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단일화' 논란, 문제는 정부의 자세

[주장] 학생에게 영향 미칠 정책들, 학생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등록 2016.03.04 10:56수정 2016.03.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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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나라가 정신이 없다. 2015년 국정교과서 문제에 이어 사드 배치 문제, 테러방지법 원안 상정을 막기 위한 47년여 만의 필리버스터까지. 하루하루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들이 달라졌다.

듣기 좋은 소식들은 아니었다. 국민은 현 정권의 답답한 정치에 분노했다. SNS에선 어느 누리꾼이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OST의 한 구절인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밤이 생각나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이용해 현 상황을 비꼬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난리통 속에 '교복 단일화' 문제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교복 단일화'는 전국 교복을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일하자는 말이다. 교복 가격이 너무 비싸서 말썽인데 교육부에서 교복비용 지원을 해도 한계가 있고, 지원 방식의 문제로 빈부 격차가 부각될 수 있으니 교복 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다가 전학을 가게 될 경우에 새 교복을 사는 것도 너무 비효율적이라서 '교복 단일화'가 추진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디자인 통일 옛날교복 부활' 보도와 관련, "학생교복시장에 경쟁원리 도입을 위해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한 중장기 제도개선 방안은 10~20여 개의 권장 표준디자인을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채널A <디자인 모두 통일 옛날교복 부활 추진> 등의 기사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공정위는 또 "10~20여 개는 예시로 더 늘어날 수 있으며 각 학교는 권장 표준디자인 외에 자율적으로 다른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복 단일화' 논란에서 '국정화'가 보인다

사실 난 우리 학교 교복이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옷에 집착하지 않아서 무슨 교복을 입든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교복 단일화 논란은 굉장히 불편했다. 단지 가격 문제로 인한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 찝찝함, 그리고 꺼림칙함. 왜일까? 간단하다. '교복 단일화' 논란에서 '국정교과서'와 '테러방지법'이 보였다.


결국 '교복 단일화'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됐지만, 사람들이 반응한 것은 지난 정책 추진에서 엿보인 권위주의적 자세 때문인 것 같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생과 교사의 의견은 무시되고, 테러방지법 반대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IS'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교복 단일화 논란까지 이어진 셈이다. 우리 사회에선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자꾸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학생들이 아무리 말을 안 듣고 영악하다고 한들, 아이들은 결국 대부분 어른들 말을 듣게 되어 있다. 은연 중에 우리에게 지시를 내리는 선생님 말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루기가 쉽다. 말을 듣는 애들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아이들만 벌주기 때문이다. 사회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서도 학생은 권위주의에 길들여진다.

그래서 갑자기 시간표가 바뀌어도, 선생님들 사정대로 일정 변경 후 하루 전에 알려줘도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생겼지만 '우리 학교는 적용 안 한다. 무조건 교칙대로 해!'라는 말을 들으면 학생은 '아, 그런가 봐' 하고 만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세월호에 있던 아이들도 물이 차오르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지시를 따랐다.

사실과 다른 것으로 해명됐지만, 만약 정부에서 실제로 교복 단일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테러방지법' 사례를 보면 결국 통과될 것 같다. 몇몇 학생들과 어른들이 거리로 나와서 반대 의견을 외치겠지만 그들은 곧 '착한' 아이들에게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약 이런 정책이 추진된다면 잘못됐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작으로 무리하게 추진되는 정책이 결국 학생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침묵하지 않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학생 #교복단일화 #사상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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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곳을 왜곡 없이 비추고, 가려진 세상을 섬세하게 묘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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