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 트리' 보셨나요?

[프랑스 기행 ①]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클레베르 광장(Place Kleber) 기행

등록 2015.12.22 21:40수정 2015.12.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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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동역(Gare de l'Est)에서 초고속열차 떼제베(TGV)를 타고 동쪽으로 달렸다. 한참을 가도 해는 뜨지 않고 칠흙 같은 어둠 속에 프랑스의 평원이 지나가고 있었다. 프랑스의 푸른 평원 지대를 달리던 떼제베는 숲이 우거진 어두운 산지를 지난다. 엄청나게 길이가 긴 고속열차 터널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나는 파리에서 산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며 창밖의 경치를 감상했다.

겨울의 프랑스는 아침 해가 8시 30분이 되어야 뜨기 시작했다. 떼제베는 447km를 쏜살같이 달렸다. 나는 불과 2시간 19분 만에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내렸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과의 국경인 라인강(Rhein River)에서 서쪽으로 불과 3km 지점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스트라스부르역은 천장을 올려다보니 마치 실내에 하늘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역 밖으로 나가보니 약간 차갑지만 시원한 아침 공기가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역을 돌아보니 새 둥지 같이 생긴 거대한 유리벽이 고풍스러운 역 건물을 감싸 안고 있다. 역 건물 자체가 이 도시의 랜드마크요, 하나의 정성스러운 예술품이다. 둥근 타원형의 푸른 유리에 하늘이 반사되어 보이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유리 외벽 안에 고풍스러운 옛 역사가 있으니 신비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겨울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 역 외관. 맑은 하늘을 닮은 유리벽이 역의 옛 건물을 아름답게 감싸고 있다. ⓒ 노시경


역 밖에 나가 대충 감을 잡아보니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구시가까지 걸어서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해온 지도가 있지만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주는 스트라스부르 지도를 구해야 조금 더 길을 찾기가 편할 것이다.

역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보니 역에 너무 아침 일찍 도착해서인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역 안 식당에서 바게트 샌드위치와 우유로 차분히 아침식사를 했다. 내가 식당 좌석에 앉을 때는 아무도 없었지만 내가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차분히 커피를 마시는 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여유로워 보인다.  

스트라스부르역 인포메이션 센터의 아주머니는 아주 친절했다. 나는 2유로를 주고 스트라스부르 상세지도를 구입했다. 아주머니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마켓의 상세한 위치와 내용이 나온 인쇄물까지 추가로 주었다. 나는 스트라스부르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나는 스트라스부르도 파리 테러 이후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을 것이라고만 짐짓 짐작을 하고 이 도시를 찾은 것이었다.


"아! 크리스마스 마켓!"

내가 크게 웃자 그 아주머니도 함께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스트라스부르는 겨울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곳이지요. 그 팸플릿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가게들의 위치가 상세하게 나와 있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1월 말에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열지요. 지금은 스트라스부르가 제일 예쁜 시즌이에요.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해마다 사람들을 설레게 하지요."

스트라스부르 역. 스트라스부르의 겨울 크리스마스 마켓을 알리고 있다. ⓒ 노시경


그녀는 정말 친절하게 웃으며 나에게 크리스마스 마켓을 소개해 주었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게 느껴지는 그녀는 스트라스부르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내가 반가웠던 모양이다. 게다가 내가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하자 약간 사무적인 그녀도 크게 웃으며 가이드를 해준다. 외국 여행에서는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면 다시 큰 웃음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지도를 보니 스트라스부르역에서 밖으로 나와 직진만 하면 스트라스부르 구시가지가 나온다. 나는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시내 안으로 들어섰다. 역과 시내의 곳곳에는 프랑스 군인과 경찰들이 눈에 띈다. 지난 11월 13일 IS의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의 역과 성당, 번화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주변에는 자동소총을 든 프랑스 군인과 경찰들의 경비가 삼엄해졌다.

