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의 화재 소동, 영웅이 된 아내

[신입 아빠로 살아가기!⑨] 돌잔치 준비 중 막은 화재

등록 2015.07.18 11:05수정 2015.07.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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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생일을 맞이할 이서 오마이뉴스에 첫 이서의 탄생을 알린 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되었다. ⓒ 연응찬


<오마이뉴스>에 이서의 탄생을 알린 지 어느덧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갓난쟁이 이서는 이제 어느덧 길바닥 위를 걸어다니고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 '머머' 하며 멍멍이라 부를 만큼 성장했다. 여느 부모처럼 나 역시도 딸의 성장이 무척이나 대견하고 감격스럽다.


그런 이서의 생일파티를 앞두고 간밤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돌잔치 때 쓸 경품을 포장하느라 아내와 나는 새벽1시 반까지 작업중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매캐하게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기향 냄새인가 싶어 전자모기향 전원을 끄고 가스불도 한번 점검해봤다. 그러고 다시 앉았는데 여전히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혹시나 해서 밖에 나가보니 아랫집 창문에서 하얀 연기가 나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뭔가 싶어 한동안 아내와 나는 밖에 서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불이 난 것 같지는 않은데 연기가 창밖으로 조금씩 나오는 것을 보면 또 뭔가 미심쩍었다. 게다가 연기가 나오다 말다 해서 더 헷갈렸다. 꼭두새벽이지만 용기를 내어 2층집 문을 몇 번 두드렸다. 세탁기 소리가 들리고 불은 켜져있는 것 같은데 인기척은 없었다. 확신도 없이 더 시끄럽게 하기는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출근도 해야되서 그냥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는데 자지 않고 있던 아내가 다시 다급히 불렀다. "아무래도 이상해! 다시 와서 봐줘 봐." 몸을 일으켜 밖에 나가 다시 보니 아까보다 나오는 연기 양이 많아지고 지속 시간도 길었다. 2층 연기가 우리집 이서 방에까지 들어오는 것 같아 얼른 가서 창문을 닫았다.

'이게 혹시 말로만 듣던 연탄불 자살은 아닐까?' 괜히 좀 불안해졌다. 아무튼 확인을 해볼겸 아내에게 119에 전화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2층에 내려가 문을 두드리는데 역시 인기척은 없었다. 1층 사람들도 냄새 때문에 하나 둘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사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소방차 한 대가 금세 도착해 소방관 세 명이 우리집 방향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전화한 지 3분도 안 된 것 같은데 그 신속함에 깜짝 놀랐다.

영화 <타워>의 한 장면 신고한 지 3분만에 달려온 소방관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속 한 장면 같았다. ⓒ CJ E&M 영화부문


제일 먼저 뛰어온 소방관 한 분이 가스밸브라인이 어디냐고 소리치며 물어보셨다. 이웃집 아저씨가 얼른 위치를 알려드리고 밸브를 잠그는 사이 나머지 대원들이 문을 따고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연기가 막 쏟아져 나왔지만 대원 두 명은 그 안으로 용맹히 뛰어들어갔다.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잠시 뒤 소방대원 한 분이 연기가 자욱한 냄비같은 것을 들고 나오셨다.


사정은 이랬다. 2층에 사시는 아저씨 한 분이 냄비에 음식을 올려놓고 세탁기까지 돌린 다음 깜빡 잠이 드신 것이다. 피곤하셨는지 너무 잠이 깊이 들어 연기 속에서도 깨지 못하셨던 것 같다. 소방관은 만약 그대로 더 뒀으면 냄비에 붙은 불이 천장까지 번져 꽤 큰 화재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들까지 출동해 어느새 꼭두새벽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소방관과 경찰은 초기 신고를 잘 했다며 아내를 칭찬해줬다. 주변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잘했다며 아내를 치켜세웠다. 순간 아내는 우리 동네의 영웅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이서를 가만히 보았다. 참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서 돌잔치가 없어서 우리가 불이 난지도 모르고 자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불길이 바로 윗층인 우리집까지 번져 아닌 밤중에 대피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집이 전소되고 사람이 다치기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리 집은 주택 밀집지역이라 오늘 같이 바람이 강한 날은 불길이 여러 집에 더 옮겨 붙었을 것이다. 이서의 생일이 잔치를 앞둔 액땜이라기 보다는 우리를 보은해 준 예비된 감사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신속하게 출동해 준 소방관님들과 경찰분들 덕에 왠지 안전하고 보호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낀 밤이었다. 오늘도 사회 곳곳에서 봉사하고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goliathgx)에 중복개제 됩니다.
#돌잔치 #육아 #화재방지 #소방관 #딸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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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사회에 평범한 신입아빠, 직장인인 연응찬이라고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는 사회가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고 공감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평범한 눈과 자세로 세상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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