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별노조 탈퇴 뒤 기업노조 가능"

경주 발레오전장 관련 선고... 금속노조법률원 "노조법 무시한 것"

등록 2016.02.19 18:18수정 2016.02.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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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2월 발레오만도 경주공장에서 용역들이 노동자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 발레오만도 경주공장 노조 제공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지부․지회)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 활동을 한다면 조직형태를 변경해 기업별 노동조합(기업노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금속노조법률원은 "노조법을 완전히 무시한 판결"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산별노조 전환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일시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옛 발레오만도, 경주)와 관련이 있다. 노동자들은 산별인 금속노조 발레오전장지회로 있다가 조직변경 여부를 묻는 총회를 2010년 6월에 실시했다. 그 결과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투표에 참여해, 536명이 찬성해 기업별인 발레오전장노조로 변경되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금속노조 지회장 등 6명은 '총회결의 무효소송'을 냈고, 1심과 항소심(대구고법)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해 조직형태 변경 결의는 무효라 판결했다.

1심․항소심 재판부는 "산별노조 하부조직은 독자적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독자적인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갖춘 독립된 노조로 볼 수 없어 총회 결의는 무효"라 판결했다.

대법원 "조직형태는 근로자 선택의 자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9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산별)가 발레오전장노조(기업별)를 상대로 냈던 '총회결의 무효소송'에 대해 선고했다. 대법원은 산별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던 1심과 항소심을 뒤엎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28일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한데 이어 이날 판결했다. 대법관 5인이 반대했지만 8인(다수)이 파기환송 의견을 낸 것이다.

대법원은 지부·지회가 산별노조 하부조직이라는 원칙은 인정했지만,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하여 근로자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경우"에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단체교섭·협약을 하지 못하더라도 근로자단체로서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갖췄다면 자주적·민주적 결의를 거쳐 목적이나 조직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발레오만도지회가 이런 독립성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독립된 노조가 아니어서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산별노조 하부조직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이인복, 이상훈, 김신, 김소영, 박상옥 대법관은 기업별인 발레오전장노조의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 "노조법은 노조가 주체가 된 조직형태 변경만을 허용하므로, 산별노조의 조직형태 변경 결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산별노조뿐"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노조가 어떠한 조직형태를 갖출 것인지, 이를 유지․변경할 것인지 등의 선택은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의 자주적, 민주적 의사 결정에 맡겨진다"며 "노조법이 조직형태 변경을 허용하는 취지로 근로자의 노조 설립과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의를 밝혔다.

금속노조법률원 "노조법 완전히 무시한 판결"

금속노조법률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다'고 했다. 금속노조법률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다수의견)은 민법적으로 보더라도 부당하지만, 특히 노조법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 밝혔다.

이어 "노조법상 조직형태 변경제도는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인데, 독자적 교섭권과 협약체결능력이 없어서 도저히 노동조합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까지도 노조법에서 정한 조직형태 변경 제도의 적용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법률원은 "이는 반대의견이 지적하였듯이 입법취지와는 정반대로 산별노조의 해체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며 "노조법상의 조직형태 변경을 다루는 사건에서 노조법은 간 데 없고 민법 이론만 무리하게 적용하려 한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2010년 6월에 있었던 이 사건 총회는 대구고법의 재정신청 인용 결과가 보여주듯이, 창조컨설팅과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의한 총회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도 여전히 무효이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법률원은 "파기 환송심에서 '독자적인 근로자단체가 아니다는 점'과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의한 총회'를 적극 주장하여 총회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을 것이고 조직적으로도 더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산별노조로의 전환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일시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중단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소송은 앞으로 대구고법에서 다시 심리하게 된다.
#산별노조 #기업별노조 #대법원 #금속노조 #발레오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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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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