라 이야기 하더냐?'
'왜 그리 쉽게 네가 속한 사회를 포기하는 것이냐?'
'어찌 그리 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냐?'

잔잔하고 차분한 어투의 이 책은 생각보다 아주 공격적이었고, 내게 계속해서 따져 물어왔다. 왜 그저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느냐고, 행복 사회에서 살아가면서도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무엇이냐고. 내가 가진, 그리고 내 다음 세대, 그리고 또 그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이토록 긴 영원이 아깝지 않느냐고. 어려웠다. 도대체 무엇을 내게 바라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질문들에 그저 짓눌릴 뿐이었다.

그렇게 책 한권이 끝나나 싶더니, 또 갑자기 내게 질문을 해오더라. '당신의 가슴은 뛰고 있는가?'라며. 이젠 숨까지 차오르는 것 같더라. '닫는 글'에 쓰인 그 한 줄이 내 가슴에 갑자기 불을 지피더라. 나도 행복한 사회에서 살아보고 싶어지더라. 즐거운 학교가 도대체 무엇인지 내 눈으로 보고 싶어지더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책에서 찾은 해답

그건 우스꽝스러운 공상 같기도 했고, 이 사회에 지친 한국인의 허망한 소망 같기도 했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그 모든 것이 더욱 허망하게 느껴져 책을 덮어버렸더니 또 한 마디 하더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며.

고민하게 됐다. 행복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웃어야하나? 주변을 의식하지 않으면 되나? 별 것 없는 질문을 하다 그저 만지작거리던 책을 다시 펼쳤더니, 이 책은 또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사회의 비밀'과 같은 목차를 채우고 있더라. 나에게 또 말을 걸어오더라. 그들의 비밀, 그들의 사회, 그들의 일자리, 그들의 학교, 그들의 삶.

참 우습게도 답안지를 앞에 두고 답을 못 적고 있었더라. 그냥 이 책이 방법이었다. 책 한 권을 다 읽고도 나는 왜 몰랐을까. 이 책 자체가 덴마크 같은 행복 사회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큰 사회가 바뀌기를 먼저 바라지 않기로 했다. 내 가정부터, 주변의 작은 사회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누구의 하는 일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를 쉽게 허름하다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같다 여기기로 했다. 오늘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뤄야만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나도 매일 혁신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 안에 갇히지 않기로 했다. 바뀌기로 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린 행복할 수 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2014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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