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력의 교체, 왜 야권부터 해야 하나

[신간소개] 정권교체, 전쟁사에 답이 있다 <역사는 승자가 바꾼다>

등록 2016.02.02 12:43수정 2016.02.0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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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신간이 나왔다. 하지만 모든 야당 성향의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또는 정권교체의 당위성이나 집권세력을 비판하며 비분강개 형으로 호소하지는 않고 있다. 그 반대다. 야당의 지리멸렬을 질타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야당의 혼란이나 재정비를 바라는 사람들을 안심시킬 일반적 대책이나 다소곳한 권고도 아니다. 현재 야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특정한 정파에 대한 비판으로, 또다시 잠재 독자들을 반분했다. 아니 뻔히 알면서도 소수가 되길 자처하고 있다. 후폭풍을 감수하면서 아주 노골적이다.


야당 주류세력의 전략적 오류와 무능력, 패권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불섶으로 뛰어들었다. 저자는 정치적 분석의 편향성과 그 직설의 힘을 믿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논지로도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진영논리와 팬덤 심리의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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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두만 김양수의 '역사는 승자가 바꾼다' 신간 표지 ⓒ 리북 제공

"지난 10년간 선거에서 진보야당은 보수여당에게 단 한 번도 유의미한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의 온갖 실책과 무능과 독선으로 국민들 마음이 돌아섰지만 선거때마다 여지없이 패했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왜 졌는가? 진영논리와 팬덤 심리만으로 승리를 거머쥐려는 무능과 안일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둘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작은 기둥들이 수없이 폭로된다. 패권주의, 지지층 분열, 줏대 없는 호남정치, '보수여당 나빠요'만을 외치는 순진성, 낡은 전술, 오래된 레토릭, 통합과 혁신만을 외치는 무대책, 유권자 만족이 아닌 자기만족의 정치 등등이 호된 꾸지람의 대상들이다.


아울러 호남의 분발도 호소한다. 정권교체든 뭐든 '호남만으론 안 된다'는 협박에, 때론 지역주의자로 때로는 진보의 선진부대로 불리며 수동적 정치세력에 머물고 있는 호남 진보적 유권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는 것.

이 책이 작심하고 고발하고 있는 하나의 세력은 분명하다. '패배의 생활화'를 초래했으면서도 한 치도 바뀌지 않는 패권주의자들과 대책 없는 팬덤들이다. 이들은 정치를 종교의 차원으로 변이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집과 독선 그리고 낙인과 배제를 무기로 정신승리를 구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친노'세력이 과연 존재하는지부터 그들이 왜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들은 고독한 선지자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정치적 담론도 경합의 영역이고 각자의 정치적 분석과 진단도 논쟁의 핵심 사안이다.

따라서 저자의 논지가 포용적이거나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은 유아적 트집이다. 여기엔 단지 의미 있는 반박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저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수고가 필요하다.

승패를 갈랐던 전략을 통해, 부끄러워하자

현재 야당이 구사하는 '이기려는 방법'을 보고 얼마나 답답했으면, 전쟁의 역사와 전투의 사례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자고 제안하고 나섰을까? 저자는 전쟁사의 전략적 명장면들을 찾아 흥망성쇠의 열쇠인 전략의 묘미들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뒤이어 현 야당의 전략적 실책과 무능에 빗대어 반성을 밀어붙인다. 모두 따끔한 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는 것은 정권교체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낡고 케케묵은 전략이나, 패권주의적 술수나 유아독존의 환상을 버리자는 것이다.

교훈과 지침 이전에 저자가 실제로 노리는 것은 그동안 야당과 그 지지세력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스스로 부끄러워 하자는 것이다.

상대가 뻔히 아는 전략을 거듭 써서 패하는 독일을 통해 낡은 전술에 매달리는 야당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 인상 깊다. 포신이 5개나 되는 전차를 만들려는 야심의 처절한 실패. '의도의 진정성은 면죄부가 아니다'를 연결하는 통찰.

