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만 하면 폭도? 보수의 콤플렉스 때문"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93]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김용민 변호사

등록 2015.11.19 11:36수정 2015.11.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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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농민이 맞아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 가 뇌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민 백씨가 크게 다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빠른 쾌유를 빈다"면서도 과잉진압이 아니라고 했다. 즉 경찰의 주장은 시위가 과격했기 때문에 물대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위대 측은 경찰이 차벽 설치와 캡사이신 살포 등으로 과격 시위를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무엇이 진실일까 싶어 당일 광화문에서 민중총궐기 집회를 지켜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법무법인 양재의 김용민 변호사를 지난 16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서 자세한 상황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집회는 의사소통, 원천봉쇄는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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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양재의 김용민 변호사 ⓒ 이영광


- 지난 14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지난 광화문 집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70대 노인에게 경찰이 물대포 직사 살수를 해서 그가 생사기로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건 드러난 결과고 본질은 경찰들이 평화적인 행진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것이죠. 차벽 설치를 통해 집회·시위·이동의 자유를 막는 건 위헌이거든요. 그래서 사람 한두 명 지나다닐 수 있게 틈새를 조금 열어두는 편법을 경찰이 써왔는데 이번 시위 때는 그마저도 막았다는 증언이 나와요.

시위대가 평화적인 집회를 진행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과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데 불법성이 있어요. 차벽을 설치해서 원천 봉쇄할 정도로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거나 시위대가 위험한 사람들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시위엔 노동자·학생 등 일반 시민도 많이 참여했어요. 예정된 평화적인 행진을 처음부터 원천적으로 막았던 것이죠. 그래놓고 시위대를 차벽 안으로 가두고 물대포를 마구잡이로 쏜 것이거든요. 그 행위 자체가 먼저 위법하다고 판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위대가) 경찰버스를 끌어당기는 행동은 저항의 의미거든요. 위법행위에 대한 저항은 위법하다고 보지 않아요. 저는 오히려 공권력의 남용과 위법성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의 무리한 시위 진압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땠나요?
"평화적인 시위였어요. 곳곳에서 단체별로 적법하게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광장에서 만나 행사를 마무리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경찰이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시위대가 차벽을 해체하려고 시도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경찰의 위헌적인 행동에 대한 저항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이후 경찰의 해산 명령에 따라 시위대가 자발적으로 해산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시위대가 폭도'였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왜곡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부는 집회 시작 전부터 '불법시위'로 규정했는데, 신고까지 한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건 문제인 것 같아요.
"맞아요, 큰 문제죠. 시위 전부터 불법으로 단정하는 자체가 문제인데, 경찰은 그 단정으로 인해 시위 자체를 원천 봉쇄해서 사실상 저항을 유도했죠. 또한, 보수언론은 '시민들이 저항하면 폭도'라는 프레임을 가져가요. 이런 행태가 반복되고 있어요.

시민은 시위할 때 적법해야 자신들의 목소리가 전달된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적법하게 질서유지인도 스스로 두고, 변호사들도 인권침해 감시활동을 계속하는 것이죠. 최근엔 촛불집회 등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거든요. 그것을 마치 처음부터 불법인 양 몰아가는 시각 자체가 큰 문제죠.

차벽 설치는 그 자체로 위헌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집회 및 시위를 한다는 것은 집회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 주장을 공유하고 의사소통하는 것도 있지만, 일반 시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호소하여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차벽을 설치하는 것은 시민들과의 소통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가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결국 위헌이지요.

