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태워준다던 분양 사업, 이렇게 망했다

반려동물 생산을 목적으로 대량 사육되는 번식견들... 화려한 애견숍의 '이면'

등록 2015.11.27 16:40수정 2015.11.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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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4일 남양주의 한 번식장 살아 있는 생명이 마치 무덤 속에 있는 모습이다. ⓒ 동물자유연대


"글쎄, 그게 돈이 돼서 벤츠를 타고 다닌대. 예쁜 개들 사다가 새끼를 낳게 해서 말이야."
"그래? 우리도 해볼까? 벤츠 한 번 타보게."

50대 중반의 남녀가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나누던 대화였다. 오래 전 일화인데 사뭇 궁금해진다. 과연 이들은 벤츠를 탔을까?

번식(종견)장은 반려동물의 생산과 판매를 목적으로 한 공장식 대량 사육 시설이다. 번식장은 주로 도시외곽과 농촌에 위치하며 비닐하우스, 가건물, 컨테이너 등에서 사육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번식업을 하려면 시설기준을 갖추고 소정의 절차에 따라 영업신고를 하도록 법을 제정했지만, 총체적인 부실 관리로 법이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하는 곳은 전국 번식장의 1/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번식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최소한의 시설만 마련하고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사육하고 착취한다.

배설물 더미에서 착취 당하는 번식견들

남양주 번식장의 시추들 안구질환에 취약한 시추들. 4마리 중 2마리는 이미 실명이 된 상태였다. ⓒ 동물자유연대


지난 11월 4일 동물자유연대는 제보를 받고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불법으로 운영 중인 번식장을 방문했다. 총 77마리의 동물들이 작은 비닐하우스 세 동으로 나뉘어져 사육되고 있었으며, 20여 마리는 바깥 뜬장(사육하는 개, 닭 등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땅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철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는 비닐이 다 뜯겨져 나간 상태였고, 곳곳에 쌓여 있는 배변은 최소 3개월 동안 치워진 적이 없는 듯했다. 해당 번식장에서 키우는 동물은 시추, 말티즈, 스피츠, 푸들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발바리 종도 일부 있었다.


주인은 1년 전 부업으로 번식장을 시작한 농민이라며 본인을 소개했다. 돈이 된다는 말에 농사와 병행하여 번식장을 시작했지만, 동물을 판매할 경로를 찾지 못했으며 사료비를 충당하는 것조차 버거웠다고 했다. 주인은 비싸게 주고 산 품종 있는 개이니 빨리 사가라며 우리를 재촉했다.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7월에도 인천시에서 불법 번식장이 적발되어 철거를 앞둔 시점에 방문했다. 해당 번식장은 비닐하우스 4개동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한 동에 100여 마리씩 총 4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동마다 주인이 달랐으며, 모두 노인이었다. 당시 이 노인들은 번식장을 인수 받은 지 1년 만에 철거가 결정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런데 웬 중년 남성이 노인들 주변을 지키며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위 말하는 '브로커'였다. 번식장 인수를 돕고, 새끼강아지를 경매장으로 데려가는 등 판매를 돕는 중간 관리자인 셈이다. 식용개 사육을 하다가 번식견 사육으로 업종을 바꾸는 경우, 새롭게 창업하거나 부업으로 번식장을 시작하는 경우도 대부분 이 브로커를 통한다.

현재까지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하는 번식장은 전국에 50여 개에 불과하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번식장은 3천~4천여 개에 달한다. 가정에서 소규모(20~30마리)로 영업을 하는 개미번식장까지 합치면 통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불법 번식장으로 적발되어도 새끼강아지 몇 마리만 팔면 벌금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폐쇄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영업을 계속한다. 번식장에서 동물은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니다. 돈이 되는 물건이고 기계이다.

한여름, 번식견들을 사육하는 비닐하우스는 모두 까만 비닐이 덮어져 있었고 출입문은 열쇠로 굳게 잠겨져 있었다. 환기구는 폭 50cm 정도의 작은 구멍이 전부였다. 그 구멍에서 아비규환 속 처절한 울음이 새어 나왔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0일, 경기도 남양주시 불법 번식장에서 사육되던 개 77마리를 전부 구조했다. 해당 번식장은 이미 행정처벌이 내려져 철거를 앞두고 있었고, 노인은 하루라도 빨리 개를 팔고 싶어 했다.

