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의원 출연했더니 난리가 났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83]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

등록 2015.10.19 15:35수정 2015.10.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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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까토> 이미지 ⓒ CBS


팟캐스트로 방송되는 까칠한 두 남자의 시사토크쇼인 <스타까토>가 방송을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을 맞이 했다.

CBS에서 팟캐스트로 제작하는 <스타까토>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기자수첩' 코너를 맡고있는 변상욱 대기자와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가 매주 회당 1,2부로 나눠 가장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를 까칠하게 이야기하는 방송이다.

방송 1주년을 맞이하는 소감을 듣고자 지난 13일 공동 진행자인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스타까토> 이야기와 함께 여론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청취자들, '사이다' 필요한 심정은 알겠지만..."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 ⓒ 이영광


- 시사 팟캐스트 방송 <스타까토>가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어요. 소감 부탁드립니다.
"벌써 1년이나 됐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군요. 인터뷰 요청받고 비로소 1년인 걸 알았어요. 그러고 난 뒤 돌이켜보니 아득히 오래전 시작한 것 같기도 하고 바로 엊그제 시작한 것 같기도 해요.

지난 1년간 무식하고 무모한 주제에 바쁜 척까지 한 저를 잘 이끌어주신 변상욱 기자님과 권영철 기자님 그리고 김성완 평론가를 비롯한 패널 여러분과 윤선호 PD랑 박현선 작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 <스타까토>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소개부탁드립니다.
"<스타까토>는 CBS 노컷뉴스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 방송인데요. 존경받는 언론인 변상욱이란 거목 옆에 김갑수란 놈이 껌처럼 달라붙어 까불대는 프로그램입니다. 변상욱이라는 스타 기자를 모시고 제게 까칠한 토크를 기대해보겠다며 시작한 팟캐스트인데 벌써 1년이 되었다는군요(웃음)."

- 한동안 방송을 쉬시다 12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셨는데 어떠세요?
"사실 그간 이런저런 경로로 방송하자는 제안들도 제법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응한 적 없었거든요. 물론 그간 정당에서 일하는 바람에 설령 하고 싶다 한들 할 수도 없던 적도 있었고 뒤늦게 공부 좀 한답시고 유학 다녀오고 어쩌고 하는 바람에 사정이 여의치 못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결정적인 건 어느 순간부터 그 일이 더 이상 내 일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산다는 것, 동시에 무차별적인 누군가를 향해 끝없이 말을 하며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고 할까요?

원래 하던 일이든 새로 시작하는 일이든 설렘과 재미가 필수적인데 언젠가부터 그 일을 떠올리면 두려움과 부끄러움 같은 감정이 앞서더라고요.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보니 이젠 그 일 자체가 어색해져 버린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그래요. 신나게 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왠지 자꾸 어색하고 부끄럽다 보니 어디서 뭘 한다고 떳떳하게 얘기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왜 방송을 떠올리면 두려움과 부끄러움 같은 감정이 앞서죠?
"일단 개인적으로 흥미를 잃은 데다 전업이 아니다 보니 몰입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팟캐스트 시장을 대충 겪어보니 그 수요층의 성향이 대충 가늠이 되더라고요. 기성 미디어에 별 재미와 흥미를 못 느끼고 있는 분과 완전하게 기울어진 미디어 환경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찾고 싶은 분들 또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자유롭고 깊이 있게 접하고 싶은 분들이 주로 팟캐스트를 찾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스타까토>의 경우 주로 정치 이슈를 다루고, 저널리즘의 속성상 주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쓴소리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게 너무 공허한 거예요. 영화 <사도>에 나오는 대사처럼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은 떳떳하기라도 하지만 이건 뭐 매일 같이 벽에 대고 떠드는 기분이거든요.

거기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듣는 분들 중 상당수는 이미 답을 정해두고 듣는다는 거예요. 이 암울한 시대 '사이다'가 필요한 그 심정 어찌 모르겠습니까만 그렇다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살 순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런 기호에 맞춰 듣고 싶어 하는 얘기만 하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하죠."