프랑스 군인들이 테러에 대비하여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다. ⓒ 노시경


시내 번화가에서는 경찰들이 사람들을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 노시경


테러 여파로 외국 관광객들 줄어... 대부분 현지인들

흥겨운 크리스마스 마켓 가게들이 모여 있는 광장도 출입구에서 가방을 열어 가방 속을 보여주어야만 입장할 수 있다. 권총을 옆구리에 찬 푸른 제복의 경찰들도 광장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의 유명 관광지마다 차고 넘치던 외국 관광객들의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에 찾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프랑스 현지인들이다.

스트라스부르 번화가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거리조명의 연속이다. ⓒ 노시경


나는 해가 진 후의 시간까지 스트라스부르 구시가를 걷고 또 걸었다. 차분하고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스트라스부르의 거리에도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다. 스트라스부르는 낮과는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의 즐거움이 뒤덮기 시작했다. 번화가에는 크리스마스를 반기는 축하 조명이 거리의 하늘에서 온통 반짝이고 있었다. 거리에는 '캐피탈 드 노엘(capitale de noel)'이라는 문구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스트라스부르가 크리스마스의 수도라는 스트라스부르인들의 자존심이 묻어난다.

클레베르 광장. 스트라스부르에서 가장 넓은 이 광장은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 이용된다. ⓒ 노시경


번화가를 걷다보니 시원스럽게 뚫린 클레베르 광장(Place Kléber)이 나타났다. 광장의 사방을 보니 모두 색다른 양식의 이국적인 중세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고풍스러움으로 인해 클레베르 광장은 1988년에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스트라스부르의 번화가 한 중심에 위치한 이 광장은 스트라스부르의 어느 광장보다도 넓어서 넉넉한 여유로움을 물씬 풍기고 있다. 건물들은 옛 건물들이지만 각 건물마다 1층에 자리한 현대적인 레스토랑과 유명 옷가게들이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클레베르 동상. 나폴레옹 시대에 이집트와 터키에서 무공을 세운 군인의 동상이다. ⓒ 노시경


클레베르 광장이라는 이름은 장 밥티스트 클레베르(Jean-Baptiste Kléber)라는 프랑스의 군인을 기려 지어졌다. 클레베르는 나폴레옹의 이집트, 터키 원정에서 활약하였고, 프랑스군의 총사령관까지 되었던 인물이다. 나폴레옹 당시 전장에서 큰 공을 세운 그의 동상이 광장 중앙에 우뚝 세워져 있다.

파리 테러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조화와 촛불이다. ⓒ 노시경


지금 클레베르의 동상 아래 기단에는 수없이 많은 꽃과 양초들이 놓여 있다.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이 11월 13일 IS의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며 바친 꽃과 촛불들이다. 동상 밑의 넓은 기단이 마치 희생자들을 위한 제단같이 변해 있고, 그 위에 바쳐진 양초와 꽃들은 쓸쓸하게 추운 겨울바람을 맞고 있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요 딸이었을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나도 그들이 편안한 안식처로 갔기를 기도해 본다.

지구 상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별이 빛나고 있다. ⓒ 노시경


이 광장에도 테러에 대한 애도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이 광장에서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끄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스트라스부르인들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를 대표하고 있었다. 이 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나무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면 이 나무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해마다 클레베르 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바뀌는데, 올해의 트리도 크리스마스 전인 11월 말에 선을 보였다. 올해에도 높이가 30m를 넘고, 무게도 7톤을 넘는 대형 트리가 클레베르 광장을 장식하고 있다.

수 km에 이르는 긴 전선으로 연결된 LED등이 수만 개의 화려한 빛을 발사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별'을 직접 보니 황홀하기만 하다. 명성만 듣던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크리스마스 축제 안으로 내가 빨려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노트르담 성당 가는 길. 거리 위의 천사 조명이 길을 이끌고 있다. ⓒ 노시경


항상 같이 여행하던 아내와 딸이 없어서 조금 외로웠던 여행에 외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가슴이 훈훈해진다. 인파가 북적이는 겨울의 스트라스부르는 정말 따뜻하고 매력적인 도시이다. 나는 스트라스부르의 하이라이트, 노트르담 성당의 크리스마스를 찾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겨울이지만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12월 6일~12월 12일의 프랑스 여행기입니다.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00편이 있습니다.
#프랑스 #프랑스 여행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노트르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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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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