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최저임금 받았는데, 노조 만들었다고 해고?

구미 아사히글라스 하청노동자 해고에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

등록 2015.09.06 14:49수정 2015.09.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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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구미4공단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연대한마당이 5일 오후 열렸다. ⓒ 조정훈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서 최저임금만 받으며 일을 했습니다. 노조를 만들고 월급 167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것은 170명 해고였습니다. 노사협상도 하기 전에 우리는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경북 구미4공단에 위치한 세계4대 유리생산 업체인 아사히글라스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지 100일째인 5일 오후 구미역과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연대한마당을 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열린 연대한마당에는 서울과 부산, 울산 등지에서 모인 3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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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구미4공단에 위치한 아사히글라스. ⓒ 조정훈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4년 구미시와 MOU를 맺고 구미 4공단에 입주한 업체로 정규직 800명과 사내하청 300명을 고용해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경북에서는 제일 규모가 큰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구미시는 아사히글라스에 40만㎡의 땅을 5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법인세 등 국세는 5년, 지방세는 15년 동안 감면해 주었다. 지역의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한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특혜를 준 것이다.

그럼에도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주중에는 3조 3교대와 주말에는 3조 2교대로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장을 가동하면서 9년 동안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일을 해왔다. 노동자들은 결국 지난 5월 29일 구미 4공단에서는 처음으로 사내하청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가 결성되자 아사히글라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티에스(GTS), 건호, 우영 등 3개의 사내하청업체 중 GTS와 계약을 해지했다. 노조 결성 한 달만인 지난 6월 30일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7월 31일자로 계약 해지를 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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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받은 해고통보 문자. ⓒ 조정훈


아사히글라스는 도급계약 해지의 이유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용 유리 제조 물량이 감소했다는 사유를 들었지만 노조가 조직된 GTS와의 도급계약만 해지했을 뿐 나머지 2곳과는 계약이 그대로 유지됐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하청노조 위원장은 "9년 동안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을 했다"며 "9년 일한 노동자나 방금 들어온 노동자들의 시급이 똑같다"고 말했다. 차 위원장은 또 "노동자들이 조금만 잘못해도 붉은 색 조끼를 입히는 등 인권침해가 심했다"고 주장했다.

차 위원장은 "지난 6월 30일 9년 만에 처음으로 사내 전기공사를 한다며 하루 쉬도록 했다"며 "쉬는 날 오후 문자를 통해 계약해지 되었다고 알려왔다, 다음 날 출근하니 공장 입구에서 용역을 이용해 출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아사히글라스는 9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부려먹고 전기공사 한다고 출근하지 말라고 하더니 정리해고 했다"며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일해온 노동자들의 가정을 풍비박산 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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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구미4공단에 위치한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열린 연대한마당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170여 명을 해고한 데 대해 비난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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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구미4공단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 내걸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걸개그림. ⓒ 조정훈


권영국 장그래운동본부 대표는 "구미는 박정희, 박근혜의 도시가 아니라 노동자 서민들의 도시이고 아사히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도시"라며 "노조 교섭 한 번 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내쫒는 일본기업은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사히글라스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환영합니다, 동지들'이라며 노래와 율동으로 이날 모인 참가자들을 환영했고 같은 해고노동자들인 동양시멘트 문화패 '민패'와 부산 택시노조와 생탁 율동패인 '4.16몸짓패' 등의 노래와 율동이 이어졌다.

쌍용자동차와 재능교육 노동자들도 아사히글라스를 규탄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을 염원하는 발언으로 위로했다. 이날 모인 노동자들은 아사히사내하청노조에 투쟁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투쟁결의문을 통해 "낮은 임금과 해고, 더 나쁜 일자리로 노동자들을 내몰고 있다"며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어야 한다, 계약해지-집단해고에 맞서는 투쟁을 아사히에서 구미로, 구미에서 전국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어 "최저시급 1만 원이라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과제가 되고 임금피크제 철폐, 일반해고 조건 완화 저지가 모든 노동자의 요구가 되어야 한다"며 "바로 이 자리가 노동자는 하나임을 확인하는 자리이며 총파업 조직의 출발점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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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택시와 생탁 4.16문화패가 5일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열린 연대한마당에서 율동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연대한마당이 끝난 후에는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노래공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특히 1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거제 대우조선 노동자들과 전화연결을 통해 연대하기도 했다.

한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9년 동안 매년 1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사내유보금도 7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급 계약이 반년이나 남은 업체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하고 부당노동행위, 공정거래법 위반, 불법파견 위반 등의 부당행위를 저지르고 있지만 구미시는 뒷짐만 지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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