"하태경 나왔는데 청취자 반응이... 아쉬웠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 ⓒ 이영광


- 주위 반응은 어떤가요?
"사실 그동안 매우 소극적으로 임했어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부끄러움 비슷한 감정들이 말끔히 가시지 않아서요. 그래서 꼭 몰래 숨어서 해적방송 하는 기분으로 했는데 어느 순간 주변에 제법 많은 분이 듣고 있다면서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재미있다는 분들부터 예전 같지 않다는 분들까지 다양합니다. 하도 오랜만에 이 바닥에 발을 딛다보니 문화 평론하는 김갑수씨와 헷갈렸다는 분들도 있고요."

- 방송을 1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뭐 특별하게 기억나는 '사건' 없이 무난하게 1년을 보낸 편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거니까 사건이나 사고가 생길 일 자체가 별로 없었죠. 그래도 떠올려본다면, <스타까토>가 지금까지 55회 녹음을 했는데 매번 이슈에 따라 패널을 한 분씩 모시거든요.

근데 주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떠들다 보니 소위 보수진영 손님들이 나오실 기회가 거의 없어요. 지금까지 딱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하태경 의원이 나왔고 또 한 번은 군사평론 하는 신인균씨가 나왔죠. 그때마다 청취자들이 난리가 났어요.

솔직히 좀 아쉬웠죠. '대체 저들의 논리는 뭘까, 저 안에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 사정과 논리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어디 가서 토론이라도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일부로 섭외한 건데'란 생각이었어요. 민주주의란 게 결국 머릿수 확보 싸움인데 '우린 우리니까 무조건 옳고 저들은 저들이니까 무조건 틀리다'고 하면 무슨 진전이 있겠어요?"

- 변상욱 기자와 같이 하잖아요. 호흡도 중요할 것 같아요.
"사실 변상욱이란 파트너가 아니었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하기 싫었거든요. 자신도 없었고. 호흡이야 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뭐든 받아주시잖아요(웃음).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제 역할이 까칠하게 떠드는 거거든요. 뭐든 삐딱하게 치고 나가면 변 기자님이 알아서 정리해주시죠.

솔직히 제게도 두 가지 장벽이 있어요. 하나는 제가 여론조사기관 대표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이 프로그램이 변상욱과 김갑수 개인이 제작하는 게 아닌 CBS의 콘텐츠라는 겁니다. 사실 종편을 비롯해 각종 시사 프로그램 나오라는 거 거절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직업윤리였거든요. 명색이 여론조사회사 대표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순 있지만 그걸 대외적으로 설파하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회사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고요.

그런 이유로 회사 대표를 맡기 한 달 전 당적까지 정리했던 저이기에 나름 조심한다고 하는데 어느 순간 흥분하면 '선'을 넘어가죠. 그런 걸 잘 보듬어 주시는 것 같아요. 반면 저는 저대로 조금이라도 오버하면 CBS라는 훌륭한 언론사에 손해를 줄까 봐 노심초사하는 부분도 있어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남들이 제 이마에 붙인 딱지가 있으니까요. 어쨌든 누구에게든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죠."

- 방송을 듣다 보면 "실명을 거론하진 않겠지만"으로 시작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재밌어요. 유머 감각이 탁월하신 것 같아요.
"뭐 탁월하다고까지 말하긴 좀 그렇고요(웃음). 그냥 주의를 좀 집중시키기 위한 저만의 장치라고 할까요? 학교에서 수업할 때도 그래요. 지루하지 않게 집중시킬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그리고 대놓고 얘기하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 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 떠오른 거예요. 재미있다고들 하시더라고요."

- 그게 순간 떠오르나요. 아니면 준비를 하나요?
"그냥 자주, 오래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는 거죠. 뭐. 파블로프의 개라고 할까요? 미리 준비하는 건 없고 그냥 얘기하다 어떤 단어가 툭 튀어나오면 저도 모르게 떠오르는 그런 거예요. 생각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말을 먼저 하고 생각하는 거죠."

- 번외편이 '시네 토크'인데 영화를 좋아하시나 봐요?
"예. 아주 좋아합니다. 거의 유일한 취미활동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특히 주말 조조는 거의 빠지지 않고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일단 가격 저렴하고, 취향에 맞는 영화 나오고, 거의 스크린을 독점하다시피 해서 아주 많이 사랑하는 시간이죠. 최소 일주일에 두세 편은 챙겨보는 편이니까 일 년에 100편 이상은 본다고 봐야겠네요."