탱크에 시멘트를 발라 오도가도 못하는 전차를 만드는 실패와 야당의 자기만족적 전략을 빗대는 풍자, 미군과 이라크군의 에이브람스를 비교하며 리더십의 중요성을 말하는 적절함, 원균의 욕심과 칠천량 패전의 비극의 교훈까지 역사적 사실이 가지는 힘을 한껏 활용했다.

그리고 각각의 흥미진진한 전투 사례들은, 뒤이어지는 야당에 대한 비판은 덤으로 생각하고 읽어도 될 만큼 양도 많고 재미도 넘친다.

<역사는 승자가 바꾼다>는 희망을 말하기 위해 내부를 향한 혹독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표지그림에서처럼 특권층과 권위주의적 질서를 붙들어 매고 있는 동아줄을 끊는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다.

정권교체의 목적이자 희망이라면, 그것을 끊어낼 칼을 벼리기 위해 내부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극복은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 이 책은 그 자기성찰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없이 부끄러울지라도 설사 치열한 분란이 뒤따를지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백의종군도 불사한 이순신에게는 있었지만 죽는 순간까지 통제사 감투에 집착한 원균에게는 없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군인으로서의 역량'이었다. (p. 214)

지난 10년간 선거에서 진보야당은 보수여당에게 단 한 번도 유의미한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상대가 대적불가 강적이었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정권의 무능과 독선과 부패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팩트다. 즉, 상대 역시 넘을 수 없는 강적은 아니었다. ... 그래도 늘 이런 "뼈를 깎는 혁신으로 다음 선거에서는 승리하겠다."는 말을 그치지 않는다. 선거 패배 후 야당이 내놓는 이런 논평만 10년이다. 그렇다면 지금쯤 야당에는 깎고 싶어도 남아 있는 뼈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 제1야당을 뒤흔든 이슈 또한 '혁신'이었다. (p. 7)

끝없는 패배로 전장에 새로 투입할 전차가 고갈되어가는 1943년에 자기흡착식 대전차 지뢰를 개발하면서 만족해 한 독일군 수뇌부는 "혹시 저놈들이 이걸 베끼면 어쩌지?" 하는 노파심에 멀쩡한 전차에 시멘트를 발라서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 이 기상천외한 '뻘짓'은 멀쩡한 전차의 기동성까지 떨어뜨려 버렸다. 그랬음에도 그들은 완벽한 대책을 세웠다며 전쟁에 이길 수 있을 것이란 터무니없는 망상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소련군의 공격은 망상과 단꿈과는 전혀 다른 수준으로 독일군을 산산조각 낸다.(자기만족적 전략의 최후,  p. 126)

[저자 소개]

임두만
60대 중반의 전남 해남 출생인 임두만은 인터넷 정치 포털 '서프라이즈' 시절, 대북송금 특검과 열린우리당 창당의 찬반 과정에서 의욕적으로 김대중 지지글을 쓰며 토론을 이끌었다. 정치 전공자도 아니고 정치 경험자도 아니지만 탁월한 안목과 비판적 역사의식, 여기에 정치역사의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의 글은 팬덤 현상을 부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인터넷 신문 <브레이크 뉴스> 창간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 인터넷 매체 <신문고 뉴스> 편집위원장 및 <진실의 힘> 칼럼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페이스북에서도 왕성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그는 2014년 나온 정치칼럼집 <블랙판타지 그후>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양수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서울에서 현직 내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모형 제작과 인터넷 글쓰기가 취미이며, 여기(餘技)로 전쟁사와 화기학에 대해 오랫동안 흥미를 갖고 공부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인연을 맺은 임두만 위원장과 의기투합하여 2016년 정월, 정치의 승부와 전쟁사를 접목하는 글을 공동 집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가 바꾼다 - 정권교체, 전쟁사에 답이 있다

임두만.김양수 지음,
리북, 2016


#역사는 승자가 바꾼다 #임두만 #김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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