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증이 남긴 것, 평생 보조제 먹어야 한다니

[유기견 입양기 31] 강아지 만성신부전 투병기... 가을아, 잘할 수 있어!

등록 2016.01.21 20:49수정 2016.01.2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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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설사, 식욕부진, 체중감소, 다음(多飮), 다뇨(多尿), 활력 저하.


증세가 하나라도 발생되면 꼬리를 물고 연달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 신부전증의 전조 증상이기도 하다. 가을이는 평소에도 입이 짧았고 장이 예민했다. 그래서 신장에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당뇨가 아니고, 백내장이 안 왔고, 종양이 없어서 다행이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멀미하느라 토했겠지, 과식해서 설사했겠지, 건조해서 물 마셨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가을이의 신장은 75% 이상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 몸에 축적돼 요독이 올라와 구취가 심했고, 잇몸에 염증이 생겼다. 요즈음 산책하다 멍하게 서 있던 이유는 빈혈 때문이었고, 유일하게 먹겠다던 순대 내장은 고단백·고지방이라 체내에 흡수될 수가 없었다. 건강했을 때에 비해 체중이 2kg 가까이 빠져있었다. 전체 몸무게의 약 1/4에 해당된다. 나 자신을 고무찰흙처럼 뭉쳐서 벽에 집어던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가을이는 여러 약물을 투약한 수액을 맞으며 오랜 시간 입원해야 했다. 혈청화학검사에서 '위험' 수위를 찍은 항목을 '정상' 수치로 되돌리는 게 목표였다. 신부전은 두 가지 항목의 추이에 집중한다. BUN과 Creatinine(이하 Cre).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몇 번이고 곱씹어 내 식대로 겨우 이해했다.

우선, BUN은 단백질의 대사산물인데 간과 신장을 거쳐 배출돼야 한다. Cre는 비단백성 질소화합물인데 소변으로만 배출된다. 두 요소 모두 체내에 계속 쌓일 경우 혈액 속 질소 농도가 높아져 몸에 해롭다. 단백질이 주식인 강아지에게 단백질이 독이 된다는 말이다. 체내 BUN 수치는 29(단위는 기계마다 다르다)이상이면 안 된다. 가을이는 127이었다. 정상보다 4배 이상으로 높았다. Cre는 1.4가 안정권인데 3.6이었다. 역시 좋지 않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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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중 바람쐬는 시간 내가 올 때까지 꾹꾹 참기에 소변 양이 한강이다. 수액을 맞느라 양쪽 앞 발목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 박혜림


스밀라(반려묘)의 통조림을 개봉했을 때 가을이의 벌름거리던 코가 떠오른다. 고양이의 밥은 강아지의 것보다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냐는 가을이의 반응에 안 주기가 힘들었다. 단호하게 거부했어야 했는데. 현재 중심적인 삶을 사는 내가 처음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거지같은 일들을 반복해야 한다 할지라도 가을이가 있던 보호소에 처음 발을 들였던 날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이 2012년의 초여름이라면, 작은 견사에서 헉헉대고 있는 가을이를 안고 나와 몸에 좋은 것만 먹이면서 지낼 텐데. 정말 잘 보살필 자신이 있는데….

꿈같은 소린 집어 치우고 난 하루에 세 번씩 병원을 방문해야 했다. 비단 가을이가 보고 싶어서 만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밥도 물도 안 먹고, 화장실도 참고 있는 녀석 때문이었다.

수액 바늘을 잠시 빼고 한 쪽 발을 절뚝이며 병원 앞 나무로 걸어가 볼 일을 보는 가을이. 부드러운 통조림을 입천장에 붙여줘야 겨우 삼키는 가을이. 케이지 안이 무서운지 부들부들 떠는 가을이. 문을 닫고 돌아서는 나에게 퉁퉁 부운 발을 내미는 가을이. 내 마음속 '슬픔이'가 활개를 치는 나날들이었다.

만성신부전 3기 판정... 이젠 '유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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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 안에서 잠든 가을이 곤히 자서 깨우기 싫었는데 내 냄새를 맡고 금세 일어났다. 어서 꺼내 달라고 눈으로 간절히 말했다. ⓒ 박혜림


수액을 맞는 것 외에도 하루에 한 번씩 목에서 피를 뽑아 BUN과 Cre의 수치를 확인했다. 3일째까지는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더니 4일째에 다시 올랐다. 수액만으로는 낮추는 게 힘들다 판단, 보조제 두 종류와 처방식을 먹기 시작했다. 덕분에 수치가 미량 떨어졌지만 기대만큼 큰 변동이 없어 결국 퇴원 결정이 떨어졌다. BUN 42, Cre 2.3으로 만성신부전 3기 판정. 정상수치로 회복하진 못했지만, 이 범위를 유지하고 사는 게 관건이 됐다. 한 번 기능을 잃은 신장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인, 나트륨 섭취를 제한할 것, 몸무게 1kg당 60ml 이상의 물을 하루에 섭취할 것, 보조제를 평생 먹을 것. 3일 후 재검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병원에 얼마나 자주 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치가 큰 변동 없이 안정권이라면 일주일 후, 2주 후, 한 달 후, 두 달 후에 검사를 하는 식이다.

살면서 먹어야 할 약이 늘어날 것이고 합병증도 들이닥칠 수 있다. 신장 질환을 앓는 강아지를 위한 사료는 냄새가 괴상하고 아무런 맛도 없다. 이걸 어떻게 먹일 지도 문제다. 아, 물도 약 400ml 이상을 마셔야 한다. 어떻게? 실내 배변을 안 하는 가을이.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는 가을이. 첩첩산중이다.

고민하고 있던 와중, 가을이는 가로수에 거름 폭탄을 안겼다. 입원한 내내 참고 있었으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것부터 치우고 만발의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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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후 울타리를 빌렸다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가을이를 위해 스밀라와 잠시 격리시켰다. 울타리 밖에서 스밀라가 셀쭉해졌다. ⓒ 박혜림


#가을이 #강아지 신부전 #강아지 만성신부전 #BUN CRE #강아지 신부전 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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