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영결식 합창단' KBS 보도가 어이없는 이유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00]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신임 위원장

등록 2015.12.18 21:27수정 2015.12.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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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열린 언론노조 KBS 본부(아래 새노조) 4대 위원장 선거에서 97.6%의 찬성표를 받은 성재호 기자가 당선되었다. 새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총투표자 1325명 중 1078명이 투표에 참여해 1052표의 찬성표를 얻은 성재호-오태훈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밝혔다.

1987년 기자로 KBS에 입사한 성 신임 위원장은 사회부, 청주방송총국, 취재파일, 탐사보도팀 등을 두루 거쳤고 2008년 구노조 당시 보도중앙위원, 새노조가 출범한 후에는 초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보도본부 디지털뉴스국에 재직 중이다.

현재 KBS의 문제를 비롯한 언론 상황 등에 대한 성재호 신임 위원장의 입장이 궁금했다. 지난 14일 새노조 사무실에서 성 신임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성 신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부끄럽지 않게 싸우겠다...'큰 연대'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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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호 신임 언론노조 KBS본부장 ⓒ 이영광


- 97.6%의 찬성표로 KBS 새노조 위원장에 선출되셨어요. 소감 부탁드려요.
"소감을 말하기 이전에 책임감이 많이 느껴집니다. 정권의 방송장악이 노골화됐던 지난 2008년 이후 7년 동안 저희가 제작거부, 파업 등으로 싸워왔지만, KBS 내부가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그래서 조합원 구성원들이 많이 지쳐 있어요. 또한, 그때보다 조합이 싸우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거든요. 조합원들이 힘내서 싸울 수 있는 방법과 수단들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

- 위원장 선거에는 어떻게 나서게 되었나요?
"2008년 정권이 이미 임명된 KBS 사장을 부당하게 몰아내는 과정에서 KBS 조합원들과 함께 그것을 막는 일에 동참했어요. 그리고 낙하산 사장을 막아내려 했지만 기존 노동조합이 역할을 제대로 못했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 새노조가 탄생했죠.

힘든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새로운 집행부를 출범시킬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그동안 저는 새노조를 출범시켰던 책임으로, 밀린 숙제를 피하지 말고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잘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고 어차피 모든 조합원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면 적어도 부끄럽지 않게 싸워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당선 후 노보를 통해 "KBS 사장에 취임한 건지, 검찰 총장에 취임한건지 모를 신임 사장의 행보를 보노라면 불안과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감히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며 "전 국민적인 관심과 감시로 정권의 방송 통제를 막아내겠다"고 하셨어요. 정권으로부터 방송통제를 막아내기 위한 복안이 있으신가요?
"내부적으로는 조합과 모든 직능단체가 하나로 연대해서 한목소리를 내고 함께 행동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수단적 가치로 놓고 싸울 겁니다. 밖으로도 큰 연대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전 국민적인 공영방송을 마지막으로 감시하는 기구 같은 것을 만들 거예요.

이제 국민이 공영방송에 예전처럼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국가적인 자원과 인력이 공영방송에 투입되고 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해서 감시기구를 만들 겁니다. 사장을 비롯한 몇 명이 좌지우지하고, 권력이 벌건 대낮에 노골적으로 방송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일이 없도록 매우 큰 연대를 구상하고 있어요."

"영리하게, 덜 다치며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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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사장이 후보자였던 지난 11월 1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나와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KBS 신임사장으로 고대영 전 KBS 비즈니스 사장이 취임했어요, 이것은 내년과 내후년 두 차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아요. (관련 기사:'공영방송 파괴' 고대영, 청와대는 "사장 적임자" ) 그렇기 때문에 선거전에 돌입하면 노골적으로 편향 방송을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데.
"많이 걱정돼요. 특히 보도분야 쪽 부장인사까지 이뤄졌는데, 면면을 보면 과거 불공정 보도, 편파보도 등의 문제와 연관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직접 보도본부를 통제하고 관여하려고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뉴스와 방송을 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 저희 조합원들이에요. 매우 힘든 통제나 간섭이 있겠지만,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이름으로 뉴스와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하나하나 불공정행위와 비상식적 간섭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조합이 방법을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사실 KBS 내에는 방송(편성)규약, 제작 가이드라인 등이 있고 공직선거법에도 공정성과 관련된 규정이 있어요. 이러한 규정과 규약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를 아주 꼼꼼하게 체크할 겁니다.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시기가 지나갔다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을 물을 거예요. 그래서 잘못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갖게 만들어야지, 향후 대선이나 그 이후에 모든 방송에서 방송책임자가 전횡할 수 없게 만드는 견제장치가 될 겁니다."

- 선거 슬로건이 '맞불'이던데 이렇게 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어로 '카운트 파이어'인데, 통상적인 희망과 의지를 표현한 거예요. 맞불은 맞짱 떠서 싸우겠다는 뜻이 아니라, 큰 위기 닥쳤을 때 쓰는 최후의 수단이자, 매우 치밀하고 영리하게 계산돼서 준비하는 작전이에요. 저희는 그렇게 싸우려고 '맞불'이란 슬로건을 선택했어요.

지금은 KBS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하락했을 뿐더러, 저희 스스로도 더 밑으로 추락하거나 기댈 게 없는 시기예요. 물론 저희 희생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큰불을 잡기 위한 맞불을 놓는 심정으로 4대 집행부를 이끌고자 이 슬로건을 선택했어요."

