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극찬한 교과서도 '주체사상' 가르친다

[오마이팩트] 현행 검정교과서 모두 주체사상 비판적으로 기술

등록 2015.10.14 21:31수정 2015.10.1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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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내렸던 '주체사상' 현수막 다시 걸어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하기 위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로변에 다시 내걸었다. 전날 바로 옆에 내걸렸던 이 현수막은 하루 만에 떼어졌다 이날 저녁 다시 걸린 것. 같은 장소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날 내걸었던 '좋은 대통령은 역사를 만들고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꿉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은 현재 철거된 상태다. 야당이 내건 현수막은 하루 만에 내려지고 여당이 내건 현수막으로 교체된 셈이다. ⓒ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이 극찬한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도 주체사상을 가르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행 검정교과서들도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이 13일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현행 검정교과서가 주체사상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종북 교과서'인 것처럼 비판했지만, 이는 거짓 선전이었던 셈이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중에 고등학교 한국사 참고서를 보면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왜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는가. 이게 지금 대한민국 역사교과서의 현실이다. 이것을 바꾸자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도 주체사상 가르쳐

2008년 5월 26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 교과서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뜻있는 이들이 현행 (검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선진 한국을 만드는 데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까지 하며 극찬한 교과서는 바로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쓴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다. 이 교과서는 당시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우편향 교과서'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교과서는 북한 현대사를 다루면서 '국방·경제의 병진과 주체사상의 등장' 단원에서 주체사상을 소개했다. 소단원의 제목도 '주체사상의 대두'다. '김일성의 절대권력이 성립함에 따라 북한을 정치적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이념으로 주체사상이 부상하였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당 서기실의 황장엽이 이를 철학이론으로 발전시켜… 황장엽의 주체사상은 점차 김일성의 절대권력을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또한 같은 쪽 날개 부분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 주체사상의 정의를 설명했다. '주체사상은 철학적 원리, 사회역사원리, 지도원칙 등의 3개 부분으로 구성된다'면서 각 원리를 풀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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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극찬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역시 주체사상을 서술하고 있다. ⓒ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화면 갈무리


역시 우편향 논란을 겪었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역시 주체사상을 다루고 있다. 대단원 '북한의 실상과 남북 간의 통일 노력' 중 소단원 '김일성 독재 체제의 확립과 전체주의화'에서 '1970년대에 들어서 주체사상은 김일성을 신격화하면서 절대 권력을 합리화하였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검정교과서,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서술

그렇다면 정부·여당이 종북으로 낙인찍은 나머지 7종의 검정 <한국사>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어떻게 다뤘을까. 금성 교과서는 단원 '북한 사회의 변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한의 노력' 중 소단원 '북한, 세습 체제를 구축하다'에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가 확립되고 자주노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일성 개인숭배', '김일성의 권력 절대화'라고 비판했다. 또한 '주체사상의 성립과 그 역할'이라는 보조 자료에서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라고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천재교육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두고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되었다'라고 역시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두산동아 교과서는 '주체사상은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합리화하는 동시에 김일성 개인숭배를 조장하였다. 또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로 이용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교과서들도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기술했다.

'북한 주체사상을 강화하여 김일성을 신적인 절대권력자로 만들었다'(지학사)
'주체사상은 유일사상으로 체계화되어 북한의 통치 이념으로 자리 잡았고'(비상교육)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 구축 및 개인 숭배와 반대파 숙청에 이용되었다'(미래엔)
'북한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김일성 개인숭배와 김일성 가계의 성역화 작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대남 무력 도발을 계속 일으켰다'(리베르)

한편, 14일 청년단체들은 펼침막을 내건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등을 고발했다. 이들은 "검정 한국사 교과서를 만든 출판사와 집필진, 그리고 이를 검정한 교육부의 명예를 훼손 시켰다"라고 비판했다(관련 기사 : '주체사상 배운다'던 새누리당, 고발 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수막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만약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이들이 배우는 현행 교과서가 이적단체를 고무·찬양한 이적 표현물이라는 말이기 때문에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역사교과서에 주체사상이 그대로 담겼다면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 교과서는 교육부의 검·인정을 통해 합격 받은 도서이므로, 교육부가 이적단체 고무·찬양에 동조했다는 말이 아닐 수 없다"라며 "교육부 장·차관은 물론, 이들을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주체사상' 플래카드, 국보법 위반 검토").

○ 편집ㅣ홍현진 기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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