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점과 2015 보건교육과정

보건교육에서 가르치는 것들

등록 2015.10.26 11:11수정 2015.10.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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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호 박사의 <왜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하나>는 사회 계층 간 부모의 학력자본과 양육태도가 어떻게 자녀들의 학업성취를 바꾸는지 분석하여 주목을 받았다. 고학력 중산층 부모는 자녀들의 공부에 조기에 관여하여 장기 계획을 세우며, 상위권 대학에 대한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의식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층 이동에 있어서 학력 자본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고학력 중산층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의식화를 주입하는 것과 달리 저학력 부모들은 학력 자본의 위력을 불투명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례로 고학력 중산층 부모는 가령 자녀가 수학이 뒤떨어지면 수학의 어느 부분이 미흡한지 따져서 그에 맞는 조력을 하는 반면 저학력 노동자층 부모들은 그저 열심히 하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력 자본에서 기인한 의식화와 경험의 구체성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보건교육과정도 소위 선진국의 그것이 훨씬 구체적이고 넓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측면이 있다. 보건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건강권, 건강 자원 및 건강 정보의 활용, 건강문화의 이해 등이 배치되어 있다.

반면 보건교육을 위한 인프라나 사회적 의제화가 부족한 나라에서의 보건교육은 '개인위생'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생존을 위한 건강이 최우선시 되다 보니 건강은 곧 개인위생이라는 도식이 부지불식간에 의식화되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보건교육은 곧 개인위생 및 생활습관을 강조하는 순환이 되풀이되는 측면이 있다.    

일전에 라오스에 여행을 갔다가 대통령궁 근처의 병원을 들렀는데, 엘리베이터도 없어 침상을 직접 들고 계단을 통해 수술실로 옮기는 모습을 목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의 지평을 넓게 통찰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인지 모른다.

지난 9월 말, 2015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다. 2018년부터 적용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새롭게 개편되면서, 보건교육과정도 바뀌게 되었다. 이번 2015 보건교육과정은 2009 보건과 교육과정에서 제기하고 있는 건강의 개인적·사회적 책무성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현장의 보건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하여, 2009 보건과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건강의 이해, 생활 속의 건강한 선택, 건강 자원의 활용과 대처기술, 건강과 사회 문화로 이루어진 대영역을  건강과 생활기술, 생활 속의 건강, 건강과 안전, 건강과 사회·문화로 변경하여 보다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보건과의 특성을 고려하여 건강관리능력, 건강·안전위험 인식, 건강정보처리능력, 건강의사소통능력, 건강의사결정능력, 건강사회·문화공동체의식을 보건과 교육과정의 핵심역량으로 상정하였다는 점이다.

또 보건과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으로 건강, 건강생활주기, 건강생활기술, 질병예방, 약물·술·담배, 성, 정신·정서, 생활안전, 응급처치, 건강권, 건강문화와 같이 11개의 핵심 개념을 제시하는 한편, 각 영역별 일반화된 지식과 기능을 개발하여 보건과에서 요구되는 학습경험 및 수행과정을 구체화함으로써, 보건교육을 통한 성취 목표를 분명히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의료 환경은 날로 진보되고 있지만 건강 및 보건교육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감염병 창궐기의 개인위생의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학교의 정규 보건교육과정이 선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점과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법률이 명시한 대로 최소한의 보건교육 법정 시수라도 지킬 수 있도록 그 이행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일 것이다. 선진국처럼 보건교육과정의 무늬만 갖추었다고 해서 저절로 인식과 경험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5 교육과정 #2015 보건교육과정 #보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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