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교실 문제, 이재정 교육감이 나서야"

[현장] 전교조 안산지회 소속 교사 교육청 앞 피켓시위 "교육감은 책임 방기마라"

등록 2015.09.30 11:17수정 2015.09.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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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명예 3학년)교실 보존 문제가 결국 거리에 등장하게 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안산지회 소속 교사들이 단원고 교실 존치 문제와 관련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앞장서서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이 교육감의 출근시간에 맞춰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현직 교사들이 단원고 교실 보존 문제로 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김재춘 전교조 안산지회장 등 교사 8명은 30일 오전 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이재정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교실존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면서
모든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진다던 약속을 이행하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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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전교조 경기지부 안산지회 소속 교사들이 단원고 2학년 교실 보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기에 앞서 단원고 희생 학생들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박호열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2016학년도 신입생 모집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사용하던 명예 3학년 교실 존치 여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경기도교육청은 교실 존치 여부 결정을 위해 8월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단원고 대책특별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진행하고 학부모 설명회까지 열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 논의의 시작이 늦어 충분한 협의 과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까지 이 문제를 방치해 온 도교육청의 무책임함은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사들은 "짧은 시간 급하게 논의를 진행하다 보니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자칫 피해자간의 갈등과 다툼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만일 지혜롭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단원고의 학생, 학부모, 유가족, 교직원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또 한 번의 큰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이재정 교육감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들은 "이 교육감은 당사자 간의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은 조건에서 경기교육선장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며, 피해자 간 갈등과 싸움을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들은 "이 교육감은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것이냐"고 지적하고 "피해자 간 갈등과 싸움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에서 교육감은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교사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학생들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교육자의 책임이자 임무라면 지금이야말로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육감이 나서야 할 때"라며 "경기교육의 수장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아이들의 교실 존치 문제 해결에 지금 당장, 직접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는 이재정 교육감 비서실을 통해 이 교육감에게 전달됐다.

"재난예방 위해 단원고 추모·교육공간으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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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기지부 안산지회 소속 교사들이 30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단원고 2학년 교실 보존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원고 교실 존치 문제 교육감이 앞장서서 해결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호열


이날 피켓 시위를 이끈 김재춘 전교조 안산지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추석 명절이 끝나자마자 도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한 이유에 대해 "2학년 교실의 존치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자칫 피해자간의 충돌로 나타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단원고 교실 보존 문제와 관련해 나눈 일문일답으로 답변 내용은 김 지회장의 개인 생각이다.

- 학교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단원고 2학년 교실(명예 3학년)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무언가.
"오늘 시위와 성명의 핵심은 교육감이 문제해결의 책임자로 직접 나서라는 것으로 교실 존치에 대해선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교실존치와 관련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삼풍백화점참사, 대구지하철참사, 성수대교참사, 씨랜드참사, 세월호 참사… 이렇게 수많은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참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의 기회로 삼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사가 없을 수는 없지만 교육을 통해 최대한 예방할 수는 있다. 역사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역사적인 현장에 박물관도 세우고 기념관도 세우듯이, 재난예방을 위해서도 참사의 현장을 보존하여 추모와 교육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재정 교육감이 단원고 교실 보존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교실존치와 관련한 문제는 작년 2학기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 8월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대책 없이 시간만 보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 이 교육감은 지난 7월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를 방문해 '경기교육에 새로운 생명과 안전과 평화의 교육을 만들겠다'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그 시작은 단원고 2학년 교실을 보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 경기교육에 새로운 생명과 평화의 교육이 넘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곳이 단원고가 되었으면 한다. 단원고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명, 안전, 평화 교육의 중심이 되길 희망한다. 단원고 발전이라는 면에서도 교실보존은 의미 있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

- 단원고 교실 보존과 관련해 학생, 시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원고가 배움의 공간인 만큼 추모공간과 분리된 학교로서의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세월호 참사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현장인 만큼 보존하여 추모와 재난교육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두 가지 의견 모두 의미 있다.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살리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안산이라는 지역공동체를 발전시켜 갈 수 있다. 교육공간으로서의 역할과 현장보존을 통한 추모와 재난교육이라는 두 가지 요구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경기교육감의 역할을 기대한다."
#단원고 2학년 교실 보존문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전교조 안산지회 단원고 피켓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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