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일본, 원전 멈춰도 문제 없었다"

'원전 반대 운동가'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 아베 맹비판

등록 2015.09.13 17:45수정 2015.09.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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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아사히신문> 대담 기사 갈무리. ⓒ 아사히신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원전 제로'를 주장하며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3일 <아사히신문>과의 대담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국에서 2년 가까이 원전을 전혀 가동하지 않았지만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도 정전 사태가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일본은 '원전 제로'가 가능한 국가라는 것을 증명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1~2006년 일본 총리를 지내며 아베 신조 현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고이즈미는 정계 은퇴 후 원전 반대 운동가로 활동하며 원전 재가동 정책을 추진하는 아베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원전, 절대 안전하다는 것은 없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계기로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는 신념을 갖게 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총리가 결단하면 원전 제로가 가능하지만 아베 총리가 원전 추진론자의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전은 전력회사뿐만 아니라 철, 시멘트, 건설 등 다양한 업계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사업"이라며 "그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원전 제로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은 나도 정치가 출신이라 잘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정치"라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원전 정책이 자연 에너지 사용을 저해하고 있다"라며 "정부나 전력회사, 전문가들이 '원전은 가장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깨끗한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아베 정권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원자력규제위원회 기준에 맞춰 심사를 통과해 원전을 재가동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다나카 순이치 원자력규제위원장은 '절대 안전하다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라며 반박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도 재임 시절 원전을 추진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나도 그때는 전문가의 말을 믿었다"라며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름대로 공부해서 깨닫게 되었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앞서 원전을 추진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마라'라는 논어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원전은 '핵 폐기물' 만드는 환경오염 사업"

고이즈미 전 총리는 "최근 10년간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일본의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라며 "원전의 지진 대책을 마련하려면 또 그만큼 막대한 비용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후쿠시마 원전도 사고 전 지진 취약성이 지적됐지만 채산성을 이유로 보강 공사가 무산된 바 있다.

그는 "아직도 집에 돌아갈 수 없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상황을 보더라도 원전이 (화력발전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위험한 '핵 폐기물'을 만드는 것이 분명해졌다"라며 "원전은 전혀 깨끗하지 않은 환경오염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3월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추진했던 우정 민영화는 모든 정당이 반대했지만, 원전 제로는 모든 야당이 찬성하고 있으며 총리가 결단하면 자민당도 반대할 수 없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지만 아베 총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듣고만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내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치 세력 결집을 위해 원전 제로 정책을 들고나온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이미 정계를 은퇴한 만큼 복귀할 일은 전혀 없다"라고 단언했다.

한편, 아베 정권의 강력한 원전 재가동 정책에 따라 지난달 11일 가고시마 현 센다이 원전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하면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3개월간 유지해온 원전 제로 상태를 종결해 원전 가동에 대한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후쿠시마 원전 #아베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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