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대학 진학 반대, 간신히 상담 받았지만...

[말없는 약속 20년 36] 덕이에게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나는 기꺼이 한다

등록 2015.09.16 10:32수정 2015.09.16 10:3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함께합니다. 그가 품는 희망은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그동안 너무나 아파서 가슴이 막막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오며, 작기만 했던 가능성은 어느덧 기대 이상으로 실현됐습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 과정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중심에는 '사람은 상처 받고 고통만 당하기엔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약 24년(1991~2014년) 동안 조카와 함께 울고, 웃던 나날들의 경험이, 어떻게 풍성한 열매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자 말

고등학교 입학 때도, 덕이의 대학 진학 여부를 두고 우리 가족의 의견은 엇갈렸다. 특히 덕이 할머니께서는 "덕이가 갈만한 대학이나 있겠느냐"며 "가더라도 집이 멀어서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하고, 주말에 집에 올 텐데 그러다가 애들한테 못된 짓이라도 당하면 안 된다"는 등의 말씀으로 대학입학을 반대하셨다. 나의 다른 형제들도 "덕이가 혼자서 지낼 수 있기나 하겠냐"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나는 20세 때부터 보육원에 아이들을 지도하는 봉사를 하면서 분명히 알게 된 점이 있었다. 아이를 지켜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존재, 특히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은 대학을 가야 한다. 기관이나 누군가의 후원이 있을 때, 일단은 대학을 다녀야 한다. 그들이 살아가기 위한 직업을 구하거나, 인간관계를 익히는 것이 한국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덕이가 사회에 나가서 '꿀리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라도, 대학이라는 문턱을 다녀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덕이가 갈 수 있는 대학 이곳저곳을 알아보았으나 갈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덕이에게 합당한 지방의 전문대학 '스포츠학과'에 입학할 수 있다는 소식을 선배를 통해서 듣게 되었다. 학과장을 맡고 있던 그 선배는, 단지 박사과정 선배라는 것 말고는 나와 별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덕이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에 기댔다.

통화한 그 주말, 직접 덕이와 할머니를 모시고 망설임 없이 그 대학을 방문했다. 학교의 학과장을 만나 학교의 상황을 듣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덕이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덕이의 '육감'이라는 촉을 신뢰하고 있다.

탐탁치 않은 듯한 덕이의 태도

a

덕이에게 대학 입학은 어려운 일이었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받았지만, 덕이는 정작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 픽사베이


고모 : "덕아~ 어떠니? 이 학교 괜찮겠니?"
덕이 : "..."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에 신중함이 묻어나온다.)
할머니 : "일단 교수님이 믿을만한 것 같으니까 괜찮을 것 같다"

"덕이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재차 물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쯤 되면 덕이에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고모 : "덕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니? 덕이가 다닐 곳이니까 너의 생각과 결정이 중요하단다."
덕이 : (여전히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 근육에 힘을 준다.)
고모 : "만약에 덕아, 네가 원하지 않으면 그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된단다. 네가 충분히 생각해 본 후 이야기해도 괜찮아."
덕이 : "태권도는 없잖아."
고모 : "응, 처음에 너에게 말했던 것처럼. 이 대학에 태권도학과는 없어"
덕이 : "나는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에 갈 거야."

약 2년에 걸쳐서 덕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덕이가 가고 싶어하는 용인대의 점수와 지금 덕이의 학교 점수가 달라서 다른 곳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덕이는 받아들이기 힘든가 보다.

고모 : "덕아.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사실은 네 대학 진학 때문에 나도 많이 힘들단다. 왜냐하면 다른 가족들은 너를 대학 보내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단다. 나는 너를 대학 보내는 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단다."
덕이 : "가족들이 반대해?"
고모 : "응, 왜냐하면 네가 집과 먼 곳에 위치한 대학을 다니게 될 때,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 그럴 때 네가 혹시 아프거나 친구들과 문제가 발생해서 힘들어지면, 곧 바로 너의 곁으로 갈 수가 없잖니. 네가 겪어야 할 어려움들을 염려한단다."
덕이 : "나는 안 아플 거야."
고모 : "그래야지…. 아무렴. 덕이는 이제 안 아프면 좋겠어."
덕이 : "운동도 잘하고, 보약도 잘 먹고, 또 밥도 잘 먹어서 이제는 안 아파."
고모 : "덕아 고맙다. 가족 모두, 특히 할머니와 나는 네가 안 아프고 건강하길 얼마나 바라고 기도하는지 몰라."
덕이 : "알아. 그리고 나만 보약 먹는 것도."
고모 : "네가 나중에 직업을 갖고 돈 벌면 할머니와 나에게 보약 해 줘."
덕이 : "응. 할머니와 고모에게 보약 해줄 거야. 고모, 아까 그 교수님과 고모 친해?"
고모 : "덕이가 그동안 만나본 고모의 친구들은 서로 집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서로의 성격이나 장·단점에 대해도 알아. 서로 필요할 때 도움이나 조언도 주고, 함께 해주고 있어. 하지만 그 교수님은 그런 친구들과는 다른 경우야. 청소년학과 모임이 있어서 한 달에 2번 정도 여러 명이 만나서 저녁 먹고 헤어지는 정도? 그리고 전화 통화도 덕이 너의 대학진학에 관해서만 요즘에 통화해본 정도야."
덕이 : "친하진 않구나."
고모 : "응 서로 얼굴만 아는 선·후배 정도야."

아마도 덕이가 친근감을 느끼기에 쉽지만은 않았나 보다. 고모의 친구는 그동안 모두 여성이었다. 다른 고모 친구들은 덕이에게 먼저 가까이 다가와 안아도 주고 "잘 생겼다", "착하게 생겼다" 등의 말을 미소 띈 얼굴로 해주었다. 반면 이날 대화를 나눈 학과장 선배는, 남성인데다 연세도 있어 보이고, 말할 때 잘 웃지도 않았다. 덕이는 아무래도 필요한 말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나 보다.

고모 : "아직 기간도 남았고 하니까, 여유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어. 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돼."
덕이 : "알겠어."

나 또한 덕이 못지않게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학과 선배지만 자주 소통하거나 이야기 나누지 않은 사람에게, 덕이를 맡겨도 될까. 덕이가 그 먼 곳까지 가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할 텐데 과연 덕이를 대학 보내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단, 덕이에게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나는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덕이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각오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조국 잡으려다 사면초가... 독이 된 윤석열의 입
  2. 2 '윤석열 저거 죽여야겠다' 방향 잃은 김경진의 해석
  3. 3 케이팝 팬들 왜 이러는 거지? 세계 언론이 바빠졌다
  4. 4 [단독입수] 뺨 때리고 경찰 부른 유치원장, 영상에 다 찍혔다
  5. 5 '한국은 빼고 가자' - '내가 결정'... 세계 두 정상의 속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