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김무성 대표

[주장] 엄격한 정치적 중립 요구되는 미군... 김 대표의 진짜 문제는

등록 2015.08.02 16:49수정 2015.08.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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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사령관 업어주는 여당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당 소속 국방위 위원들과 함께 7월 2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았다. 김 대표가 "한국에서는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업어주는 관례가 있다"면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을 업어주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 장의 사진이 놀랍다. 지난달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을 등에 업어주는 사진 말이다.

기자가 놀랍다고 말한 것은 김무성 대표의 '과잉 행동'이 아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이기 이전에 주한미군사령관이다. 그는 미군 통수권자인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을 받드는 주한미군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의 총괄 사령관이다. 즉 정치인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엄중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고 있는 현직 직업 군인이다.

그러한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한국의 여당 대표이자, 정치인의 등에 업혔고 이 사진이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되었다. 일부 비난 여론마저 일고 있으니, 미국 국민들이나 미군 병사가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기자가 이미 화제가 된 이 사진을 보고 새삼 다시금 놀랍다고 한 것은 자신의 행동이 스캐퍼로티 사령관을 얼마나 궁지에 몰아넣었는지를 아직도 김무성 대표는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스캐퍼로티 사령관 궁지에 몰아넣은 김무성 대표

일본의 정치권 여당 대표나 혹은 야당 대표가 주일 미군사령관을 등에 업고 춤을 추었다면, 정말 이것이 미일 동맹이나 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사진으로 비칠까?

당장 미국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해당국에 주둔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직업 군인이 왜 일부 정치인의 등에 업히면서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느냐는 비난이 당연히 일 것이다.


한국전쟁을 통한 혈맹 관계라는 특수성을 참작하더라도, 미국 국민들이 아니 정확하게는 주한미군 병사들이 어떤 눈으로 자신의 사령관을 바라볼까?

만약 사령관을 업어도 주지 않는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주한미군은 떠나야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군인에게 엄중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스캐퍼로티 사령관을 등에 업어준 김무성 대표의 행동은 단지 과잉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얼떨결에 그러한 행동을 당한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자신의 부하인 주한미군 병사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 점을 김무성 대표가 알기나 할까?

김 대표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들의 묘지를 찾아 절을 골백번 하더라도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 주한미군사령관과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 모습이 미국민들에게 아니 적어도 미군 병사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우산 스캔들'에 곤혹 치른 오바마

군인은 특히 미국 군인은 엄중한 정치적 중립 등 주어진 규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나름의 철두철미한 원칙 아래에서 행동하고 있다. 이 점은 미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오바마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5월, 백악관에서 터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자 연단 끝에 서 있던 해병대원 두 명에게 자신과 터키 총리가 비를 맞지 않게 우산을 들라고 지시했다.

그는 "나는 비를 맞으면 바꿔 입을 양복이 있지만, 터키 총리께서는 어떨지 모르겠다"면서 취재기자들에게도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말을 건네면서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앞장 서온 일부 보수 언론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장 해병대 복무규정에는 "남성 해병대원은 제복을 입었을 때 우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며, 군 통수권자가 해병대원에게 규정을 어기도록 지시했다며 몰아 세웠다.

파문이 일자, 미 해병대는 "백악관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우산을 든 것은 '정상 참작이 가능한 환경'에서의 행위"라고 해명했다. 해병대 규정 10조에 '해병대원은 대통령이 지시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악화한 여론을 되돌리기는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 헬리콥터에서 내리면서도 본인이 손수 우산을 펼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어야 했다. 미국 방송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손수 우산을 들고 가족들과 걸어가면서 양복이 흠뻑 젖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우산 스캔들'을 매우 의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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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우산을 들고 비를 맞으며 가족과 함께 걸어 가고 있는 오바마 . ⓒ 미 ABC 방송 갈무리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에 타면서 해병대의 경례에 대한 답 경례를 하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오바마는 이에 헬기에 탑승한 후 다시 내려 해병대원에게 답 경례를 하고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군인에 대한 기본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다.

한미 혈맹을 과시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업어주는 관례가 있다"며 갑자기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을 등에 업은 김무성 대표. 그는 과연 미군에는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다"는 관습을 넘은 철칙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이 한 장의 사진으로 곤경에 빠졌을지도 모를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김 대표를 대신해 유감을 전하고자 한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김무성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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