총 200만 원. 우리는 한 마리 당 2만6천 원에 매입했다. 품종에 따라 많게는 몇백만 원, 적게는 몇십만 원에 판매되는 어린 강아지들을 낳은 어미개는 2만6천 원짜리가 되었다. 이 개들은 동물자유연대에서 구조하지 않았다면 마리당 1만 원도 안 되는 헐값으로 다른 번식장에 팔려가거나 식용으로 유통되었을 것이다.

실명, 주저앉은 뒷다리... 화려한 애견숍의 '이면'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들 심각한 고통을 동반하는 녹내장과 유선종양으로 고통 받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


우리가 애견숍이나 인터넷 등에서 분양 받는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이런 번식장과 경매장을 거쳐 나오는 것이다. 화려하고 아늑한 애견샵 강아지들의 엄마와 아빠는 2만6천 원짜리 번식장 개들이다.

왜 너도나도 번식업에 뛰어드는 것일까? 외롭고 심심해서, 자녀들이 원하니까, 부모님이 적적해 하시니까 등 사람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공급을 창출한다. 특히나 반려동물시장에서는 최대한 어린 동물을 키우려는 수요가 과잉공급을 부추기고, 어린 동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번식장이 활개를 치도록 한다. 이는 또 다시 한 해 10만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을 양산해 내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동물 구입 혹은 입양 전 따져봐야 할 것들
동물을 구입하거나 입양하기 전 몇 가지만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자.

Q: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적절한 시기인가?
A: 너무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 집을 자주 비우는 직업을 가진 사람. 결혼, 출산, 육아, 이직, 이사를 앞두고 있는 사람은 순간의 마음보다 현실적인 시기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Q: 먹이 뿐만 아니라 수술 등 병원치료비와 훈련에 들어 갈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A: 사람에 비해 노화가 빨리 찾아오는 반려동물의 의료비는 상상 이상이다. 한 달 몇 만 원의 사료비, 간식비만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병원비 때문에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은 의외로 많고, 내가 될 수도 있다.

Q: 동물의 평생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A: 동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족, 이웃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가. 동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반려동물 등록을 하고 이름표를 착용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집을 비울 경우 반려동물을 믿고 맞길 가족, 이웃, 친구가 있는가 등은 동물의 평생을 책임지려면 반드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물자유연대에 구조된 77마리 중에는 10살 전후로, 잦은 출산으로 인한 생식기 관련 질병들이 이미 깊이 진행된 개들이 있었다. 바닥이 평평하지 않은 케이지 생활로 만성 발바닥 염증과 뒷다리가 주저 앉은 개들, 실명이 된 개들도 있다.

이들은 망한 번식장에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다른 번식장으로 팔려가거나, 더 이상 새끼를 출산하지 못하면 방치되어 질병을 앓거나 굶주리며 죽어간다. 그리고 일부는 '개소주'가 된다.

주인과 따뜻한 눈맞춤, 신나는 산책시간, 주인의 포근한 품에서 잠드는 일…. 어떤 반려동물에게는 일상인 일이 번식견에게는 그저 꿈일 뿐이다. 하지만 번식장은 사람들이 만든 감옥일 뿐이다. 이 개들은 사랑 받을 준비와 사랑할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다.

참혹한 환경의 번식장과 생명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경매장의 비극을 숨기고 화려함으로 치장한 애견숍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알게 됐다면, 생명을 사지 말고 입양하자.

동물자유연대는 오는 12월 12일 토요일 오후 1시,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를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현재 입양을 원하거나 입양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에 참가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자. 동물자유연대의 동물입양 상담활동가, 전담 의료진, 전문 훈련사가 여러분을 도울 것이다.(동물자유연대 입양행사 신청하기)

구조된 번식장의 개 케이지를 벗어나는 순간이 두려운 눈망울 ⓒ 동물자유연대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동물자유연대 윤정임국장입니다.
#동물자유연대 #동물입양 #동물분양 #유기동물입양 #유기동물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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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예방 및 구조, 올바른 반려동물문화 정착, 농장동물, 실험동물, 오락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중인식 확산과 연구 조사, 동물복지 정책 협력 등의 활동을 하는 동물보호단체이다. 홈페이지: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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