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의 조합원들이 "간병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미현
지난 1일, 적막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50~60대의 여성들 60여 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에 손에는 "포괄간호서비스에 간병인·요양보호사 포함하라!", "간병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포괄간호서비스를 위한 간호인력 개편안'에 간병인이 배제되면서, 생계가 막막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모인 각 지역의 간병인들이었다.
"병원에 고용하게 해준다 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사설 간병 자격증도 땄는데…."
포괄간호서비스는 병원에 보호자나 개별 간병인 없이 간호인력만으로 입원환자를 돌보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일컫는다. 대부분 아픈 사람이 생기면 가족들이 일손을 놓은 채 환자를 수발해야 하거나 별도의 비용을 들여서 간병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러한 간병문화를 개선하고 환자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보호자 없는 병원'이 논의되다가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2018년 포괄간호서비스사업 전면 시행을 목표로 두고, 몇몇 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8월 20일에는 이를 위한 간호인력 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포괄간호서비스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번 간호인력체계 개편안에 대해선 대부분 의료업계가 반대를 표명했다.
특히 시범사업별로 간호보조인력이 달라지면서, 지금껏 간병을 맡아왔던 간병노동계는 포괄간호서비스에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만연하다. 시범사업 초기 단계였던 '보호자 없는 병원'에서는 간병인을 고용해 공동간병을 맡겼으나, '포괄간호서비스'로 제도가 개편되면서 간호보조인력을 간호조무사로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간병인들에게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딸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왔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 도입되면 병원에서 간병인을 직접 고용할 수 있으므로 자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포괄간호서비스 인력에 배제되어 일터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병원에 고용되어있지 않은 간병인들은 해고절차도 없이 제도개편 하나만으로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다. 기자회견장에 모인 한 간병인은 "병원에 고용하게 해준다 하여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고, 사설 간병 자격증도 땄다"며 정부의 태도변화에 박탈감을 드러냈다.
메르스 사태에도 마스크 한 장 못 얻는 불안정 간병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