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의 새해맞이

시가현 히노초를 찾아서

등록 2016.01.02 19:58수정 2016.01.02 19:5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월 초하루 아침 일본 시가현 히노초에 다녀왔습니다. 히노초는 오사카에서 전차로 약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전차로 가는 데는 두 시간쯤 걸립니다. 히노초에 있는 귀실(鬼室)신사는 백제 유민의 우두머리였던 복신(福信)의 무덤이 있고, 그를 섬기는 씨족 신사라는 말도 있습니다.


서기 669년 백제가 멸망하자 백제 지배층이 수만 명 일본으로 건너왔는데, 그들이 집단 거주지가 시가현 히노초에 있었다고 합니다. 히노초에는 귀실신사, 백제사, 석탑사 따위 백제 유민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월에 지내는 산신제 역시 백제 문화의 흔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초밥 먹으면서 새해맞이

초밥을 들고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손님을 기다리는 초밥이 놓여 있습니다. ⓒ 박현국


히노초에 도착하여 먼저 문을 연 헤이와도 프렌드마트라는 슈퍼마켓에 들렀습니다. 몇백 평 넓이의 매장 가운데 사람들이 줄을 가장 길게 선 곳이 있어서 갔습니다. 다른 곳은 한가한데 유독 한 곳만 줄을 길게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축하하거나 기쁜 날 초밥을 먹습니다. 일본에서 배달이 가능한 먹거리는 아마도 초밥과 피자가 아닌가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피자와 초밥은 대부분 배달이 가능합니다. 길게 줄을 선 곳 역시 초밥집 앞이었습니다.

일본은 양력 정월 초하루가 명절입니다.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고 쉬는 날입니다. 음력은 아예 달력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바닷가 섬이나 바다낚시 도구를 파는 가게에서 음력이 적혀있는 달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가 현에서는 헤이와도라는 슈퍼마켓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히노초 헤이와도 프렌드마트 슈퍼마켓은 문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초밥집 앞에 줄을 서서 초밥을 사고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더불어 새해맞이로 초밥이 제일 인기가 있습니다. 

신사에 가서 복을 빌다

사람들이 신사 본전 앞에서 복을 빌고, 신사에 있는 가게에서 부적이나 운세 점을 사고 있습니다. ⓒ 박현국


일본 사람들은 정월 초하루 신사에 가서 복을 빕니다. 이것을 하츠모데(初詣)라고 합니다. 먼저 마을에 있는 씨족 신을 모신 신사에 가서 기원을 하고, 사람에 따라서 마을 주변이나 도시에 있는 유명한 신사에 가서 복을 빕니다.

일본 달력에는 정월 초하루만 빨간 글씨로 쉬는 날입니다. 그렇지만 일본 관공서나 은행, 회사들도 대부분 12월 29일부터 1월 4일까지 쉽니다. 학교도 대부분 이때가 겨울방학입니다. 겨울 방학이 비교적 짧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산신제

마을에 따라서 다르지만 시가 현에 있는 마을들은 이 때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은 산에 있는 신이지만 보통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담당하는 신으로 섬깁니다. 산신은 아마도 벼농사와 관련된 신으로 풍요를 담당하는 신입니다. 

마을에 따라서 다르지만 시가 현 고카시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1월 1일 산신제를 지냅니다. 모리시리 마을에는 45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산신제를 담당할 제관을 뽑습니다. 이 제관을 '미야모리'라고 합니다.

모리시리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들고 산신단이 있는 산 입구에 가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 박현국


시가 현 모리시리 마을 미야모리 제관은 한 해 동안 마을 신사인 야사카신사를 관리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산신제를 준비하여 산신제를 지냅니다. 옛날에는 산신제를 지낸 다음 마을사람들은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7년 전까지 미야모리 제관 집에서 제물을 준비했지만 지금은 2일 오전 마을 공민관에서 제물을 준비합니다. 제물은 찹쌀로 모치 떡을 만들고, 밥을 짓고, 제장에 진설할 여러 가지 물건들을 직접 대나무를 잘라서 만듭니다. 

1일 오후 2시 제관과 제물을 준비한 마을 사람들이 제물을 들고 열을 지어서 마을 동쪽에 있는 야사카신사로 갑니다. 이 때 제물을 든 사람들이 '에토에토'라고 선창을 하면 뒤에서 '니타니타'라고 하면서 따라갑니다. 이 소리를 듣고 집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제물 든 사람을 따라서 야사카신사로 향합니다.

야사카신사에 도착하여 하이덴에 산신제 제물을 진설하고, 마을 사람들 정월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마십니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은 다음해 산신제를 담당할 사람을 뽑고, 마을 일들에 대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이 모임이 끝나면 야사카신사 옆에 있는 산 입구에 가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 입구에 있는 산신단에 가서 금줄을 치고, 제물을 진설하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이 때 제관이 축문을 읽습니다. 축문은 산신에게 한 해 풍년을 기원하고, 산에 들어가서 일 할 때 풍년과 풍요를 가져다 달라고 기원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금줄을 잘라서 이제 산에 들어가도 좋다는 뜻을 알립니다.

산신제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이 술을 나누어 마시거나 모치 떡을 불에 구워서 먹고 있습니다. 우리의 음복을 이곳 사람들은 나오라이(直?)라고 합니다. ⓒ 박현국


산신제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제물로 사용된 술과 밥, 곶감을 나누어 먹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제물로 사용된 모치 떡을 나누어서 들고 제장 앞에 불을 펴서 구워 먹습니다. 사람이나 마을에 따라서 다르지만 모치 떡의 끈기가 복을 불러오고, 나쁜 것을 쫓아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산신제가 끝나면 뒷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일본 역시 지역이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다릅니다. 다만 시가 현에는 지금도 산신제를 지내는 곳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생활이 바뀌면서 해마다 산신제를 지내는 방식도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대문이나 현관에 장식 달면서 새해맞이

일본 사람들은 새해맞이로 출입문 위나 대문 앞에 소나무나 푸른색 나무나 감귤로 꾸며놓습니다. ⓒ 박현국


일본사람들은 해가 끝나는 연말 대청소를 합니다. 물로 씻고 닦고 극성스럽게 청소를 합니다. 청소가 끝나면 대문 앞에 소나무 장식을 세웁니다. 그리고 현관 문 위에도 초록색 나무잎과 감굴을 한데 묶어서 매달아 둡니다. 이렇게 장식을 다는 것은 기쁘게 새해를 맞이하고, 새해 복을 많이 받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시가현 히노초에서는 히노가와 강 주변에서 일찍부터 벼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대륙풍의 무덤들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들은 아마도 백제와 관련된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확실히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시가현 히노초 주변 민속은 일본의 다른 곳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참고문헌> 임동권, 일본 안의 백제문화, 민속원, 2005.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초밥 #새해맞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5. 5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