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부터 위안부 문제까지, 그가 붓을 드는 이유

[인터뷰] 반쥴에서 복(福) 전시회를 열고 있는 신주욱 작가

등록 2016.02.23 14:44수정 2018.03.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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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8>에 나오는 커피숍 '반쥴'이 실제 있는 공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1974년 오픈한 반쥴은 지금은 종로2가 관철동에 있는데, 카페와 함께 문화예술인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5층에는 갤러리가 마련돼 있고, 그곳에서 2월 12일부터 3월 13일까지 한 달 동안 신주욱 작가의 '복'전('福'展)이 열리고 있다.


신주욱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홍대 거리에 붙어 있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는 작품 때문이었다. 지난해 2월 제3회 레드어워드(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시상식에서 미술 부문에 신주욱 작가가 선정됐는데,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처음 인사하게 됐다(관련 기사 :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림, 이렇게 탄생했어요).

생각하고 행동하며 소통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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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쥴에서 열리고 있는 신주욱 작가의 '복'전. 작지만 아담하게 꾸며놨다. '복' 전은 3월 13일까지 열린다. ⓒ 강서희


해가 바뀔 때 즘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새로운 작업들은 어땠는지 궁금해서 만나기로 했다가 인터뷰 일정이 두어 번 엎어졌다. 드디어 신주욱 작가가 새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에 2월 19일로 만날 날을 정하고, <응팔>에서 나온 비엔나커피를 시켜놓은 채 인터뷰가 시작됐다.

신주욱 작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그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정말 그는 생각이 많고, 행동이 빠르며, 끊임없이 소통한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지난해 이맘 때 인터뷰를 하면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는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지속적인 활동과 함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발로 뛰면서 작업하는 작가가 되려고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활동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2015년 한 해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뭐하고 지냈는지…. 정신없이 한 해가 또 갔네요"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중병에 걸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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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 예술공간 고리에서 신주욱 작가. 토끼와 꽃밭은 신주욱 작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 신주욱


- 2015년에도 을들의 국민투표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서 개입하는 작품을 그렸습니다.
"'을들의 국민투표'는 박근혜 정부에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활동이었지요. 친분있는 송경동 시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하게 참여하게 됐어요. 메인 그림도 그리고, 홍대 거리에 나가 투표하는 활동도 함께 도왔습니다.

국정교과서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렸고요. 근래에는 단원고 '4·16 기억교실' 존치 문제를 가지고 아이들이 학교를 품고 있는 그림을 그렸어요. 세월호 참사도 벌써 2년이 됐네요. 또 지난해 8월에는 한국민예총에서 저항예술제에 참여해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박근혜 정권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고 컨퍼런스도 펼쳤습니다."

- 사회적 문제로 작업을 하다보면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전에는 대한민국이 멋지고 잘살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OECD 가입국에 올림픽, 월드컵도 개최하고 강한 나라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요 몇 년 사이에 이보다 더 못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2015년 대한민국은 중병에 걸렸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는 이러한 문제들을 치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어려운 것 같아요. 대기업을 위한 구조적 장치가 너무 잘되어 있고, 사람들이 노예처럼 지내며, 청년들이 꿈이 없고 다 포기하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런 상태잖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사회는 바뀌지 않고, 나와서 운동하고, 누구는 전광판에 올라가고 잡혀가고 구속당하고….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림으로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벽화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벽화작업 이야기도 해주세요.
"지난해 12월 말에는 서울시청에 벽화를 그렸죠. 대중벽화는 아니고 공무원 복지 향상을 위한 벽화인데,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좀 있고….

지역에서 버려진 산업단지를 예술인을 위한 살아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곳들에 벽화를 그렸어요. 광산구 소촌공단 내 위치한 소촌아트팩토리가 작업한 대표적인 곳인데, 공단 지역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서 문화의 바람을 넣는 곳이죠. 추운 겨울의 야외에서의 벽화작업이어서 고됐지만, 보람차고 반짝반짝 빛이 나더라고요."

-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워크숍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잖아요.
"올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 모임과 함께 소모임의 일환으로 기증인들의 얼굴을 가족들이 직접 그려보는 워크숍 활동을 했어요. 사전에 기증인들의 사진으로 스케치를 한 것에 가족들이 색을 입히는 작업이었어요.

장기기증을 한 사람들의 유가족들을 만나서 돌아가신 분들의 그림을 그리면서 '얼굴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스케치를 보는데 마음이 뭉클했었는데, 워크숍을 하면서 장기기증의 사연을 듣는데, 참여자들도 저도 같이 울고 그랬어요.

알바들을 위한 매거진 <놀이터 알>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함께 일상을 그리는 워크숍도 진행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참여자들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치기도 했고요."

전시회 이름에 '복'이 들어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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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욱 작가의 작품들. 그는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으로 끊임없이 작품을 그려낸다. ⓒ 신주욱


- 작품 활동과 함께 전시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들이 1년에 한 번 할 전시인데,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전시입니다.
"전시는 전시라서 작업은 작업대로 하고 있어서 바쁘기는 하죠. 이번 전시의 테마는 '福(복)'이에요. 연초가 되면 '복 많이 받으라'고 서로에게 인사하잖아요. 요즘 사회가 어지럽지만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한 무엇인가를 주고 싶어서 전시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특히 '반쥴'이라는 공간이 또 <응답하라 1988>의 로맨틱한 장소이기도 해서 전시 섭외가 들어왔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답했어요."

- 이번 전시회의 작품에는 파란색이 많이 사용됐어요.
"파란색은 제가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신념, 믿음을 상징하기도 해요. 여성이 등장하는 그림에 파란색 옷, 혹은 파란색 꽃 등이 많이 그려졌는데 성모 마리아의 신념과 믿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독교 관련 책 일러스트 작업을 했었는데, 성경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를 상징하는 라헬이라는 인물이 나와요. 라헬의 감성을 가지고 쓴 번역시를 읽고 그림을 그렸었는데,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도 많이 흘렸죠. 그래서 (우울한 느낌의) 파란색이 많이 사용하기도 했고요.

올해 붉은원숭이 해여서 재해석한 손오공 작품도 그렸는데, 손오공이 금고아(손오공의 머리에 둘러쳐진 관 형태의 머리띠)를 빼고 연꽃모양의 관을 씌어뒀어요. 금고아는 삼장법사가 손오공이 나쁜 언행을 할 때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인데, 그것을 풀어냄으로써 사회적 굴레를 벗어난 개성있고 자유로운 감성을 펼치는 아름다운 인간들을 의미한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진 않았다. 형식적이나마 물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지난해 인터뷰 이후 그와 벗이 되면서 그의 활동을 보면서 올해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년 또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신주욱 작가는 또 이렇게 말하며 휴대전화 다이어리를 들춰볼 것이다. "뭐하고 지냈는지…. 정신없이 한 해가 또 갔네요."
덧붙이는 글 신주욱 작가는 '福' 전시회와 동시에 <우리, 두 번째 이야기>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우리, 두 번째 이야기>전은 2월 21일부터 3월 5일까지 신도림 예술공간 고리에서 마련됩니다.
#신주욱 #진실은침몰하지않습니다 #L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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