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못하면, 그 어떤 것 잘해도 실패한 정권"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거창 강연 "개성공단은 전쟁 방지턱"

등록 2015.08.22 15:47수정 2015.08.22 16:09
8
2,000
"남북관계를 관리하지 못하는 정권은 그 어떤 것을 잘해도 실패한 정권이다. 아무리 경제를 발전시키고 잘해놓아도 남북관계가 한 번 쾅 소리 나면 그대로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이다. 2년 동안 코스피 얼마나 잘 나가려고 노력했나. 지금은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어제(20일)와 오늘 24조 원이 날아갔다. 남북관계가 잘 되어서 긴장 상태가 좀 완화돼야 군대도 줄이고 무기도 좀 덜 사고 군비도 축소해야 거기서 복지비용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 최전방 서부전선에서 남쪽의 대북확성기로 인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21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거창 함양산청 지역위원회(위원장 권문상)가 거창복지회관에서 정치학교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최고위원이 강연했다.

a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거창함양산청지역위원회가 지난 21일 저녁 거창복지회관에서 연 정치학교에 강연했다. ⓒ 윤성효


정 최고위원은 "오늘(21일) 주식시장이 출렁였다. 연평도 포격 때 8조가 날아갔는데. 총 몇 방에, 포 몇 방에 대한민국의 재산 24조가 날아갔다"며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해왔는데 2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의 영역에서 저는 모든 분야를 통틀어서 중요한 분야를 하나를 꼽는다면 남북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쟁이 나면 모든 게 잿더미가 된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모순, 병폐, 불평등 구조, 갑질 등 이 모든 것과 맞먹는 하나의 이슈가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한반도 평화라고 생각한다. 5년, 10년 수없이 노력한 것도 전쟁 한 번 하면 다 물거품이 되고 무너지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정치인, 대통령이 가장 관리해야 할 부분이 남북관계"라며 "남북관계는 무슨 이념의 대결 이런 문제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생존의 문제이고 바로 경제 문제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치인과 대통령이 정말 신경 써서 해야 할 것이 남북관계 평화 관리"라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천추의 한'은?

정 최고위원은 이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김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었다. 핵실험 뒤 김대중 대통령이 전남대에 가서 '어떠한 경우가 되더라도 대북 포용정책을 바꾸면 안 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어려워도 전쟁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평화의 길로 가야 됩니다. 여러분, 지금 북한이 핵실험 했는데 라면 사는 사람 있습니까? 지금 전쟁 났다고 피난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 있습니까?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바로 햇볕정책 때문에 그렇다'고 하셨다.

김 대통령은 '여기에 너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마시고 햇볕정책이 잘못된 정책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들이 믿어주십시오. 햇볕정책은 일조 일항도 바꾸면 안 됩니다'고 하셨다. 대통령의 강의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그 당시 MBC에서 대국민 여론조사를 했는데, '북한 핵실험은 남침용인가?'라는 물음에 '아니라고 생각한다'가 70%였고 국민들은 '대미 협상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또 '전쟁이 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안 난다고 본다'가 많았다."

그러면서 그는 "그리고 10년이 흘러, 2015년이 되었다. 그 당시의 국민의 의식과 지금의 의식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며 "10년 전 햇볕정책으로 국민들이 금강산 관광을 갔던 당시의 국민과 지금 국민의 의식조사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동교동에 찾아가 들었던 말을 전했다. 그때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설명하면서 "우리 민족은 참 박복한 민족입니다. 천추의 한입니다"고 말했다는 것. 정 최고위원은 김 전 대통령이 생각한 '천추의 한'은 '김대중-클린턴 구상'이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라 설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했다. 그래서 2000년 10월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부 장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에 갔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만나서 클린턴과 김정일의 정상회담 사전 작업을 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구상의 실천을 위해서, 원래 계획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가고 이후에 클린턴이 평양에 가는 거였다.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수교를 하는 거였다. 미국과 북한이 수교한다는 걸 상상해보자. 'South Korea is an old friend, North Korea is a new friend(남한은 오래된 친구, 북한은 새로운 친구).'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정치적 후견인이 되어 수교를 맺는 것이고, 그러면 곧바로 이어서 북한과 일본이 수교를 맺는다.