최근 법원의 판결에서 차벽 사이에 통로를 두면 위헌이 아니라는 취지도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편협한 판결이라 생각합니다. 차벽을 설치하고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를 살포하는 것은 극단적인 폭력시위가 발생했을 때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일반적인 시위에서는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차벽과 물대포, 캡사이신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 4항 등입니다. 해당 조항은 테러나 폭동 등의 급박한 사안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통상적인 집회를 하는 경우 위 규정을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요. 이번 집회에서는 경찰관이 사전에 차벽을 설치하는 등의 위법한 과잉대응을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완영 의원 발언, 군사정권 시절에나 할 수 있는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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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양재의 김용민 변호사 ⓒ 이영광


- 시위는 시간 되면 해산하잖아요. 그런데 굳이 무리하게 강제 진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적으로는 반대세력의 힘을 꺾어 놓는 거죠. 그래서 반대의 목소리를 줄어들게 하거나 없애는 것을 노리는 거로 보여요. 그러면서 정부의 국정 운영에 더 탄력을 받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는 내년 선거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반대세력을 공안에 위협적인 세력으로 몰아가는 게 제일 좋은 프레임이거든요. '폭도들이 모여서 시위를 한다'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국민을 편 가르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거죠. 부분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이 워낙 수세에 몰릴 게 많은데 그걸 뒤집으려고 강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 지금 물대포가 문제잖아요. 직사는 불법이라던데.
"직사 살수는 예외적으로 해야 하고 크게 다칠 수 있어서 가슴 아래로 쏴야 해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강하게 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거리에 따라 수압을 조절해야 해요. 그러나 이번에는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강한 수압으로 머리 부분을 쐈거든요. 쓰러져 누워 있는데도 쐈고, 데려가려고 동료들이 왔는데도 쐈고, 구급차에도 쐈는데 이건 공무집행 개념이 아니라 범죄라고 봐요."

- 지난 4월 세월호 집회 당시 경찰 측이 소화전을 이용해서 물대포를 쏴서 논란이었는데요. 만약 이번에도 그랬다면 이것도 위법 아닌가요?
"위법으로 볼 수 있을 거예요. 소방수는 정해진 법에 따라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데 정해진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면 위법하다고 봐야 하거든요.

만약 그 당시 인근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물을 시위 진압하는 데 다 써버렸다면 화재 진압을 못 하는 것이잖아요. 시위진압이 그만큼 급하거나 현저한 위험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어요. 그 당시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어요.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오히려 경찰들이 차도를 막아버린 게 위법이었고 시위대는 거기에 저항하는 행동을 했던 거죠. 저항 역시 폭력적이지도 않았거든요. 외국에선 그거보다 더 격렬한 시위를 해도 집회시위 저항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폭도로 보지 않아요.

조금만 집단적인 행동을 해도 그걸 폭도로 규정하는데, 보수진영이나 집권세력이 콤플렉스를 가진 거로 보여요. 그 부분에 대해 자신들이 잘못한 것을 집단으로 지적하는 행위에 대해서 강력한 위협을 느낀 거죠. 왜냐면, 그렇게 해서 혁명이나 정권교체가 됐기 때문에 그쪽(보수진영)에는 아픈 기억이겠죠."

-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시위에 대해 "미국선 경찰이 시민 쏴 죽여도 정당한 공무"라고 말해 논란인데.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소리죠.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요. 그런 국가가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도 용납될 수 없는데 '시위하는 시민을 총으로 쏴 죽여도 무방하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평상시에 경찰이 일반 시민에게 물대포를 쏘거나 캡사이신을 발사하여 고통스럽게 한다면 용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집회 현장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용납된다고 생각한다면 매우 안일한 생각이고, 이는 보수언론에 의해 시위대가 폭도로 인식되어온 부작용이라 생각합니다.

집회나 시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기본권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원칙적으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물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한계를 초과하는 폭력을 집단으로 행사하는 경우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물리력을 행사할 수는 있겠지만, 그 역시 일정한 제한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할 수 있는 발상인데, 박근혜 정권 들어 서로 잘 보이려고 저런 과격한 표현을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낍니다. 이완영 의원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과격한 시위를 하는 경우 경찰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비교해 보면 저런 소리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김용민 #민중총궐기 대회 #물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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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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