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학대 신고 막은 교장, 경징계 처분하나

인천시교육청 감사관실, 심의회 열어 경징계 결정... 시민단체 반발

등록 2015.10.01 18:31수정 2015.10.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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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학대 피해(가정폭력)를 인지한 특수교사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려하자, 지속적으로 신고를 못하게 해 해당 학생이 추가 피해를 당하는 등의 물의를 일으킨 계양구 A초등학교 교장이 경징계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징계를 요구했던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인천시교육청이 또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8월 언론보도 이후 감사를 진행했고, 언론보도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나 처분심의회를 열어 해당 교장을 경징계 처분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감사 결과를 보면, A초교 교장은 지난 5월 18일 장애학생 B양의 학대 피해를 인지한 특수교사와 담임교사가 경찰에 신고하려하자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것이고,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를 때릴 경우도 생긴다. 신고가 능사가 아니다"라는 말로 회유·압박했다.

하지만 이를 무릅쓰고 두 교사는 경찰에 신고했고, 계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나왔다. 그런데 B양이 '넘어져 다쳤다'고 진술해,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자 교장은 특수교사에게 경위서를 제출하게 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교사·아동복지 전담 공무원·의료인·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은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되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500만 원 이하를 물게 된다.

또한 지난 6월 9일, 해당 특수교사와 보건교사가 학생 3명(남매지간)에게서 학대 피해 의심 증상을 발견했고, 특수교사는 아동보호기관에 바로 신고한 뒤 교감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들은 교장은 "교장의 사전 허락 없이 아동학대를 신고해 교장을 허수아비로 여기고 마음대로 한다"고 질책했다. 결국 아동학대 상황이 인정돼 삼남매는 부모로부터 강제 분리됐지만, 교장의 질책은 계속됐다.


그런데 7월 20일, 해당 특수교사는 앞선 장애학생의 얼굴에서 학대 피해 의심 상처를 다시 발견했고, 오랜 대화 끝에 어머니에게 맞았다는 진술을 들었다. 담임교사와 교감에게 이를 보고한 후 교장을 만나 상처 사진을 보여주고 신고하겠다고 했으나, 교장이 말려 결국 신고하지 못했다.

당시 교장은 "아이 말만 들으면 어떡하느냐, 어머니 말도 들어야지. 신고가 능사가 아니다. 섣부르게 신고했다가 어머니가 아이를 더 때릴 수 있다"는 말로 또 회유·압박했다. 이에 학교 관계자 누구도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았고, 아동학대 예방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어머니와 전화 통화하는 것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7월 24일, 장애학생이 다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학대 피해 의심이 된다며 신고를 요청하는 전화가 학교에 왔다. 이에 학교는 지역아동센터에 아동학대를 신고하라고 답하고, 담임이나 특수교사 누구에게도 장애학생의 상태를 알리거나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수교사는 해당 장애학생의 학대 피해 사건이 다시 발생해 아동보호기관에 입소하고 어머니와 강제 분리됐다는 공문을 발견한 후에야 이를 알았다. 이후 특수교사가 시교육청에 '아동학대 신고 의무 미온적 대처 관리자에 대한 조치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민원을 제출하고 언론에 제보하고 나서야 이 사실이 알려졌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교장·교감·담임교사·특수교사가 모두 아동학대 신고 의무를 위반했고, 5월에 있었던 장애학생 신고 건이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하더라도 아동학대 신고 불이행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최종 의사 결정자인 교장의 발언은 제3자의 입장에서도 신고하지 말라는 회유와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지역아동센터의 신고 요청에 지역아동센터에서 신고하라고 답변하거나 담임·특수교사에게 장애학생의 상태를 알리거나 확인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는 등, 교직원을 지도하고 학생을 교육·보호해야하는 직무를 소홀히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감사관실은 애초 교장 중징계, 교감·담임교사·특수교사 경고 처분을 하기로 학고 내부 회의인 처분심의회에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9월 25일 열린 심의회에선 교장 경징계, 교감 경고, 담임·특수교사 주의 처분으로 수정해 가결됐다.

이에 교장 중징계를 요구했던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교육희망학부모회 관계자는 1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아동학대 예방과 아동 인권 신장에 앞장서야 할 교장이 아동학대 신고를 막아 장애학생이 다시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경징계 처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형적인 봐주기 식 솜방망이 처분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교장은 당연히 중징계해야 하며,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교장이) 신고를 막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심의회 내용은 비공개라서 경징계로 수정해 가결된 사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9월 25일부터 한달 간 소명 기간이고 앞으로 열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양정이 다시 바뀔 수도 있어 경징계로 확정됐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장애학생 학대 피해 사건을 조사한 계양경찰서는 A초교 교장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교장의 거주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남동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남동구는 교장에게 1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부과하고 오는 6일까지 행정청문(당사자의 의견 진술 기간을 줌)을 한 상태다. 6일까지 별다른 의견 진술이 없으면 1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확정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장애학생 #아동학대 #신고의무 #계양구 #경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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