- 공약이 많던데 그중에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을 꼽으라면 어떤 것인가요?
"우선순위를 떠나서, 사실은 수렴되는 공약 한 가지가 있다면 2년 동안 중요한 시기 속에서 KBS 공영방송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조합이 계속 감시·견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선거를 예로 들자면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를 계속 북돋워 주고 후보자들을 판단할 수 있는 아주 다양하고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거죠. 여러 정치세력이 얘기하는 주장들에 대해 공정하고 공평하게 방송하는 역할들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게 4대 집행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작업이겠죠."

- 새노조가 출범한 지 6년인데 그 동안의 성과는 어떤가요?
" 저희가 기존의 하나였던 노조를 깨고 새로운 노조를 만들었어요. 기존 노조의 행동 방식으로는 더 이상 KBS 내부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지난 6년 동안 저희는 KBS 내부에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며 공영 방송의 역할과 방송의 독립이나 공영성을 위해서 싸운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많은 성과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버텨낼 수 있는 구심체 역할을 새노조가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포기는 말도 안 되는 얘기, 싸울 방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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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호 신임 언론노조 KBS본부장 ⓒ 이영광


- 현재 KBS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뭐라고 보세요?
"앞으로 KBS가 사랑과 신뢰를 받는 언론사로 계속 남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것이 단순히 지배구조 개선만으로 가능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저희 스스로가 가진 잘못된 부분이 많아요, 낙하산 사장이 오면 그걸 떠받들고, 말도 안 되는 지시와 통제에 순응하죠. 이른바 '공영방송인의 책임과 의무·자세·역할'에 대한 걸 재정립할 수 있는 작업이 함께 이뤄지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제도만 바뀌면 흔들릴 수 있거든요. 그런 튼튼한 문화와 전통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KBS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KBS 보도는 일단, 개별 안건에 대해 뉴스나 방송을 하면 나름 기계적 균형이라도 지키려고 하지만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공평하게 편집되지 않아요. 보도를 안 하는 거나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앞뒤가 잘린, 무슨 얘기인지 모를 함량 미달의 뉴스가 나가죠.

작은 얘기긴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때 합창단 아이들이 추워서 부들부들 떨었어요. 그것이 어느 언론사의 사진과 영상으로 문제 제기가 됐죠. 그리고 KBS는 이틀이 지나도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국가장을 책임진 행정자치부의 사과가 나오고 나서야 사과했다는 내용만 나가요. KBS 뉴스를 보면 언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방송되더라도 기자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주제 자체를 엉뚱하게 잡는 거예요. 가령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 사회부나 법조팀이 이슈의 옳고 그름, 제대로 일이 처리됐는가를 감시하고 비판해야죠. 그게 아니라 이걸 정치부로 넘겨서 여야의 정치적인 공방으로 처리해버려요. 누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없는 거예요. 오직 여야의 정치적 공방만 보도해서 국민이 진절머리가 나도록 만들어서, 세월호가 싫게 하는 거죠. 그러면서 세월호 이슈를 매일 다뤘다고 하는데 그건 다룬 게 아니죠. 면피하고 호도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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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갈무리 ⓒ KBS 갈무리


- KBS 수신료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신임 사장이 취임 직후 간부들에게 수신료 인상을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니지 않겠다고 했답니다. 대신 광고 500억 원을 더 끌어들이면 위기가 닥친 종편이 '어서 수신료 올려줘라'고 말할 거고, 그러면 여당과 방통위, 정부에서도 '수신료 올려줘라'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답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시기에 광고 500억 원이 그렇게 쉽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생각과 이유를 전혀 이해조차 하려 않는 것이죠.

KBS 사장에 대한 임명 구조 개선, 정치권력에 의해 임명된 사장 및 편집 책임자 등에 대한 내부 견제장치, KBS 운영의 투명성, 시청자의 참여 등 KBS의 정치독립과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선행되거나 적어도 로드맵 정도는 제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말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 사장 임기 내에서 수신료 현실화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이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기대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언론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공영방송 통제와 장악은 이명박 정부부터 노골화되었고 그 과정이 쭉 이어졌어요. 이명박 정부에서 해온 노골적인 방송장악을 조금 더 세련되게 하는 느낌이에요. 이명박 정부는 처음이라 그런지 불협화음도 많았는데, 오래되다 보니 내부적으로 충돌 같은 게 많이 없어졌죠.

박근혜 정부의 언론정책이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박근혜 정부가 대부분의 공약도 뒤집었잖아요. 그래서 정책이 무엇인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워요. 이명박 정부 때 미디어법으로 방송판이 뒤집혔어요. 그게 매우 컸죠. 그 과실을 박근혜 정부는 차곡차곡 따 먹어요."

- 언론장악이 8년째라 언론인들 가운데는 '지치는 사람도 있고, 해봤자 뭐하겠냐는 의견도 있어요. 또 싸우기보단 체제에 순응하며 단순히 '월급 받는' 언론인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모든 정치권력은 언론을 장악해서 통제하려고 했죠. 그러나 역사는 그 과정에서 대안을 만들어왔어요. 전체적인 틀에서 봤을 때 7년의 방송 장악이 이뤄져 왔으나 저희 나름대로 성과가 있어요. 수많은 독립 미디어가 만들어졌죠. 이제 7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포기'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대한민국 사회가 퇴행하고 어려워진다고 하더라도 사회를 포기할 수 있나요? 언론도 마찬가지예요.

종편의 영향력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반면 종편에 질려 하는 사람도 있어요. 상식적인, 보통의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정보나 뉴스를 전달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겠죠. KBS도 그런 측면에서 싸울 방법이 많다는 거예요. 겉으로 9시 뉴스 등을 저렇게밖에 못하냐는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한 적도 많거든요. 또 큰 흐름은 저희 편이라고 생각해요."


○ 편집ㅣ박정훈 기자

#성재호 #KBS 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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