"여론조사로 대통령 후보 결정, 민주주의 부정하는 것"

- 여론조사회사를 운영하지만 정치권에서 여론조사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 같은데요.
"예. 회사 직원들이나 동종업계 분들에게 돌 맞을 얘기지만 정당의 공직 후보자를 선출할 때 여론조사를 도입하는 것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조사이지 선거가 아니라는 겁니다. 선거를 통해 대리인을 뽑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까? 근데 그걸 여론조사로 대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게다가 여론조사엔 오류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그런 점에서 해당 시기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보조수단 또는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론조사를 전가의 보도로 여기는 것 같아 좀 답답합니다. 더구나 일정 기간을 두고 지속적이면서 반복적인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과학적 지위를 획득한 결과를 활용하는 것도 아니라, 일회성 조사로 국회의원 후보와 시도지사 후보 심지어 대통령 후보까지 결정한다는 건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거 아닐까요?

단 한 표의 부정이나 오류가 발생해도 선거 결과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우리가, 수없이 많은 오류 가능성과 개입 여지가 충분한 여론조사 기법으로 대리인을 뽑는 이상 대의가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 정당 특히 야당들의 경우 워낙 잦은 해산과 합당을 반복하며 생긴 기형적 당원구조와 동원이 불가피한 경선방식, 그마저도 선거 때마다 바뀌는 방식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여론조사를 일부나마 반영할 수 있는 딜레마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남발하다 보면 현역과 유명인 위주로 공천될 수밖에 없고 그런 현상은 결국 다수 국민의 계급계층 성분에 비례하지 않는 대표들로 구성된 국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문제가 많죠."

- 선거 때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여론조사에 의존해 투표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것도 아주 중요한 지점이죠. 검증의 기회를 주지 않고 선택을 강요하는 게 바로 여론조사 경선이거든요. 무릇 여론이라는 건 같은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내놓는 생각의 총합이거든요.

근데 정보 자체가 제공되지 않거나 차이가 크게 나는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 기껏 두 가지 대표경력만 나열해주고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 묻는 게 무슨 선거냐는 거예요. 양말 한 켤레를 사도 얼마나 꼼꼼하게 비교하고 사는데 하물며 나라의 운명을 가늠하는 지도자들을 뽑는 선거에서 그러면 곤란하죠."

- 여론조사를 할 때 유선전화를 사용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유무선 전화를 혼합해서 사용하잖아요. 그러나 유선전화는 개인이 아니라 집 전화인데, 가족 중에서도 생각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럼에도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통령 선거나 광역 단체장의 경우 휴대폰 소지자들을 샘플링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후보자의 경우 사정이 다르죠. 집 전화는 국번에 지역성이 담겨있는 데 반해 휴대전화 번호엔 그런 게 없으니까 한 지역구에 성별 세대별로 제대로 추출된 1000명의 유권자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려면 수십만 통의 휴대전화를 돌려야 하는 거죠. 그건 비용으로나 시간으로나 감당이 안 되니 결국 집 전화로 하는 거예요.

근데 그게 응답률도 낮고 20,30대 같은 젊은 층이 안 잡히니 과한 보정이 불가피하고, 그러니 오류 가능성이 상시로 존재하는 거죠. 그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자 안심 번호라는 것을 도입하자는 게 최근의 논의입니다. 응답률도 좀 높이고 대표성도 높여 상대적으로 정확도를 높여보자는 취지죠."

-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중요할 것 같아요. 대부분 응답률이 낮은데 의미가 있나요?
"응답률이 낮다고 조사 신뢰도가 낮다고 등치할 수가 없어요. 왜냐면 샘플이 많으면 상관없거든요. 예를 들어 저희가 받은 샘플이 만 명이라면 그것을 받기 위해 만약 응답률이 1%라면 전화를 100만 명에게 돌린 것이잖아요. 그래서 응답률은 상관없죠.

물론 응답률이 높으면 조사 신뢰도가 높은 건 맞지만, 응답률이 낮다고 무조건 신뢰도가 낮은 건 아니죠. 응답률을 높이려면 ARS 방식과 전화 면접이 있는데 ARS는 1~2%로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져요. 그러나 전화 면접은 10%를 넘어가기도 해서 응답률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경비에서 문제가 있죠."

○ 편집ㅣ홍현진 기자

#김갑수 #스타까토 #뵨상욱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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