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요것', 그래도 맛은 끝내준다

추암 촛대바위 감상하고 도치알탕 식도락기

등록 2015.11.22 16:45수정 2015.12.04 11:21
0
원고료로 응원
청명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쾌함은 동쪽바다를 향하는 나를 사뭇 흥분시키고 있었다. 무등산 자락에서 산과 하늘만 쳐다보며 살아온 나의 동해바다에 대한 동경이 크기도 할 뿐더러 33주년 결혼기념으로 나의 옆지기로 살아온 아내와의 동행이니 설레임은 클 수밖에 없었다. 

a

동해시 묵호항옆 바닷가 풍경 ⓒ 임무택


a

항구에 서있는 등대는 처음 찾아오는 여행객을 친근하게 맞아준다. ⓒ 임무택


동해시 묵호항 근처 펜션에 여장을 풀고 해변길 산책에 나서는데 갈매기들의 반김은 초행길의 어색함을 해소시켜줬다. 항구에 서 있는 등대 또한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추암 촛대바위는 처음 감상하지만 워낙 유명하여 눈에 익숙하다.


a

촛대바위 추암 촛대바위 앞 바다의 여명 ⓒ 임무택


큰바람이 불어 닥치면 넘어질까 위태로운 자태로 우두커니 서있는 촛대바위에 서린 전설은 이렇다. 추암에 살던 한 남자가 첩을 얻은 뒤 본처와 소실 간의 싸움이 심해지자 하늘이 노해 벼락을 내려 남자만 남겨 놓았고 혼자 남은 남자의 모습이 촛대바위의 형상이라나 뭐라나 믿거나 말거나.

a

촛대바위 일출 추암 촛대바위 앞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 ⓒ 임무택


촛대바위를 포함하여 주변을 능파대 라고 부르는데 조선 세조때 한명회가 이곳의 경치를 보고 미인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비유하여 능파대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평범하게 살아온 나의 시선으로는 다소 의아스럽지만 이런 천하절경에 시 한수가 빠질 수 없겠지요. 무등산 가사문화권 정자 중에서 식영정(息影亭) 주인인 석천 임억령의 능파대(凌波臺)를 소개한다.

秦帝作長橋(진제작장교) 시황이 일출을 보기위에 놓은 돌다리가
歲久風濤決(세구풍도결)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부서진 것인가,
壯士擲蜀筍(장사척촉순) 어느 장사가 촉나라 죽순을 던져
浮出龍王穴(부출용왕혈) 그 석순이 용왕굴에서 떠나온 것인지

a

다른 빛깔의 촛대바위 해오름이 진행된 후 비춰지는 빛깔의 아름다움 ⓒ 임무택


칠삭둥이 한명회의 상상력으로 표현한 미인의 걸음걸이인 촛대바위 주변 감상을 마치고 나니 출출한 뱃속을 채우고 싶어진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그곳의 특별한 별미를 찾아 음미하는 식도락을 즐기는 것이다. 동해에서 최고의 계절 별미이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도치알탕' 일명 심퉁이를 찾았다.

a

못생겨서 고기 취급도 안하던 도치(일명 심퉁이) 요즘은 없어서 못먹는다. ⓒ 임무택


a

심퉁이 숙회 내장과 알은 빼낸 뒤 육질을 알맞게 썰어 끓는 물에 살짝만 넣었다가 건져내면 쫄깃쫄깃한 숙회가 된다. ⓒ 임무택


a

도치알탕 도치(심퉁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많은 알이 있는데 탕으로 끓이면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 임무택


심퉁이는 겨울 바다 생선 중 아귀, 물매기와 함께 '못난이 삼형제'를 이룬단다. 커다란 입과 눈이 심퉁맞게 생겨 처음 본 사람들은 신기하게만 여길 뿐 이를 먹으려고 하지 않았단다. 맛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지만 바닷가 사람들은 심퉁이를 배를 가른 뒤 내장과 알을 꺼내어 손질하여 놓고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숙회로 먹고, 내장과 알은 탕을 끓여 먹는데 직접 먹어보니 입속에서 톡톡 터지는 알의 감칠맛은 신비롭다고 해야 하나싶다.


a

묵호항에서 경매중인 도루목 ⓒ 임무택


a

묵호항 경매사들의 치열한 경매장면 ⓒ 임무택


전통적으로 동해안을 상징하던 도루목과 오징어의 어획량이 점점 줄어드니 듣보잡 생선들이 각광을 받게 됐단다. 그래도 아직 동해의 포구마다 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어 정겹다.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도루묵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a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어민 ⓒ 임무택


a

오징어잡이 배앞에 건조하고 있는 오징어 ⓒ 임무택


동행한 절친 부부와 함께 주고받는 소주잔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생전 처음 본 심퉁이의 쌍판이 아귀로 보였다가 물매기로 둔갑했다가 요사스럽게 아른거린다. 커다란 풍선처럼 보이는 심퉁이와 함께한 동쪽바다에서 술상밥상의 즐거움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추암촛대바위 #도치알탕 #심퉁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진의 힘을 믿습니다. 사진의 힘을!!!


AD

AD

AD

인기기사

  1. 1 고장난 우산 버리는 방법 아시나요?
  2. 2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3. 3 세계 정상 모인 평화회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귀국길
  4. 4 삼성 유튜브에 올라온 화제의 영상... 한국은 큰일 났다
  5. 5 마을회관에 나타난 뱀, 그때 들어온 집배원이 한 의외의 대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