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물과 휴식터를 내어주다

서귀포시 약천사 - 올레길 8번 코스

등록 2015.11.05 17:19수정 2015.11.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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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첫 월요일에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약천사에 들렀다. 서귀포 지명은 불교에서 유래한다. 서귀포(西歸浦)란 단어에, '서방정토 아미타불께 귀의한다'는 뜻이 있다. 약천사(藥泉寺)는 한자 뜻으로는 '약이 되는 샘이 있는 사찰'이라는 뜻이다. 사찰 이름에 걸맞게 약천사 주변에는 맑은 물이 샘솟는 약수터가 자주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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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 ⓒ 여경수


약천사는 1981년 혜인스님이 창건한 현대적인 사찰이다. 약천사에는 1988년 건립된 대적광전을 비롯해서 지금은 삼성각과 굴법당, 나한전이 있다. 약천사는 제주 올레길 8번 코스에 있다. 올레길 8번 코스는 서귀포시 월평 마을에서 시작해서 주상절리와 중문색달해변을 지나 대평리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올레길 8번 코스를 걷다보면, 약천사에 들러 약수물을 마실 수도 있고, 약천사 대적광전에서 앉아서 잠시 쉬어 가기에도 적당하다. 점심 시간이 맞으면 점심공양으로 간단한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찰은 일주문을 지나면 천왕문에 사천왕이 있다. 하지만 약천사에는 돌하루방이 부처님의 불법을 수호하듯이 양 옆으로 우뚝 서 있었다. 약천사의 본존불을 모신 대적광적은 웅장한 규모였다.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니불과 양쪽으로 약사여래,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비로자니불은 백두산에서 채취한 목재를 기본으로 하고, 금박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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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 굴법당 입구 ⓒ 여경수


대적광전 뒤편에는 굴법당으로 불리는 석굴이 있다. 굴법당 앞에 조성된 마애불은 약사여래불이다. 굴법당 앞에도 약수터가 있었다. 약천사 동쪽에는 오백나한상을 모신 나한전이 있다. 그 뒤로는 삼성각이 있다. 용왕과 산신령 호랑이가 그려진 벽화가 있는 건물인 삼성각은 여는 사찰과 비슷했으나, 약천사의 삼성각 외벽은 검은 현무암으로 되어 있어서 특이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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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 경내에 있는 태평양전쟁희생자위령탑 ⓒ 여경수


약천사 서쪽 경내에는 태평양전쟁희생자를 기리는 탑이 있다. 1910년 8월 29일 우리는 일본제국에 의해서 주권을 강탈당한다.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으로 아시아를 전쟁터로 삼았다. 1941년에는 미국을 공격하여 태평양전쟁을 벌인다. 약천사를 찾은 날 중국인 관객들이 꽤나 있었다.

태평양전쟁의 희생자는 중국, 한국,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제주도를 병참기지로 삼고, 많은 제주도민들을 강제징용했다. 알뜨르 비행장과 같은 태평양전쟁의 상처가 제주도 곳곳에 있다.

어쩌면 해방 이후 1948년에 있었던 제주 4.3사건도 그 원인의 뿌리는 태평양전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희생자를 기리는 탑도 중요하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 민족을 배반하고 태평양전쟁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친일파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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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 ⓒ 여경수


11월인지라 서귀포시 도롯가에는 있는 감귤나무에서는 감귤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감귤 수확 때문에 농민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올래길을 걷는 이들에게 약천사는 많은 것을 내어주는 것 같았다. 약천사에서 바라 본 제주의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잔잔하면서도 모든 걸 내어주는 어머니의 품속 같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경수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hunlaw.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약천사 #굴법당 #올레길 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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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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