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덕이가 '양보'와 '이해'를 하고 있구나

[말없는 약속 20년 41] 자신 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덕이

등록 2015.10.28 14:19수정 2015.12.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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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너는 물의 아이가 되어라
물이 하늘을 비출 만큼 투명하듯이
물이 어디서든 유연하게 변화하듯이
물이 모든 살아있는 것에 생명을 주듯이
일생의 순간순간을 물처럼 살아나가라" - 좋은 글에서


덕이의 기숙사를 다녀온 이후로 매일 잠들기 전 1회 이상 통화를 했다. 덕이는 사실(불편을 주는 사람들)에 대하여 내가 물어볼 때 그 점에 대하여 '괜찮다'고 거짓말하거나 과장된 표현은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기가 불편한 내용이면 내가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아무말 하지 않는다. 웬만한 일은 덕이 스스로 참고 흘려보내고 있었다. 단, 내가 물어 보았을 때 덕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정도에서는 '응'이라는 짧은 대답을 한다.

고모 : "노트북 가지고 갔던 아이들은 지금 어떠니?"
덕 : "괜찮아."
고모 : "덕이가 그 아이들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지 않는다는 거니?"
덕 : "응"
고모 : "다행이다. 그리고 룸메이트도 잘 지내고 있니?"
덕 : "응."
고모 : "둘이서 컴퓨터실 이용하면서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곤 하니?"
덕 : "아니, 지금은 과제가 없어서 컴퓨터실에서 우리 둘은 게임해."
고모 : "게임, 재밌니?"
덕 : "응."
고모 : "내일(금요일) 집에 올 거니?"
덕 : "응, 내일 갈 거야."
고모 : "알았어, 내일 보자."
덕 : "고모!!! 내일 00(룸메이트)와 함께 우리집에 가서 자도 돼?"

순간 나는 놀랐다. 동급친구로는 초등 1학년때 방과후 옆짝궁이었던 수진이네에 들렀다가 함께 우리집에 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수진이가 이사가기 전까지. 그런데 덕이가 룸메이트와 함께 집에 온다구?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었던가.

고모 : "물론 되고 말고. 함께 올 계획이니?"
덕 : "응."
고모 : "할머니께서도 기뻐하시겠다. 잘 했어. 함께 오렴."
덕 : "응 함께 갈게."
고모 : "기숙사에서 몇시쯤 출발할 거니?"
덕 : "학교 차가 오후 6시에 있어."
고모 : "그 차가 인천으로 가는 거니? 아니면 잠실로 오는 거니?"
덕 : "인천이야."
고모 : "룸메이트와 우리집에 올 거면 잠실로 오는 것 타고 와서 전철 타고 오면 더 빠르고 편할 거야. 잠실로 오는 것 알아보고 가능하면 그것 타면 좋을 것 같아."
덕 : "응, 그럴게."

다음날 오전 8시쯤 덕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실가는 것도 오후 6시에 학교에서 출발하는 것이 있다'고 그것을 타고 온단다. 전화음성은 기쁨으로 흥분되었고 즐거움이 묻어나왔다.


'이렇게 좋아하다니...'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아무래도 오후 10시는 넘을 것이기에 우리집에서 자고 토요일 점심식사 후에 덕이와 룸메이트는 룸메이트 집으로 가기로 했다.

둘은 오후 10시쯤 집에 도착했다. 즐거워보였다. 아마 룸메이트도 덕이 만큼이나 친구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준비해둔 저녁식사를 하고 우리 넷은 학교와 기숙사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혹시 덕이 할머니께서 듣고 걱정하실까 염려되어 깊고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 하지 않았다.

둘은 덕의 방으로 들어간 후 무엇이 재밌는지 서로 웃으며 속닥속닥 하다가 덕이의 기타를 튕겨보기도 하며 다정한 모습이었다.

다음날인 토요일 둘은 오전 11시쯤 일어나 식사를 하고 약 오후 2시쯤 룸메이트 집으로 출발했다. 그곳에서 하룻밤 지낸 후 일요일에 기숙사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 둘을 지켜보는 할머니와 나 또한 덕이와 룸메이트 만큼이나 기뻤다.

다행히 집에서 전철역이 가까웠기에 둘만 출발했고 친구집에 도착하면 나에게 전화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전철을 타고 갔을 때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 오후 5시, 6시, 7시가 되어도 전화가 없었다. 덕이와 룸메이트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 보았으나 안 받는 것인지, 못받는 것인지 연결되지 않았다.

무엇인지 모를 약간 불안함이 있었으나 덕이 혼자 간 것도 아니고 또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겠지 싶어서 기다려 보았다. 룸메이트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보았으나 마찬가지로 받지를 않았다. 무슨 일인가.

그런데 오후 9시 넘어서 누가 대문 초인종을 눌렀다. 나가 보니 덕이와 룸메이트 어머니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권하자 대문 앞에 서 있는 채로 "애들 아빠가 그동안 촬영이 있어서 집에 못 오셨는데 오늘은 집에 오신다고 해서 덕이를 태워다 주려고 왔어요"란다.

순간 전에 덕이가 룸메이트에 대하여 이야기 한 것이 떠올랐다. 룸메이트가 아빠를 너무나 무서워한다는 것. "데려다 주셔서 감사하고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나눈 후 덕이에게 물어보았다.

고모 : "덕아, 무슨 일 있었니?"
덕 : "아니."
고모 : "오늘 룸메이트 집에 함께 있으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재밌게 보낼 것을 기대했었을텐데 괜찮니?"
덕 : "응, 친구가 불쌍해."

이 말을 듣는 순간 룸메이트 가정에 어둡고 묵직한 무엇인가가 있구나 싶었다.

고모 : "친구가 불쌍해?"
덕 : "응, 그 친구는 아빠한테 많이 혼나."
고모 : "많이 혼난다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룸메이트의 누나는 부모님이 원하는 딸로 흡족한 반면 룸메이트는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아버지의 마음에 드러내놓고 싶지 않는 아들인 것 같았다. 이런 룸메이트에 대한 측은함이 우리 셋을 침묵으로 이끌었다.

"최고의 친구는 당신이 자신에 대한 사랑을 잊고 있을 때, 당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 외국 속담.
#룸메이트 #친구 #연예인 #가족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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