그리고 북한이 10년 전이나 올해나 깎지 않고 똑같이 요구하고 있는 일제 배상금 110억 달러는 한 푼도 에누리 없이 일본이 주는 것이다. 북-미 수교, 북-일 수교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 불능화, 남북불가침선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만드는 것, 남북철도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김대중- 클린턴의 그랜드 플랜(Grand Plan)'이다."

정 전 최고위원은 이게 '천추의 한'이 된 이유를 "그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의 후계자 앨 고어가 지고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자기의 정책을 이어받을 정부가 사라졌기 때문에 평양에 갈 수가 없었고,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과 앨 고어가 꿈꿨던 대한반도 평화정책의 정반대로 가서 '북한은 악의 축'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리고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는 데도 미국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시 행정부가 물러가고 클린턴 사단인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섰다. 클린턴의 생각을 구현할 행정부, 그리고 클린턴의 부인이 국무장관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 민주당 정부와 손발을 맞출 정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남북철도가 연결된다면?

정 최고위원은 남북철도와 개성공단을 강조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006년 평양에 가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던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앉자마자 정 전 장관이 김 위원장한테 얘기했다. '북한은 왜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자 그러면서 통미봉남 하느냐, 왜 미국하고만 대화하려고 하고 남쪽을 봉쇄하느냐, 잘못된 거 아니냐'라고 했단다. '분단이 될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통일을 하려면 남과 북이 서로 힘을 합쳐서 주체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근데 왜 북은 자꾸 미국하고만 대화하려고 하고 남쪽을 무시하느냐' 이렇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김 위원장이 정동영 장관한테 그러더란다. '배짱이 있다, 당신하고는 좀 더 길게 대화를 해야 되겠다'고. 그래서 원래 한 시간 예정이던 면담이 다섯 시간이 되었다.

당시 정 전 장관은 남북철도 연결을 꺼냈다. 김 위원장은 '혁명의 수도 평양을 통과하려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고 하더란다. 그 응당한 대가가 바로 뭐냐면 북-미 수교, 북-일 수교, 일제 배상금 110억 달러가 전제되고 비핵화, 불가침선언, 평화협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말기 때 남북 열차 시험 운행을 했다. 북쪽 구간이 아직 연결되어있지 않다. 북쪽 구간을 시속 80km 이상을 내게 하려면 한 4조 원 정도 공사비가 들어간다. 그건 우리가 그냥 해줘도 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 가면 일본 자동차가 98% 정도다. 일본이 공짜로 고속도로 깔아줬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판로를 열기 위해 고속도로를 공짜로 놔준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우리에게는 어떠한 이익이 있는지 하나로만 말씀드리겠다"며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기차 타고 서울역에서 베를린까지 갔다. 남북구간만 연결되면 베를린, 파리, 런던까지 다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본에 있는 수출품 물동량이 배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데 40일 걸린다. 그런데 부산에 와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데는 14일 걸린다. 26일간 물류비가 절약된다.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일본에 있는 수출품 물동량은 다 부산으로 오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a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저녁 거창복지회관에서 거창함양산청지역위원회가 연 정치학교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개성공단이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란 한 정 최고위원은 "10.4 선언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정상회담을 했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김 위원장한테 '개성공단에 가서 작별인사를 하자'고 했단다"며 "김 위원장이 화를 내면서 '내가 무슨 면목으로 개성공단에 가서 작별인사를 한단 말인가? 혼자 내려가시라우'. 이렇게 이야기했단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에 왜 김 위원장이 가기를 싫어했을까? 개성공단 당시 우리 남쪽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300만 원이 넘었다. 북쪽 노동자 임금은 단돈 6만 원이었다. 같은 일을 해도 남쪽 노동자는 300만 원이고 북쪽 노동자는 6만 원이다"고 덧붙였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이 개성공단 계약서 쓸 때 대화는 유명하다. 정 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아니, 이 개성공단이 계획대로 완성되면 남쪽의 창원시하고 똑같다. 800만 평 주거에 1200만 평 공장부지, 2000만 평, 그리고 30만의 노동자가 일하게 된다. 출퇴근이 가능한 개성시 개풍군 인구를 다 합쳐도 30만이 안 되는데, 이 노동자를 어떻게 다 충당하려고 합니까?'라고 물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멈칫거림도 없이 말하더란다. '그거 간단합니다. 인민군대 옷 벗겨서 넣으면 됩니다.' 북의 입장으로 보면 총 한 방,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개성공단을 내준 것이다. 그리고 금강산도 내준 것이다. 배 타고 금강산 가다 보면 산으로 1/3을 에워싸고 있다. 그곳은 북한의 최남단 해군기지였다. 그것을 후방으로 밀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에 가면 송악산이 병풍처럼 이렇게 있다. 원래는 개성공단과 휴전선 사이에 남침용 전진 배치된 무기가 많았을 것 아니냐"며 "그게 다 개성공단 뒤로 물러났다. 그러니까 서부 전선, 동부 전선. 북으로 치면 남침 경로다. 그곳에 전진배치 된 무기를 뒤로 돌린 것"이라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신원에벤에셀'이라는 중저가 여성 의류를 했던 그 회사가 IMF로 부도가 났다. 그리고 개성공단에 진출했는데 몇 년 만에 부도를 해결하고, 빚을 모두 갚아서 무차입 경영했다. 로만손 시계도 거기서 성공했다. 중국 임금은 40만 원 정도 된다. 그래서 북은 이렇게 주장한다. '왜 남쪽 기업은 베트남, 중국 가서 40만 원씩 월급 주면서 같은 민족, 같은 피인 우리에게는 6만 원 주는가'. 지금은 좀 올랐다. 그러나 아직도 20만 원이 안된다."

