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년들, 다시 사춘기 소년소녀로 '컴백'

[포토] 30년 만의 첫 동문회, 30년 전의 가을빛 추억 속으로...

등록 2015.09.07 16:46수정 2015.09.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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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는 누가 뭐라 해도 아이들 잔치마당 ⓒ 이정민


#장면1. 1980년대 후반 남녀 공학 중학교 시절. 홍콩 누아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이 한국 청소년들의 사춘기를 강타했다. 또래 친구들은 입에 성냥을 물거나 아빠 선글라스를 훔쳐와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등의 배우 흉내를 냈다. 부모님이 없는 틈을 타 친구들의 집을 오가며 포커놀이에 빠져들었다. 게임이 끝나면 '대빵 친구'를 중심으로 짜장면 파티를 열었다. 한 그릇 값 500원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던 시절. 그렇게 친구들은 서로의 우상이 되어 갔다.


#장면2. 가수 강인원의 '영어 선생님'이란 노래가 있었다. 그 노래는 한 소년에게 처음 사랑을 가져다주었다. 가사처럼 선생님은 향긋한 바람처럼 소년의 마음속에 살포시 다가왔다. 햇살이 반짝이는 선생님의 미소는 어린 소년을 얼마나 '심쿵'하게 흔들어놓았는지. 어려운 영어단어조차 아름다운 노랫말로 들렸으니 소년은 마냥 행복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가라'는 선생님의 마지막 속삭임이 아직도 그 소년의 귓가를 맴돈다.

벌써 30여 년이 지난 중학교 시절의 추억담입니다. 당시 국민학생이라는 코흘리개 신세를 면하고 올라갔던 남녀공학의 중학생 시절은 그야말로 '신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첫사랑을 배웠고, 짝사랑의 가슴앓이도 이때 시작했습니다.

가수 김민우의 '사랑일 뿐이야', 변진섭 '홀로된다는 것', 이상우 '슬픈 그림 같은 사랑', 박남정 '사랑의 불시착', 소방차 '어젯밤 이야기', 이승환 '너를 향한 마음', 조정현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등. 아름다운 노래 가사처럼 여자 친구의 집 앞 가로등 불빛까지도 애타는 사랑을 적셔주는 무대장치가 되어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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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몰아쳐도 중년들의 열정과 의지는 항상 고고씽~ ⓒ 이정민


당시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OO초콜릿. 최고 신인이었던 채시라, 신혜수씨의 광고 모델 등장으로 아이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답니다. 인기 팝송이었던 '하드 투 세이 암 쏘리'(Hard to say I'm sorry, 시카고), '헬로우'(Hello, 라이오넬리치) 등의 배경음악은 당시 유행음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밸런타인데이' 혹은 '화이트데이'가 되면 누가 초콜릿과 사탕을 많이 받았는지 내기를 하고,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풋사랑을 속삭였던 그 시절이 생생합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손편지'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가늠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순수한 사랑을 배우기도 했고,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처럼 허물없는 우정의 친구가 되어 아름다운 추억을 키워가곤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추억의 시구처럼,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그리운 시절입니다. 그리고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있었으면 더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30년 만의 첫 동문회, 30년 전의 가을빛 운동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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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순수의 시대로 돌아갑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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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엄마가 나온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운동회 ⓒ 이정민


가을 향기가 시작되던 지난주 토요일, 앞서 언급했던 중딩 시절의 추억여행을 떠나러 30년 만에 학교 교문을 열고 첫사랑의 기억과 마주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신생학교라 1회, 2회가 주축이 되어서 학교를 주름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과의 교류가 쉽지가 않았답니다. 그런 기류로 졸업하고 세월이 흐르다 보니 30년 만에 동문회를 결성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선후배들이 모여 추억속으로 들어가는 첫 가을 운동회를 열게 되었답니다.

이젠 중년 나이가 되어 그 시절만큼은 못하지만 선배들은 흰 머리와 뚱뚱보 배를 훈장 삼아 모처럼 아이같이 뛰어다녔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동문회원들의 열정과 의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4살배기 아가도, 사춘기 형아도 아빠와 엄마 따라서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운동회라는 설렘의 추억이 만든 한 편의 멋진 추억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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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끼리, 부부끼리 오래버티기... ⓒ 이정민


선후배들은 오랜만에 선생님과 만나며 옛 시절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때는 선생님이 왜 그렇게 미웠던지, 매일 매를 드시는 선생님의 쓴소리가 왜 그렇게 싫었는지 이제야 고백을 하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선생님과 제자가 서로의 흰머리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투박하게 늙어버린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가수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이란 노래를 떠올리며 스승과 제자의 영원한 사랑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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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생님들도 30년만에 제자들과 만나 혼연일체로 행복을 선사합니다.. ⓒ 이정민


비록 운동회는 6시간 동안의 짧은 만남으로 끝났지만, 이제 그들은 중학교 동문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또 다른 추억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듯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그들이 나온 중학교 '부광'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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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하는 덩크슛~~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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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그저 웃지요~ ⓒ 이정민


가수 이재훈의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시인 용혜원의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이란 시도 있습니다. 비록 서로가 이젠 중년이 되어 첫사랑의 설렘은 사라졌겠지만, 중딩 시절 처음 만났던 그 느낌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수 안재욱의 '친구'처럼 늘 곁에서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겁 없이 달래고 철없이 좋았던 / 그 시절 그래도 함께여서 좋았어 /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게 변해도 / 그대로 있어준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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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바로 당신입니다. ⓒ 이정민


#부광중 #운동회 #친구 #동문회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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