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 가는 길

법주사 보물 산책

등록 2015.11.17 10:06수정 2015.11.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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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길가에 굵은 소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낙락장송이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솔향기를 숲에 뿜어내고 있다. 그 소나무 사이로는 고운 자태의 단풍나무를 비웃기라도 하듯 참나무들이 가을꽃이 되어 빛나고 있다. 은행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소요하듯 노란 꽃잎을 매달고 가을의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다. 길 옆 계곡은 가을 꽃과 파란 하늘과 나무들의 영혼을 담아 잔잔히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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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법주사 가는 길 ⓒ 한정규


깊어가는 가을 날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속리산 법주사 가는 길. 천년 고찰답게 키가 크고 굵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산객을 맞이한다. 길에 쌓인 단풍잎은 살짝 밟아도 바삭바삭 소리가 난다. 온 몸이 부서져 다시 생명으로 태어나려는 몸부림처럼. 큰 나무 가지 사이로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서 내릴 때면 단풍잎은 영롱한 자태로 춤을 추는 듯하다.

이 길 끝에서 법주사의 국보와 보물들을 만났다. 속리산에 있는 법주사에는 쌍사자석등, 팔상전, 석연지 등 국보 세 점, 사천왕석등, 마애여래의상 등 보물 13점, 순조대왕태실 등 유형문화재 9점, 무형문화재인 팔상전 탑돌이, 정이품송 등 천연기념물 등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유서 깊은 천년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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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5호 쌍사자 석등 ⓒ 한정규


국보 제5호인 쌍사자 석등은 신라 석등 중 뛰어난 작품 중의 하나로 조성 연대는 성덕왕 19년(720)으로 추정된다. 높이가 330cm로 넓은 8각의 바닥돌 위에 사자 조각이 올려져 있다. 사자 두 마리가 서로 가슴을 맞대고 뒷발로 아랫돌을 디디고 서서 앞발과 주둥이로는 윗돌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석등의 구조는 8각의 지대석에서 하대 연화석과 쌍사자, 연화상대석을 하나의 둘에 조각하여 다른 석등들에 비해 화사석과 옥개석이 큰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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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55호 팔상전 ⓒ 한정규


국보 제55호인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5층 목조탑으로, 신라 진흥왕 14년(553)에 처음 건립되었으며 임진왜란 때 불타버려 인조 4년(1626)에 사명대사의 주관으로 다시 지어졌다. 이후 1968년에 완전 해체 복원한 건물이다. 벽면에 부처의 일생을 8장면으로 구분하여 그린 팔상도가 그려져 있어 팔상전이란 이름이 붙었다.

팔상전은 1층과 2층은 정면 5칸 측면 5칸, 3층과 4층은 정면과 측면 3칸, 5층은 정면과 측면 모두 2칸의 정방형으로 되어 있다. 처마를 장식하는 공포의 양식은 1층부터 4층까지는 기둥 위에만 공포를 짠 주심포식이고, 5층은 기둥 사이에 공포를 짜 올린 다포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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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64호 석연지 ⓒ 한정규


국보 제64호인 석연지는 신라 성덕왕 19년(720)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195cm, 전체 둘레 665cm에 이르는 희귀하면서도 거대한 석조 조형물이다. 8각의 받침석 위에 3단의 굄과 한 층의 복련대를 더하고 그 위에 구름무늬로 장식된 간석을 놓았다. 거대한 석연지를 떠받쳐 마치 연꽃이 둥둥 뜬 듯한 모습을 표현한 걸작품이다. 전체적인 조형이 아름다우며 난간의 짧은 기둥 형태는 불국사 다보탑의 석난간과 유사하다.

보물 제15호인 사천왕 석등은 신라의 전형적인 팔각 석등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조각수법으로 보아 혜공왕(765~780) 대에 진표율사가 법주사를 다시 고쳐 지을 때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높이 390cm에 이르는 대형 석등으로 화사석은 8각으로 4면에 창을 내고, 나머지 면에는 사천왕상을 배치하였다. 지붕돌 정상에는 보주를 받치고 있는 받침이 남아있다. 사천왕이란 불교에서 수미산을 중심으로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동쪽의 지국천왕, 서쪽의 광목천왕, 남쪽의 증장천왕, 북쪽의 다문천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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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15호 사천왕 석등 ⓒ 한정규


법주사는 진흥왕 14년(553) 의신 스님에 의해 창건되어 속리산 자락에 안겨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법주사를 빙 둘러싼 속리산의 산세는 깊어가는 가을 향기를 머금고 있다. 단아한 사천왕 석등 앞에 서니 그 멋스러움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많은 보물들 가운데 유독 눈에 들어온 사천왕 석등은, 올해 초에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봤던 석등(국보 제17호)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형적으로 보나 예술적 완성도로 보나 석등의 단아한 아름다움은 단연 압권이다.

이제 계절도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다. 온 산하가 불타오르는 듯 화려함이 다하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와 세한송만이 빛을 발하게 된다. 화려함보다 단순함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읽어내야 할 때다. 가을이 떠나가는 아쉬움 보다는 미적으로 완성되어가는 산하를 보는 설렘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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