그는 "개성공단 정 배수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거기에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7~8명 나가 있는데 남쪽 직원의 지휘를 받는 북쪽 노동자들은 한 30~40명 된다. 개성공단의 소방서에도 대한민국의 소방서 직원 7~8명이 가 있고, 부하 직원으로 3~40명의 북쪽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사무실에 앉아서 떠들고 차 마시고 다한다.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다. 지금 개성공단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하고 같이 농담 따먹기를 한다. 이게 특수 한반도 상황"이라 설명했다.

"개성공단은 전쟁 방지턱"

정청래 최고위원은 "19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을 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교류 협력 관계와 이명박 정부 5년간을 비교해봤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완전히 끝장났다"며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큰 해악인지 모른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통치행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통일을 왜 해야 하느냐', '국가보안법을 왜 폐지해야 하느냐'. 이전에는 당위와 민족적 관점이었다면 지금은 그것을 뛰어넘어서 경제적, 생존적 관점으로 본다. 개성공단이 10개가 생긴다고 생각해보자. 남쪽 노동자들 30만이 북한의 영토에서 일한다. 그 상태에서 전쟁 날 수 있겠나?

동서독 통합을 이뤄낸 동방정책을 이끌었던 브란트 수상의 정책보좌관 에곤 바르 박사가 '우리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을 끝까지 밀고 가다 보면 거기에 통일이 서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남북관계가 이렇게 파탄 났어도 개성공단은 닫지 못한다. 개성공단이 바로 반짝반짝 작게 빛나는 희망의 불씨, 통일의 불씨라고 생각한다."

그는 "남북한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문제는 우리의 삶의 문제이고 생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지갑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것은 어느 시민단체에서 할 수도 없고 어느 한 정당에서 할 수 없고 결국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그리고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의 운명의 퍼즐이 맞아야 되는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잘됐을 때 우리 아들, 손자들이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을 거쳐 평양을 거쳐 베를린에 수학여행을 갔다 올 그런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며 "지금 계산해보니 30만 원이면 기차 타고 베를린까지 수학여행 갔다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통일은 생존이고, 경제다. 그리고 밥이고, 돈이다. 개성공단은 전쟁을 막아주는 전쟁 브레이크이고 전쟁 방지턱"이라며 "우리 생존의 문제, 경제 문제, 남북 긴장 완화와 해소, 그리고 평화통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땡큐, 박찬주
  2. 2 문재인 대통령-5당 대표 만찬 중 고성 오간 사연
  3. 3 '구속기소' 정경심 교수 14가지 혐의 살펴보니
  4. 4 그때, MBC 뉴스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던 이유
  5. 5 술 싫어한 정약용, 정조가 따라준 술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