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비율 낮춘다더니... 꼬리 내린 최경환 경제팀

분할상환 비율 늘리고 대출 심사 강화... 부동산 규제 빠져

등록 2015.07.22 08:42수정 2015.07.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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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 ⓒ 금융위원회


"빚은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분할상환 대출을 정착시키겠다. 대출심사도 담보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주요 내용이다. 갚을 수 있는 만큼 대출이 취급되도록 유도해 질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미 11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2017년까지 가계 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는 지난해 목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는 21일 서울시 중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분할상환대출이 정착되도록 하고 선진형 상환능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면서 "인위적인 대출 억제보다는 사전 위험 관리와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의 주요 목표는 대출구조를 처음부터 원금을 나누어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일시상환이 아닌 분할 상환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통상 거치기간을 3~5년으로 한 뒤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이러한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도록 유도하고 대출 원금을 조금씩 갚아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올해 초 32조 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공급으로, 2016년 말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율 목표 30%를 올해 상반기에 조기 달성했다"면서 "2017년까지 분할상환 비율 최종목표를 40%에서 45%로 상향하고 고정금리 비율은 40% 목표를 유지하되 앞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분할상환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까지 '안심 주머니'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금리 비교, 분할 상환에 따른 이자절감액 등 계산, 이용자 소득과 지출규모 등에 적합한 대출규모, 위험 고지를 제공한다.

또 은행권 스스로 분할상환 대출로 유도하는 내부 지침을 마련해 내년부터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출심사, 담보 중심에서 상환 능력 중심으로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 금융위원회


또한 앞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 시, 담보 중심이 아닌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심사할 방침이다. 손병두 국장은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미국은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대출을 약탈적 대출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껏 담보 위주로 평가해 왔지만, 이제는 객관성 있는 소득 자료를 활용해 심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가령 지금까지는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신고 소득으로 인정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소득 금액증명원(사업 소득), 원천징수영수증(근로 소득), 연금지급기관 증명서(연금소득), 국민연금 납부액, 건강 보험료 등 실제 소득을 정확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을 때만 대출이 가능해진다.

만약 신뢰성이 낮은 신고 소득 자료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은행 내부 심사를 본부심사 등으로 상향하는 등 상환능력 확인을 엄격히 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상호금융권 등 제2금융권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상호금융권이 부동산담보대출 취급 때 담보평가가 까다로워진다. 대출과 감정평가 업무담당자를 분리하고 외부감정을 의뢰할 때는 객관성을 위해 무작위로 평가법인을 선정할 방침이다.

또한, 제2금융권 신용대출에 대해 주요 금융사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고도화해 신용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적정 대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부채비율 감축목표 사실상 실패? "시간이 걸릴 뿐 폐기 아냐"

그러나 가계부채는 이미 1100조 원을 넘어섰고  증가 속도가 가파른 가운데, 이번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7.3%(전년 대비)로 가계소득 증가율 2.6%의 세 배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은 가계부채 총량에 대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한국은행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가계부채 문제는 총량 기준에서도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DTI만 강화해도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은행의 자율적 대출 통제를 통해 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이날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자는 한국은행 요청이 있었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LTV, DTI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나왔지만 세부 내용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또한 지난해 정부의 가계부채비율 감축 목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정부는 2013년 말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0%인 것을 2017년 말까지 155%로 5%포인트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부채비율은 오히려 지난 1년 동안 5%포인트가 늘어났다.

사실상 목표를 역행하던 정부 당국은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서 이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정부의 목표는 폐기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손병두 국장은 "추진하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 "시간이 지연될 수는 있지만, 목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가계부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LTV #D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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